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글라스 스타트업 '엑스퍼트아이엔씨' 박정남 대표 인터뷰
2019년 글로벌 산업용 스마트글라스 제조사 뷰직스(VUZIX)와 총판 계약을 맺으며 시작된 스타트업 엑스퍼트아이엔씨. 국내에서는 산업용 AR(증강현실) 스마트글라스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2016년 즈음 구글에서 만든 구글글래스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AR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앞으로 대세가 될 사업에 몸을 던지기로 결심했다.
본격적으로 솔루션을 사업화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솔루션을 구현하기에 충분한 성능의 스마트글라스가 시장에 나오면서부터였다.
Q.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A. 하드웨어 분야에선 세 개의 총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뷰직스와 리얼웨어(Realwear), 중국의 로키드(Rokid). 뷰직스와 리얼웨어의 산업용 스마트글라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브랜드다. 최근 중국에서도 인공지능, 4차 산업, 정보통신기술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면서 스마트글라스 분야에서 질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즉 솔루션으로는 첫 번째로 비대면 원격 솔루션이 있다. 주로 제조업체의 본사와 공장, 지점, 해외공장 등을 서로 연결한다. 산업용 솔루션이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는 줌(Zoom)이나 웹엑스(Webex)같은 일반 화상회의 솔루션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크다. 올해 초부터는 현장 안전 분야에서도 수요가 많다. 건설 현장과 본사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부분을 지원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AR 도슨트 가이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물을 AR 콘텐츠로 구현해서 스마트글라스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회사 앞에 한성백제박물관이 있는데 거기서 실증을 하고 있고,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세 번째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물류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물류창고를 작업자가 관리할 때, 직접 수기로 적거나 바코드 리더기로 찍는 작업 방식 때문에 손이 자유롭지 못했다. 스마트글라스를 활용해 바코드를 읽고, 데이터를 WMS 솔루션으로 자동으로 넘겨 핸즈프리(Hands-Free)로 입출고, 재고 관리를 할 수 있다.
Q. 솔루션 개발에 특히 열심인 것 같다.
A. 3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두 건이 물류 관련 특허고, 한 건이 비대면 원격 솔루션 관련 특허다.
특별히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비대면 원격 솔루션 특허를 가지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솔루션의 경우, 안전의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당장 무언가를 내놓기보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완벽한 솔루션을 개발하자는 방침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글라스 기술은 완성 단계로 판단돼 시판에 들어갔다. 스마트글라스가 소리를 인지를 하고 글래스에 실시간으로 자막을 띄우는 솔루션인데, 작년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보조기기로 정식 등록이 됐고, 올해부터 정식으로 판매가 시작된다.
Q. 엑스퍼트아이엔씨의 비대면 솔루션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나?
A. 예를 들어, 지방에 공장이 여러 개 있는 회사의 대표가 본사에 앉아서 현장을 다 보고 싶은데, 매번 직접 가는 것이 한계가 있을 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면 언제든지 현장 관리자와 직접 통화가 가능하고, 현장을 1인칭 시점으로 바로 볼 수 있다.
또 전문가가 부족해 직무 스킬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써야할 때, 전문가가 사무실에 앉아서 현장의 작업자가 보는 것을 전부 같이 보면서, 설명해주고, 지침을 내려줄 수 있다. 동시에 직원 교육도 가능하다는 점 등 파생되는 장점들이 많다.
Q. 최근 산업 현장에선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화두다.
A. 비대면 원격 솔루션 중 인스펙션(Inspection, 점검)이라는 게 있다. 작업자가 스마트글라스에 나타나는 차트를 하나씩 확인해가면서 공정을 체크하는 것이다. 단계별 점검 결과를 자동으로 리포트하고, 동영상을 보내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지침을 주는 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도뿐만 아니라 제품의 완성도까지 높일 수 있다.
Q. 스마트글라스를 활용하는 현장으로부터 피드백은?
A. 스마트글라스의 무게는 200~300g 정도다. 처음 쓰는 사람은 당연히 불편하다고 한다. 산업현장에선 대부분 안전모를 쓰는데, 사람 몸에 직접 닿지 않게 글래스를 안전모에 직접 거치해서 쓰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처음에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30분 정도면 익숙해진다. 또 예전에는 터치패드로 명령을 내려야 해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요즘은 다 음성명령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불편이 많이 줄었다.
Q. 국내 AR 스마트글라스 시장 전망은?
A. 세계 시장을 보면 스마트글라스는 이미 미국, 유럽, 중국, 일본까지 산업계 전반에 다 파고 들었다. 일본만 해도 한 기종이 1년에 3000~5000대 정도 판매가 되고 있다. 국내는 아직 1000대가 안되는 실정이지만, 최근에는 정부에서 과제, 뉴딜 정책 등 산업을 적극 지원해주면서, 업계에서 우리 산업을 많이 알아주기 시작했다.
스마트글라스 산업의 시장규모는 올해 22조로 전망되고 있다. 엑스퍼트아이엔씨가 사업을 시작한지 3년이 됐는데, 매출규모가 초기의 10배를 넘어섰다.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Q. 엑스퍼트아이엔씨의 올 한해 사업 전략은?
A. 매출로 따지면 올해는 이미 작년 매출을 따라잡은 상태다. 올해 추가로 하는 사업들이 향후 3~5년 정도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어느 사업 분야에 우리 솔루션이 필요한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무적인 투자도 받고 몸집을 키워나가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또 요즘 IT기업, 게임 기업들이 많이 상장하고 있는데, 해당 산업에 대한 목표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