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이동재 기자 |
한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팽창과 함께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차전지 산업 선도국이자 강국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순위를 다투는 기업이 세 개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그 주인공이다.
2020년 한해 전 세계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42.8GWh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는데 그 중, 한국계 3사는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큰 폭으로 점유율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한해 33.5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 시장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려 중국 기업 CATL에 이어 글로벌 2위를 기록했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8.2GWh와 7.7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TOP10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는 한국 대표 배터리 3사의 사업 현황과 비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 최초 4원계 NCMA 배터리 시제품 공개한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폭스바겐 등 유럽 거대 완성차 기업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아우디의 전기차 모델 ‘E-tron’,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D’ 등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특히 ‘2020 세계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퍼포먼스와 럭셔리 부분 2관왕을 차지하면서 주목받은 포르쉐의 첫 전기차 모델 ‘타이칸’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공급 역시 담당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최초로 4원계 양극재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가 적용된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고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배터리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양극재는 NCA, NCM 등 3원계다. NCM은 용량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안정성이 비교적 낮고, NCA는 안정성이 높지만 용량 측면에서 NCM에 뒤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의 NCM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4원계 NCMA를 소개하고 이를 적용한 파우치형 배터리 디자인을 선보였다.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등 배터리 소재 기업 관계자들은 NCMA가 고용량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어 향후 배터리 양극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광양에 연 6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NCMA 공장을 건설 중이고, 엘앤에프도 NCMA 양극재용 라인 건설에 2100억 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뿐 아니라 전자기기, 드론 등에 탑재되는 원통형, 파우치형 배터리도 만들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하나의 폼팩터로 표준화돼 모든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어 보조배터리,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향후 우주 산업에서도 쓰임이 기대된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제조 특성상 다양한 형태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의 디바이스에도 들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행사에서 기존 모듈의 내부 부품을 간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차세대 MPI(Module Pack Intergration) 모듈도 공개했다.
중국 대항 전략 ‘하이니켈 배터리’ 양산 가장 가까운 삼성SDI
삼성SDI는 아우디 E-tron, 포드 쿠가(PHEV), 폭스바겐 파사트 GTE(PGEV) 등 다양한 회사의 전기차 모델에 탑재되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곧 출시될 BMW의 SUV모델 ‘iX’, ‘i4’에는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 GEN.5가 탑재된다.
최근 배터리 업계의 주요한 흐름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비용이 낮은 니켈의 함량을 최대로 늘려 용량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하이니켈 배터리의 개발이다.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3사가 내세운 핵심적인 경쟁 전략이다.
GEN.5는 삼성SDI의 5세대 배터리로, 니켈 함량을 88%까지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다. 삼성SDI는 GEN.5를 탑재한 전기차가 한번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GEN.5를 대량 생산하기 전 일정 양의 배터리를 사전 제작하는 단계를 마무리지었고, BMW는 독일 딩골핑 공장에서 해당 배터리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될 GEN.5는 올 가을부터 BMW에서 출시하는 전기차 iX와 i4에 탑재될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삼성SDI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하이니켈 배터리를 가장 빨리 양산해낸 기업이 된다.
삼성SDI는 ‘EV 배터리 셀 기술 로드맵’을 통해 현재 NCA기반의 기술을 2023년 하이니켈 기반으로 전환, 1번 충전에 700km 주행이 가능하며 80% 충전까지 15분이 걸리는 배터리를 양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2027년에는 1회 충전 시 9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전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SDI는 특히 글로벌 ESS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SNE리서치의 지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ESS 시장에서 삼성SDI는 35%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ESS를 설치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세액공제를 기존 20%에서 26%로 확대하면서 삼성SDI의 미국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편,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행사에 참석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SDI가 투자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것에 비춰, 전 사장의 발언이 미국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NCM 기반 최초, 니켈 함량 90% 달성한 파우치형 배터리 양산 앞둔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현대자동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 등에 주로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순수 국산 전기차,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는 주행거리가 429km에 달하고 고속 충전을 하면 15분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39년 연속 픽업트럭 부분 판매 1위를 기록한 포드의 F-150의 전동화 모델에 SK이노베이션의 NCM9이 탑재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회사의 배터리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배터리에 대해 “그동안 2억7천여 개의 배터리 셀을 공급하면서 단 한 차례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안정성을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 이유로 분리막, Z폴딩 기법, 열 확산 방지 기술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은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리지(SKIET)가 독자적인 기술로 제조하는데, 머리카락의 25분의 1 수준인 5마이크로미터의 두께로 얇게 만든다.
분리막을 얇게 만들수록 이온이 활발하게 이동해 배터리 출력이 높아지고 충전 속도가 빨라지는데,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제조 기술은 충전 효율에 더해 안정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Z폴딩 기법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Z’자 모양을 따라 지그재그로 쌓는 적층 기법이다. 양극과 음극을 완전히 포개는 형태로 감싸며 균등한 적층이 가능해 두 소재가 접촉하는 가능성을 현저히 줄이고 화재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열 확산 방지 기술은 배터리 팩 안에서 셀이 파손됐을 때 발생한 불이 주변의 셀로 옮겨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술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배터리에 하나씩 있던 양극과 음극 탭을 두 개로 늘려 충전 속도를 높인 멀티탭 기술과 이를 적용한 급속충전 기술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탭을 두 개로 늘렸을 시 전자의 이동거리가 줄어들고 저항을 덜 받게 돼, 15분이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당사는 올해 NCM 기반 배터리로서는 처음,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순수 파우치형 배터리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포드 F-150에 탑재될 NCM9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본 행사에서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니켈 함량을 94%까지 끌어올린 NCM 배터리를 개발해 순수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 제2공장 투자를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그린론으로 5억 달러를 차입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올해 3분기에는 이반차(Ivancsa)에 연산 30GWh 규모의 제3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