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신규공장 생산량 확대에 따른 고정 원가 증가 등의 요인 작용해
국내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이 실적 시즌에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1조 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SK온에는 '남의 집 잔치'다. 적자 탈출이 늦어지고 있지만 SK온은 내년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연간 99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 영업손실은 2566억 원으로 전분기(-1천346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4분기 매출은 분기 최대인 2조8756억 원을 기록했으나 해외 신규공장 생산량 확대에 따른 고정 원가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 따른 유럽 동력비 상승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동안 이어진 달러 강세도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SK온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달리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효과를 누리진 못했기 때문이다. SK온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은 현대차와 기아인데, 원화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 강세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SK온은 또 미국과 헝가리 신규 가동 공장의 생산량 증대가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됐고, 수율 개선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양산 체제에서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90% 이상의 수율이 나와야 하는데 그동안 만족할 만한 수준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CFO는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율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공정·설비와 운영 측면의 수율 향상 과제를 도출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소재 가격, 환율 등 수익성 측면의 변동 요인을 최대한 판가에 연동해 손익 변동 리스크를 제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신규 가동 공장의 생산량 증대에 힘입어 올해는 두 배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SK온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율 개선이 더딘 탓에 흑자전환이 지연되고 있다며 분기 기준으로는 올해 4분기 SK온의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비용·수율 문제 등으로 여전히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라면서도 "수익성은 점진적인 가동 정상화로 매 분기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온은 최근 지난 1월 기준으로 누적 수주액 29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 7조 원대로 예상되는 SK온의 지난해 연 매출액의 40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SK온이 현재 논의 중인 투자계획과 수주량을 합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SK온은 완성차 업체와 계약까지 마친 수주 물량과 실제 증량 요청에 합의한 물량을 구분해 관리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구축, 프로젝트별 수주 상황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