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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에도 배터리 연구개발 이어져...리튬메탈·전고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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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로 핵심 후방산업인 배터리업계에 한동안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는 주행거리, 안전성 등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핵심 부품이자 전기차 가격을 좌우하는 최대 요소이기도 하다. 전기차 판매량에 업황이 좌우되는 이차전지 업계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차세대 배터리를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업체들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흑연이나 실리콘 음극재 대신 리튬메탈을 사용한 전지를 말한다.

 

리튬메탈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 수준인 L당 1000Wh(와트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를 전기차에 적용하면 음극재 무게와 부피를 줄여 차체 경량화를 실현하거나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획기적인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리튬메탈의 화학적 불안정성을 해결할 기술적 보완이 필요해 상용화까지는 시일이 필요하다. 리튬메탈은 상온에서 안정성이 떨어지고 물과의 반응성도 높은 것이 단점이다. 또 리튬메탈 배터리 사용 과정에서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돼 나뭇가지 형태를 띤 결정체를 형성하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전지 효율과 수명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덴드라이트 현상 방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할 음극 보호층 기술 특허를 보유한 미국 벤처기업 사이온파워에 최근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작년 말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연구를 통해 '붕산염-피란 기반 액체 전해액'을 리튬메탈 배터리에 세계 최초로 적용해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리튬메탈 전지의 충·방전 효율을 높이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900㎞에 달할 만큼 에너지 밀도도 높아진다.

 

이차전지 소재를 신사업으로 삼는 화학업계도 리튬메탈 베터리 기술 개발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덴드라이트 현상을 억제하고 리튬메탈 음극재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리막 코팅소재 제조 기술'을 미국 스타트업 소일렉트와 공동 연구를 거쳐 개발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ll Solid Battery·ASB) 개발도 상용화를 향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안정성이 가장 큰 장점인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인 배터리 화재·폭발 가능성을 대폭 줄이고 에너지 밀도도 높인 이차전지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 변화로 배터리가 팽창하거나 외부 충격을 받으면 내부의 인화성 액체 전해질에 불이 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 배터리는 이런 위험이 매우 낮다. 일본 도요타가 2027년께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앞서 나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전고체 전지 개발 선도 업체로 평가받는 삼성SDI는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중대형전지사업부 내에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하며 차세대 배터리 리더십 확보에 나섰다. 국내 업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을 구축해 시험 생산에 착수한 삼성SDI는 실제 전기차 장착 테스트를 거쳐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SK온도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SK온은 솔리드파워의 전고체 배터리셀 설계 및 파일럿 라인 공정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750만 달러에서 연평균 180% 성장해 2023년에는 약 40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현재 상대적으로 저가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저렴한 원재료를 쓰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머지않아 이차전지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중국 CATL이 처음 개발을 발표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지구상 어디에나 널려 있는 나트륨을 원재료로 사용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월하다.

 

아직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지만 향후 기술 개발로 밀도를 높일 가능성이 열려 있고, 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데다 낮은 온도에서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전기 이륜차와 소형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야에서 조만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5년 나트륨이온 배터리 가격이 LFP 배터리보다 최대 24% 저렴해지고 시장 규모는 연간 1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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