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깔 변하는 전기차, iX 플로우 공개한 BMW
1번 충전으로 1000km 달리는 태양광 자동차 선보인 벤츠
포드에 선전포고, 픽업트럭 '실버라도' 전동화 발표한 GM
움직이는 플레이스테이션? 근황의 아이콘 소니의 귀환
전동화 물결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덮쳤다. 전동화 바람은 견고했던 자동차 산업의 벽을 무너뜨렸다. 역대급 게임 체인저 테슬라를 시작으로 구글, 애플을 비롯한 IT 기업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다소 오만했던 완성차 업계는 부랴부랴 전동화 흐름에 올라타며 늦은 만큼 스퍼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월 8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2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새롭고 혁신적인 전기차를 선보이며 굴지의 전문 오토쇼 현장을 방불케 했다. 어떤 분야보다도 변화가 빨라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게 된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자동차 회사들이 어떻게 내다보고, 또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지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한 전시회였다.
BMW는 실시간으로 차량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전기차 ‘iX 플로우’를 공개했다. BMW의 순수 전기 플래그십 스포츠액티브차량 BMW iX에 특별한 전자잉크 기술이 적용됐다. 차량 외장에 특수 안료를 함유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캡슐이 덮여, 사용자가 색상 변경을 선택하면 전기장에 의해 안료가 캡슐 표면에 모이고 색이 바뀌는 원리다. 변경한 색상을 유지하는데 전기가 소모되지 않고, 차량의 열효율을 상승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돼 에너지 효율적이다.
BMW는 iX 플로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전자잉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향후 세분화된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스텔라 클라크 BMW iX 플로우 프로젝트 총괄은 “미래에는 자동차도 패션처럼 일상생활의 다양한 기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안에서 영화관과 비슷한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하게 해주는 BMW 시어터 스크린도 공개됐다. 32:9 비율의 31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되는 BMW 시어터 스크린은 최대 8K에 이르는 해상도를 지원한다. 또한, 하이엔드 스피커 전문업체 바우어앤윌킨스의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해 영화관 같은 사운드를 제공한다.
이뿐 아니라 사용자는 스마트 TV 기능으로 영화, TV 시리즈, 팟캐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자동차 안에서 즐기고, 실내조명, 스크린 하강, 디스플레이 기울기 및 롤러 선 블라인드에 이르기까지 화면 조절이 가능해 어느 위치에서나 높은 몰입감을 경험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한번 충전으로 10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자사 디지털 채널인 ‘메르세데스 미’를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비전 EQXX’는 초고효율 전기 구동 시스템, 경량 엔지니어링, 지속가능한 소재, 진보된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가까운 미래에 구현 가능한 최신 기술과 아이디어가 대거 적용했다.
실제 교통상황을 반영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에서 비전 EQXX는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의 주행거리와 1kWh당 약 9.6km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했다. 차량에는 400Wh/L에 근접한 에너지 밀도를 가진 100kWh의 고용량 배터리 팩이 탑재됐다. 대형 전기 세단 더 뉴 EQS의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 용량이지만 팩의 크기가 절반밖에 되지 않고 무게는 30% 더 가벼워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점은 비전 EQXX의 차 천장에 117개의 태양전지가 장착돼 추가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부분이다. 유럽 최대의 태양 에너지 연구 기관인 프라운호퍼와의 협력으로 완성된 태양광 시스템은 주행거리를 25km 가량 늘려주고, 온도 조절, 조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기타 시스템에 에너지를 전달해준다.
벤츠는 비전 EQXX의 디스플레이 시스템에 최초로 게임 엔진을 적용했다. 47.5인치의 완전 일체형 디스플레이가 양 A필러 사이를 넓게 가로지르고, 8K 해상도의 얇고 가벼운 미니 LED 디스플레이가 운전자의 요구에 반응하고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전달해준다. 더 뉴 EQS에도 적용됐던 제로-레이어 기능은 한 단계 더 발전돼 동승자도 직접 전용 줌 기능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하게 됐다. 비전 EQXX에 탑재된 스타-클라우드 아바타는 운전자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를 관리하고 운전자가 필요할 때 전달해준다.
음성 합성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감성적이고 높은 표현력을 갖추게 된 ‘안녕 벤츠’ 음성 지원에는 머신러닝이 적용돼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게 됐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회장은 “비전 EQXX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의 미래를 상징하는 모델”이라며, “모든 측면에서 진보적인 차량으로서 ‘모두가 선망하는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당사의 방향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픽업트럭 ‘실버라도’의 전기차 모델 출시를 발표하며 전기차 확대 계획을 공표했다. GM은 경쟁사인 포드가 F-150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실버라도 전기 픽업트럭을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실버라도 EV는 내년 2분기에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먼저 출시되고, 가을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GM 측에 따르면, 실버라도 EV는 1회 충전으로 약 644㎞을 달린다. 이는 리비안의 R1T,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의 주행거리를 크게 상회하는 주행거리다. GM은 실버라도 EV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기반으로 설계되면서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하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속 충전기로 10분 충전하면 약 160㎞를 달리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까지 4.5초가 걸린다. 트럭 뒤쪽의 적재 공간은 소비자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조할 수 있다.
한편, GM은 다가오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SUV 모델 이쿼녹스와 블레이저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며, 2035년까지는 트럭과 대형 픽업트럭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율주행 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내년 중 자사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 ‘실레스틱’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GM은 기존의 자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슈퍼 크루즈는 중앙분리대로 나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으로 운전할 수 있지만 울트라 크루즈는 도심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 콘셉트카 ‘이너스페이스’도 공개했다.
이너스페이스는 2인승 세단 형태로 차량의 전면 유리와 지붕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유리로 만들어져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탑승자가 차에 타거나 내릴 때 좌석이 바깥쪽으로 30도가량 돌아가 승·하차가 수월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스텔란티스의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는 ‘에어플로우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도약을 발표했다. 개선된 드라이브 시스템, 연결된 고객 경험, 첨단 모빌리티 사양 등을 장착한 이번 콘셉트카는 역동적 디자인에서 크라이슬러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약 560~640km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고속 충전 기능을 보유했다.
에어플로우에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STLA 스마트콕핏’이 탑재됐다. 디지털 환경을 통합시켜 완전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해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향상·개선시킨다. 레벨 3 자율주행이 가능한 STLA 오토드라이브도 장착돼 있다. 크라이슬러는 2025년 브랜드 최초의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하고 2028년까지 순수 전기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하며 브랜드의 변혁을 예고했다.
또 다른 스텔란티스 산하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엥은 완전 자율주행 기술과 순수 전기차 기술을 적용한 ‘스케이트’, 초소형 순수 전기차 ‘에이미’ 등을 선보였다. 지프는 브랜드 프리미엄 아이콘 모델인 ‘왜고니어’와 ‘그랜드 왜고니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 ‘랭글러 4xe’ 및 ‘그랜드 체로키 4xe’를 전시했다. 더불어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를 기반에 둔 콘셉트카 ‘매그니토’도 공개했다.
한편, 작년 7월 스텔란티스는 회사의 차량 전동화 계획과 더불어 2025년까지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300억 유로를 투자해 자사 브랜드의 미래를 이끌 혁신적인 기술과 고객 중심 솔루션을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이름을 알린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피스커는 순수 전기 SUV ‘피스커 오션’을 선보였다. 1회 충전 시 약 562km를 주행한다는 피스커 오션은 올해 11월 양산될 계획이다. 피스커는 오션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강조했다. 피스커의 ADAS는 360도 카메라 시스템과 5개의 디지털 레이더, 운전자 모니터링 기술 등으로 구현된다.
디지털 레이더 시스템은 오션 주변에 위치한 5개의 장치를 사용해 카메라의 시야를 확인하고 성능을 향상시킨다. 이 시스템은 악천후와 과도한 햇빛의 인식 수준을 개선해 아날로그 레이더 시스템보다 우수한 성능을 제공한다. 피스커 디지털 레이더는 200m 거리에서 차량을 감지하고 80m 거리에서 보행자를 인지한다.
해당 시스템은 터널, 다리와 같이 명암 대비가 높은 환경에서 주변을 인식하는 기능이 더 뛰어나다. 또한, 자동차, 트럭 및 오토바이 등 다양한 크기와 속도의 물체를 구별하며, 물체를 배경에서 분리해 낮은 도로 장애물도 감지한다.

이번 CES 2022에서 가장 주목받은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소니다. 전자제품 전문 기업 소니는 지난 CES 2020에서 전기 콘셉트카 ‘비전-S’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 구체적인 회사 설립 계획까지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소니는 기존에 공개됐던 세단형 프로토타입 ‘비전-S 01’과 더불어, SUV형 프로토타입 ‘비전-S 02’를 최초로 선보였다. 소니는 비전-S에 자사의 센서, 통신, 엔터테인먼트 기술을 집약했다. 비전-S는 카메라, 라이다 센서 등을 사용해 차량 주변 360도를 실시간 인식하고 분석하며, 차량의 사운드 시스템과 HMI 시스템을 연계해 운전자가 차량과 직관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5G 통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차량을 동기화해 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도입했다.
전자의 강자답게 소니의 자동차에는 고품질의 소니 오디오 시스템과 전면 파노라마 스크린, 개별 뒷좌석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이를 기반으로 음악, 영화 감상뿐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스트리밍 게임 플레이까지 지원된다. 반면, 아무리 부가 기능이 화려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스펙이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비전S-1는 무게 약 2350kg에 최고 속도 약 240km/h, 비전S-2는 무게 약 2480kg에 최고 속도 180km/h다. 두 차량 모두 200kW 용량 모터 2개를 탑재했고 주행가능거리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동안 소니가 완성차 분야에 진출할지, 부품 공급사로 남을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번 CES를 통해 전문가들은 공개된 콘셉트카의 완성도가 상당한 것을 근거로 소니가 직접 완성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