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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美 반도체 규제 바람, 반도체 산업 지형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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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짧았던 호황을 끝내고 하락세에 접어드는 추세다. 이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반도체 경쟁은 연일 지속되고 있다. 특히 중국을 향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및 미래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네덜란드와 일본 등 미 우방국까지 관여함에 따라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강력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 기조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대 중국 정책에 할애했다.

 

무엇보다 최근 미중 관계를 냉각시킨 중국 정찰풍선 사태를 염두에 두고 “우리가 지난주 분명히 했듯 중국이 미국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쟁의 중요 전장인 핵심산업과 첨단기술 등에서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대 중국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는 동시에 동맹국에는 수출통제 등으로 중국 견제에 동참하기를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첨단기술이 우리를 상대로 역이용되지 못하도록 동맹과 협력해 보호하고, 안정을 지키고 공격을 억제하고자 우리 군을 현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투자 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2월 보도설명자료에서 “미국 상무부는 현재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을 비롯한 세부 규정을 마련 중”이라며 “우리는 국내 기업의 투자·경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도록 미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8월 발효된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정부로부터 투자 관련 세액공제나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을 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공장 신·증설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 내 공장 신·증설과 장비 교체를 위한 추가 투자가 전면 제한되는 것이다. 산업부는 국내 기업이 미 상무부와의 투자 보조금 협상 과정에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규제 여파 다가오는 중국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세계 1위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한 청사진을 펼쳤다. 이 같은 중국의 야심은 미국이 강력한 반도체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점차 힘에 붙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월 보도를 통해 “반도체는 기술 혁신을 이끌 심장 박동에 비견되는데 미국의 핵심 반도체 부품과 기술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맥박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강의 제조 역량을 갖고 있지만 핵심 기술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며 미국 기술 규제 전략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토론토대 쥔 장 부교수는 SCMP에 “반도체는 현대 경제의 근간이다. 1위안짜리 반도체가 10위안어치 전기 용량을 지원할 수 있고 100위안 규모 경제적 산물을 만들어낸다는 대략적인 추산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전례 없는 압박에 직면해 있고 중국의 국제 경쟁력은 미국의 규제가 어디까지 가느냐에 일정 부분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많은 국제기구들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늦추거나 폐기하기 시작한 데는 미국의 기술 규제가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술 규제로 2023년 중국 경제에 0.23%포인트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기적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7%포인트 하락할 수 있고 향후 4년에 걸쳐 연간 약 0.4%포인트씩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SCMP는 규제로 인한 단기적 영향은 주로 반도체와 컴퓨터 분야에 나타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 고성능컴퓨팅, AI 등의 기술 산업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IC는 중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 응답하듯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SMIC의 작년 4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 줄어든 4억2550만 달러였다. 지난 2월 10일 SCM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SMIC는 홍콩 증시 공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 속에서 올해는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SMIC의 작년 4분기 매출은 16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는 2.6% 늘었으나 3분기보다는 15% 줄었다. 작년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34% 늘어난 72억7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 73억5000만 달러보다 다소 낮았다.

 

SMIC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며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침체할 것으로 전망돼 1분기 매출이 작년 4분기보다 최대 12%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SMIC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대표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은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관계를 이유로 2020년 말 SMIC를 무역 제재 대상인 ‘수출 통제 명단’에 올렸다.

 

그럼에도 SMIC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재 상하이와 톈진 등지에서 성숙 공정에 해당하는 28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장 4개를 짓는 중이다. SMIC는 전날 공시에서 지난해 말 선전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생산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이징 공장은 특정 장비 조달이 지연되면서 1∼2개 분기 정도 양산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알렸다. 

 

반도체 장비 강국들의 규제 참여 ‘주목’

 

SCMP는 지난 2월 일본이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일본산 반도체 중고 장비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SCMP는 “미국이 지난주 대중 수출 통제에 대해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일본산 장비에 금수 조치가 내려질지에 대한 공개된 정보는 없다”며 “그러한 불확실성은 생산 확대와 업그레이드를 위해 외국 기계가 필요한 중국 공장들 사이에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이 올봄 수출통제를 개정할 것이며 그에 따라 첨단 반도체 장비의 수출은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아직 일본의 금수 계획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시장이 일본 장비업체에 중요하기에 해당 계획은 일본에 자멸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7% 줄어든 1조2792억 엔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 반도체 장비의 글로벌 수출은 전년보다 4.1% 증가했다. SCMP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가 아직 상호 합의 내용을 공표하지 않았으나 관측통들은 니콘과 도쿄 일렉트론, ASML의 DUV 노광장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네덜란드·일본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에 참여하나 매출에 대한 부담을 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ASML은 네덜란드가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하는 것이 올해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SML의 대변인 모니크 몰스는 이메일을 통해 “현재 시장 상황을 종합하면 이런 조치들은 우리가 공표한 2023년 실적 전망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반도체 산업에 더 이상의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현재 필요한 것은 산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이라고 강조했다.

 

몰스는 “정부 간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노광장비를 포함해 첨단 반도체 장비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규제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구체화하고 법제화돼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일렉트론의 경우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도쿄일렉트론은 지난해 4분기 대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매출액이 1027억 엔으로 전 분기보다 3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도쿄일렉트론의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줄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데다 작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산 장비를 구할 수 없게 되면서 반도체 생산이 일부 중단됐고 함께 사용하는 도쿄일렉트론의 매출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 미래 경쟁력 확보 어떻게?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규제로 인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공정을 고도화하거나 신규 투자를 진행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 대해 미국 상무부로부터 규제 적용을 1년 유예받았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상황이 되면서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 운영 계획과 장기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중국 시안 공장 운영 관련해서는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이미 소요됐고 많은 투자가 이뤄진 만큼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재준 부사장은 “중장기 시장 및 글로벌 거래선 수요, 경제성과 수익성 등 다방면의 검토를 통해 최적의 고객 대응을 한다는 원칙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4일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자회사로부터 20조 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 축소·감산 기조에도 반도체 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계획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도 미래 전략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감산 계획에 대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엄청난 감산은 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부회장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공급이 초과할 때는 슬로우 다운을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감산하는 것도 경쟁력 차원에서는 좋은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부회장은 “어떻게 보면 수요 공급 비즈니스 모델이 좀 단순해서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그 부분에 대해 다양하게 극복할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부터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있으며, 일부 공정 전환에 따라 감산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지원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투자가 제한되는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 아시아 집중을 완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하강 국면에서 가진 우리의 투자 여력 등을 고려해 동맹국과 팹을 건설하는 등의 옵션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미국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 보다 자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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