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에 초점 맞춰 포트폴리오 정교화와 사업 잠재력 극대화 달성
LG전자 조주완 CE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시간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올해 경영방침의 주요 키워드로 ‘한계 돌파’를 제시하는 한편, 2030 미래비전 가속화를 위한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조 CEO는 “시장 및 공급망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나 탈탄소화, 서비스화, 디지털화 등의 변곡점 또한 명확해지고 있어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도 반드시 이겨내는 성공정신을 기반으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과정을 증명하는 변화를 통해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질적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가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방향타 설정을 완료한 해였다면, 2024년은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해로 만들겠다”며 “2030 미래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시장과 고객과의 약속인 만큼 전 구성원의 힘을 모아 반드시 달성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 CEO가 지난해 전 구성원들과 함께 선포한 2030 미래비전은 홈, 커머셜, 모빌리티, 가상공간 등 고객의 삶이 있는 다양한 공간에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LG전자는 올해 경영방침의 키워드로 ‘한계 돌파’를 내세운다. ‘Where to Play(전략)’ 관점에서 B2B, Non-HW 사업, 신사업 육성 등 세 가지 중점 영역 설정을 완료한 만큼, 올해는 ‘How to Win(실행)’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정교화와 사업 잠재력 극대화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우선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사업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기반해 투자를 확대, 미래 성장동력을 극대화한다. 미래 경쟁력 강화 차원의 신규투자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린다. 올해 신규투자와 연구개발비용을 더한 미래 경쟁력 강화 투입액은 1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투자는 주로 전장, HVAC(냉난방공조), 빌트인, 사이니지 등 B2B 사업이나 webOS 플랫폼 사업과 같이 고성장·고수익 핵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로봇 등 규모감 있는 사업으로 육성이 가능한 유망 영역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LG전자는 포트폴리오 전환과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내부 성장동력에 기인한 전략 외에도 M&A, 파트너십 등 외부 성장의 기회 또한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AI(인공지능), MR(혼합현실) 등 고객가치 혁신 관점의 게임체인저 영역은 물론이고, 기존 사업의 고도화 관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영역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신설한 해외영업본부도 한계 돌파를 위한 복안이다. 해외영업본부는 LG전자 전체 매출의 2/3가량을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지역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특화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며 해외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해외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상향 평준화시켜 이기는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LG전자는 B2B(성장 주도), Non-HW 사업모델(고수익 사업 구축), 신사업(기업가치 제고)을 중점 추진하며 ‘트리플 7(CAGR 및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달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LG전자는 시장 수요 감소에도 B2B 사업 성장에 힘입어 펜트업 수요 당시에 버금가는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B2B 사업 연평균성장률(CAGR)은 두 자릿수를 훌쩍 넘어선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연평균성장률은 8%대 수준이다. LG전자 성장을 B2B가 주도한다는 방증이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사업 10년 만에 연간 매출액 10조 원을 달성하며 LG전자 주력 사업으로 부상했다. 향후 VS사업본부 성장동력인 전기차 전환 및 고부가 전장부품 수요 증가도 지속 기대된다. LG전자는 IVI, e-파워트레인, 램프 등 전장 사업 3대 축을 기반으로 SDV 역량 확보, 전기차 구동부품 고객 확대, 지능형램프 리더십 강화 등에 주력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간다. 늘어나는 신규 수주 대응을 위해 중남미, 유럽 등에 생산력 확보 차원 투자도 지속한다.
또 다른 대표 B2B 사업인 HVAC에서는 중남미, 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이 이어지는 것에 더불어 유럽, 북미 등의 선진시장에서도 고효율·친환경 기조를 모멘텀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LG전자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부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제품 라인업을 적극 확대한다. 미국 알래스카 히트펌프 연구소에 이어 올해는 유럽 연구개발기지 구축에도 나선다. 실외공기전담공조시스템(DOAS: Dedicated Outdoor Air System) 등 공조 제품 기반 인접 영역으로 사업 확대도 적극 추진한다.
B2B는 B2C 대비 경기 영향을 덜 받아 일단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락인 효과로 고객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LG전자는 B2B를 단품 공급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더하는 고부가 사업으로 확장하며 오는 2030년 매출액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0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성숙사업으로 평가받던 제품 중심 가전, TV 사업에 콘텐츠·서비스, 구독 등 Non-HW 영역을 결합하는 사업모델 혁신에도 속도를 낸다. 전 세계 수억 대 제품을 플랫폼으로 삼아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는 구조로의 변화다.
HE사업본부가 지향점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하고 스마트 TV 운영체제 webOS 플랫폼 사업을 가속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외부 TV 업체뿐 아니라 스마트모니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webOS 생태계를 확장해 플랫폼 사업의 모수를 빠르게 늘린다. webOS 플랫폼 사업은 올해 조 단위 매출액의 규모감 있는 사업으로 육성한다.
LG전자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생활가전 사업 또한 서비스·구독의 신규 영역을 결합한 스마트 홈 솔루션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가전제품이 제공하는 기능 영역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웠던 ‘가사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가 최종적인 목표다.
제품과 생활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은 지난해 냉장고, TV 등 대형 가전으로 품목을 본격 확장하며 성장세가 가파르다. 기존 정수기 등 소형 가전 위주로 진행하던 국내 구독사업에서 대형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 30%를 넘어섰고, 국내 가전 매출에서 구독 사업의 비중은 15%를 넘어섰다. 아시아 국가를 시작으로 구독 사업의 해외 확대도 본격화한다.
webOS 플랫폼 기반 콘텐츠·서비스 사업이나 구독 사업과 같은 Non-HW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LG전자는 통신, 미디어, 모빌리티, IoT 커넥티비티 등 원천기술 분야 표준특허 경쟁력을 기반으로 무형자산 사업화도 적극 추진한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노하우 사업화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에서 관련 조직도 신설했다.
LG전자는 잠재력이 높고 사업 시너지가 기대되는 유망 영역에서 미래 성장기회를 확보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이하 LG 노바)가 대표적이다. 재무 관점에서의 단기적 투자 대신 포트폴리오 확보 차원의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LG 노바는 올해 말까지 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1억 달러 이상 규모로 키운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제조, 판매 등 인프라 영역에서 원격진단·조치, 차량 배터리 진단 등을 포함하는 솔루션 사업으로 추진한다. 미국 시장의 본격 진입을 위해 미국 댈러스 포트워스에 충전기 생산라인 구축도 마쳤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암웰과 협업해 원격의료 사업을 확대하며 예방, 진단·사후관리, 회복 등 영역의 서비스도 검토한다. 또 다른 유망분야 가운데 하나인 가상현실 영역에서는 혼합현실(MR) 기기 사업화 준비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HE사업본부 내 XR사업담당을 신설했으며, 증강현실(AR) 등에서도 다양한 파트너와 전략적 협업을 이어간다.
이외에도 미래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 부문에서 소프트웨어, SoC(System on Chip), AI, 로보틱스, 소재·부품, 표준, 차세대 컴퓨팅, 클라우드·데이터 등의 8대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사업경쟁력 강화 및 원천기술 발굴을 위한 선행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LG전자는 DX를 통해 고객에게 F.U.N.(First, Unique, New)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경영성과로 연결하는 고객 중심 경영체계를 고도화한다.
일부 전문조직이 중심이 돼 실행해온 DX를 전 조직과 구성원을 대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대규모 IT 투자도 단행한다. LG전자는 전사 업무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통합, 연계하는 전사자원관리(ERP)의 차세대 ‘N-ERP(Next ERP)'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 접점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도록 구축한 고객 데이터 플랫폼 ‘IC 360(Intellytics Customer 360)’은 올해부터 글로벌 전 지역으로 본격 확대 전개한다.
한편, 고객경험 혁신을 위한 DX 노력은 구매, 제조, 물류, 판매 등 밸류체인 효율 극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각 밸류체인에 DX를 접목해 개선해 낸 생산성과 효율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0억 원을 넘어선다.
조 CEO는 구성원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때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격언 ‘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문화는 아침식사로 전략을 먹는다)’를 언급하곤 한다. 좋은 전략을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강력한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라는 신념에서다.
최근 임직원 대상 신년사에서 강조한 고성과 조직으로 변화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조 CEO는 신년 메시지에서 목표는 명확하고, 실행 속도는 빠르고, 과정은 완벽하며, 성과에 따른 보상과 어려운 상황도 이겨 나가는 성공정신을 갖춘 조직으로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끝으로, LG전자는 브랜드 슬로건인 ‘Life’s Good’ 메시지를 기반으로 마케팅, ESG, CSR 등 다양한 통합 브랜드 활동 또한 올해부터 본격 확대한다. ‘담대한 낙관주의자’의 자세로 라이프스 굿의 가치와 철학을 알리며, 브랜드에 젊음과 역동성을 더하는 차원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