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FTA 등 통해 강제노동 및 인권침해 연계 상품 수입 차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제노동 등 노동권 위반 상품의 국제거래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에 나서고 있어 우리 기업들도 공급망 점검 및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5일 발표한 ‘노동이슈의 통상의제화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자국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노동권을 침해하며 저가에 제조된 상품이 수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노동 신속대응 메커니즘(Rapid Response Labor Mechanism)’을 도입해 협정의 노동조항 불이행 시 특혜관세를 중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최근 개시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서도 강화된 노동기준과 이행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신장지구의 강제노동 및 인권침해를 문제삼으며 관련 제품의 미국 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도 지난 6월 시행에 들어갔다.
EU가 지난 2월 발표한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에 관한 지침’은 EU 역내 기업과 역외 기업 모두에게 공급망 내 인권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보고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EU는 미국의 강제노동 근절 노력에 발맞춰 강제노동 생산품의 역내 수입금지 법안 도입 계획도 밝혔다.
우리나라도 이미 한·EU FTA를 통해 노동문제가 통상분쟁화되는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동 FTA 협정문에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으나, EU는 한국이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 FTA 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해 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됐다.
비록 전문가 패널이 EU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우리도 언제든 노동 문제로 통상마찰을 겪을 수 있음을 절감한 사례다. 또한 지난 4월, 9년 만에 개최된 한·미 FTA 노동위원회에서도 미국이 우리나라의 노동규정 이행 여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무역협회 황준석 연구원은 “무역협정이나 국내법을 통해 노동 이슈에 대한 통상 쟁점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노동이슈, 노동 관련 국제협약 미이행, FTA 상 노동규정의 미이행 등 국내법상 의무위반 뿐만 아니라 노동 관련 리스크가 있는 국가와 연계된 기업의 공급망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동권 준수 의무 요구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적 의무 이행 점검과 동시에 공급망 리스크 검토 및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김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