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설비가 늘어도 공정과 공정 사이에는 여전히 작업자가 필요하다.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코봇) 등과 같은 기존 고정형 로봇은 자신이 배치된 자리에서 작업하고, 자율주행로봇(AMR)은 정해진 목적지까지 물건을 나른다. 그러나 물건을 꺼내 다음 설비·공정으로 넘기고, 버튼을 누른 후, 다른 작업으로 이어주는 구간은 다시 작업자의 몫이 된다.
국내 로봇 플랫폼 업체 뉴빌리티가 자사 자율주행로봇(AMR) ‘뉴비(Neubi)’를 실제 현장에 투입하며 마주한 한계도 여기서 시작됐다. 이동만으로는 하나의 업무를 끝까지 완결하기 어려웠다는 게 사측의 분석이다.
지난 29일 공개된 상체형 양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플랫폼 ‘빌리(Billi)’는 이 빈칸을 겨냥한다.
실제로 이날 빌리는 작업 지점까지 이동한 뒤 선반 앞에 멈췄다. 곧바로 팔을 내미는 대신 작업 위치를 잡고 상체·팔을 움직여 물체를 처리했다. 작업을 마친 뒤에는 양팔을 몸쪽으로 접고 상체를 낮춰 다시 이동 가능한 자세로 전환했다. 이동·접근·조작·적재를 따로 떼지 않고 잇는 과정이다.
두 다리 대신 바퀴(Wheel)를 달고, 높낮이를 조절하는 상체와 360° 회전 구조, 양팔과 모듈형 적재부를 결합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의 외형을 닮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이 쓰는 공간과 설비 사이에서 실제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회사 측의 후문이다.
뉴비로 쌓은 공간 이해와 이동 경험에 별도의 조작(Manipulation) 데이터와 스킬 체계를 결합한 구조. 자동화 설비 사이에 남은 물리적 작업까지 로봇이 이어받겠다는 전략이다.

▲ 작업 공간으로 이동하는 빌리.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14만km 달려보니...실제 환경 데이터가 자산으로 가치↑
뉴빌리티가 빌리 개발에 앞서 확보한 자산은 실제 공간에서 로봇을 가동한 경험이다. 사측에 따르면, 뉴비는 그동안 국내외 150곳 이상의 서비스 현장에 투입됐다. 생산·운영 규모는 400대 이상, 누적 자율주행 거리는 14만킬로미터(km)를 넘어섰다. 현재 운영 수준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억4500만 건의 시간·공간·인지 데이터가 생성된다는 설명이다.
강기혁 뉴빌리티 대표는 이 숫자보다 데이터가 쌓인 조건에 주목했다. 실제 서비스 공간에서는 보행자·차량이 오가고, 장애물 위치와 이동 경로가 뒤바뀐다. 계획하지 않은 예외 상황도 반복해서 발생한다.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쌓인 경험을 두고 단순한 주행 기록이 핵심이 아니라고 했다. 로봇이 현실 공간을 이해하는 기반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측이 현장 배치를 먼저 택하고, 운영 과정에서 기능을 다시 고도화해온 배경이다.


▲ 지난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판교역 일대에서 기자와 만난 뉴비. 다양한 서비스 활동을 하면서도 세상을 배우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같은 기술 방향성은 기존 뉴비 사업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한 이상민 당시 뉴빌리티 대표이사(현 의장)는 “도심에서의 배송 성공 경험은 혹독한 환경에서의 시험을 통과한 것과 같다”며 실제 서비스 공간에서 확보한 경험을 제조 현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시 뉴빌리티는 물류의 최종 배송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부터 제조·물류 내부 이송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측은 뉴비를 각종 현장에 투입할수록 자율주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간도 생긴다는 점을 확인했다. 강 대표는 배달·순찰 사업을 운영하며 “이동만 해서는 명확하게 사용자의 투자수익률(ROI)을 달성해주기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능력에 더해 그곳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뉴빌리티가 풀려는 문제도 ‘잘 이동하는 로봇’에서 ‘이동한 뒤 직접 일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확장됐다. 엘리베이터는 이러한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뉴비 역시 플랫폼 연동을 통해 층간 이동 기능을 구현해왔지만, 엘리베이터 제조사마다 통신 규약(Protocol)과 적용 조건이 달라 새로운 현장에 들어갈 때마다 별도 연동 작업이 필요했다.
김락희 뉴빌리티 제품총괄(PO)은 이 점을 빌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빌리에는 특정 시스템과의 디지털 연동만 기다리지 않고, 사람이 하듯 버튼을 직접 조작해 이동을 이어가는 방식까지 고려됐다.
김 PO는 또 제조·물류 현장의 자동화 과정에서도 비슷한 공백이 반복된다고 짚었다. 개별 설비와 AMR이 각자의 기능을 자동화해도, 한 공정에서 다음 공정으로 작업물을 옮기고 다시 설비에 투입하는 연결 과정에는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고정된 위치에서 동일 동작을 반복한다면, 코봇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빌리가 겨냥하는 영역은 이동과 여러 조작을 하나의 작업 시나리오 안에서 이어야 하는 구간에 있다는 얘기다.
다만 뉴비가 실제 공간을 달리며 쌓은 약 14만km의 경험이 곧바로 빌리의 ‘손’이 된 것은 아니다. 이동·공간을 이해하는 데이터 위에 별도의 조작 경험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다음 기술 과제로 남았다.
“어디서 어떻게 쥐어야 돼?” 공간 인식에서 조작으로 시선 옮기다
강기혁 대표는 뉴비가 쌓아온 주행·공간 데이터와 물체를 잡고 옮기는 조작 데이터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물리 작업을 수행하려면 별도의 조작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 대신 두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은 로봇이 일하게 될 ‘공간’이다.
사람이 물건 하나를 집을 때도 손부터 움직이지 않는다. 대상이 어디에 놓였는지 확인하고, 어느 위치까지 접근해야 하는지 판단한 뒤 몸의 자세를 잡는다. 이후 팔·손을 움직여야 작업이 성립한다. 뉴빌리티는 뉴비가 실제 현장에서 축적한 이동 경험을 이 과정의 앞단, 즉 공간을 이해하고 작업 가능한 위치를 찾는 지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서로 다른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공통의 공간 이해 능력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공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고도화하고 있다. 뉴비가 현장에서 수집한 공간·주행 경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론인데, 이를 다른 공간과 다종·이기종 로봇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학습하는 접근법이다. 빌리에서는 여기에 물체 인식과 팔·손의 조작 능력이 결합된다.
조작 데이터는 별도의 경로로 확보한다. 김락희 PO는 사측이 성수피지컬AI센터에서 다양한 작업에 필요한 몸·손의 학습 데이터를 지속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향후 각 산업 현장에서 진행할 개념증명(PoC)을 통해 작업별 데이터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시연에서도 이러한 순서가 드러났다. 선반 앞에 도착한 빌리는 먼저 작업 대상과 자신의 위치를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상체·팔을 움직여 작업을 이어갔다. 김 PO에 의하면, 빌리는 자신의 위치·자세를 비롯해 주변 공간, 눈앞 물체 등을 인식한 뒤 어떤 방식과 순서로 작업할지를 결정한다. 실제 몸을 움직이는 제어는 그 이후 단계다.
뉴빌리티는 이를 인지(Perception)·판단(Decision)·제어(Control)가 이어지는 구조로 설명한다. 특히 이동·조작을 서로 다른 기능으로 분리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김 PO는 “물체를 집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잘못된 위치에 서 있거나 잘못된 각도로 접근하면 작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로봇 팔(Robot Arm) 자체의 성능만 높이는 대신, 작업하기 좋은 위치까지 이동하고 자세를 만든 뒤 조작을 연결해야 완결성이 확보된다는 의견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과업은 여러 개의 세부 기능으로 나뉜다. 뉴빌리티는 이를 스킬셋(Skill Set)으로 정의했다. 작업 대상 확인, 접근, 자세 조정, 파지, 적재, 이동에 이르는 행동을 각각의 기능 단위(Skill)로 구분하고, 현재 상황과 목표에 맞춰 필요한 기능과 실행 순서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작업 조건이 달라질 때마다 필요한 기능을 꺼내 단일 작업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구조다.
완성된 동작을 한 번 만들어 그대로 반복하는 방식과도 거리를 둔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 대상의 위치가 달라지거나 물체를 예상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는 시각에서다.
김 PO는 이때 로봇이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다시 선택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봤다. 그는 “로봇에게 자율성이란 예상과 다른 상황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동작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실행한 결과를 다시 인식하고, 필요하면 자세나 동작을 조정하는 과정까지 작업의 일부로 본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작업을 마친 데이터만 학습 자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강기혁 대표는 파지 실패,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 작업 조건 변화 등과 같은 예외 상황까지 수집한다고 밝혔다. 이후 어떤 기능 단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이를 다시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업 수행 능력을 높이는 메커니즘도 덧붙였다.
뉴비는 먼저 현장에 투입된 뒤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발견되는 변수를 반영하며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해왔다. 빌리에서는 이 같은 개발 방식이 이동부터 조작 영역까지 확대된다.


▲ 실제로 빌리는 물체를 집어 작업을 수행한 후 팔을 접고 상체를 낮춰 주행 자세로 전환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러한 방향은 뉴빌리티가 이전부터 제시해온 로봇 활용 구상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상민 의장은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을 특정 용도가 아닌 범용의 노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제시했던 ‘범용 로봇’의 방향성이 빌리에서는 이동·조작을 하나로 연결하는 형태로 구체화된 셈이다.
이렇게 공간을 읽고 작업 순서를 결정하는 지능이 마련되면서, 다음은 자연스럽게 이를 어떤 몸으로 구현할 것인가로 확장된다. 뉴빌리티가 빌리에 두 다리 대신 바퀴를 달고, 높이를 바꾸는 상체, 회전 구조, 양팔, 적재함을 결합한 배경도 이 작업 방식에서 출발한다.
"손은 거들 뿐" 신체 부위별 과업 분담이 상용화 승부수?
빌리의 하드웨어 전략도 같은 결이다. 모든 기능을 최적화하는 것보다, 작업 단계마다 필요한 역할을 나눈 후 현장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수준에 맞춰 구성요소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빌리가 직접 들어 조작하는 물체의 하중은 15kg 미만이다. 반면 적재부를 활용한 운반은 최대 60kg까지 대응한다.
팔로 물체를 계속 들어 이동하는 대신 필요한 조작을 마친 뒤 적재부로 넘기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로봇 팔의 가반하중(Payload) 자체를 키우는 설계 대신, 실제 과업 수행 흐름에서 필요한 조작·이동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데 무게를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빌리 팔 끝단에 탑재되는 말단 도구, 즉 엔드이펙터(End-effector)도 여러 형태로 세분화해 적용될 수 있다. 강기혁 대표는 빌리가 수행할 작업에 따라 로봇 핸드를 적용할 수도 있고, 단순 파지에 적합한 그리퍼(Gripper)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엔드이펙터 관련 외부 파트너사의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 역시 열어뒀다. 그는 빠른 상용화를 우선하는 만큼 처음부터 모든 구성요소를 자체 개발하는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기적으로 핵심 요소를 자체 기술로 확보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현재의 우선순위는 부품 내재화율을 높이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장마다 다른 작업 조건에 맞춰 필요한 도구를 빠르게 조합하고, 실제 업무 수행 가능성을 먼저 검증하는 쪽이다. 빌리의 하드웨어가 유연한 호환성을 갖춘 플랫폼으로 설계되는 배경이다.
이 같은 판단은 이족 보행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뉴빌리티는 장기적으로 두 다리를 사용하는 로봇이 필요한 영역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현재 겨냥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안정적인 이동 및 작업 수행, 빠른 현장 투입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구승환 뉴빌리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족 보행 기술 활용을 미루는 선택이 아니라, 사업을 빠르게 전개하고 실질적인 효용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이 같은 전략을 내비쳤다.
구 CSO는 지금 이족 보행이 요구되는 작업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계단이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처럼 두 다리가 반드시 필요한 환경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모든 산업 현장에 동일하게 적용할 이유는 없다는 해석이다. 뉴빌리티는 이러한 수요가 명확해지는 시점에 이족 보행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표하며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선택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생산성과 운영 안정성으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이어지는 PoC에서 검증될 전망이다.
수치로 입증하라...‘작업자 업무 대체’ 향한 실증 로드맵
앞으로 빌리의 주요 시험대는 실제 도입 성과다. 뉴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식음료(F&B) 제조, 물류·유통, 교통 복합시설 등을 중심으로 PoC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정밀 제조를 포함한 추가 산업군과의 적용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각 현장에서 요구하는 업무 수행 수준과 운영 안정성을 수치로 확인하는 단계다.
사측은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을 크게 네 단계로 구분했다.
구승환 CSO에 따르면, 첫 단계에서는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핵심성과지표(KPI) 대비 최대 40% 수준을 기준으로 검증을 시작한다. 이후 단계별로 성능을 높여 마지막 단계에서는 업무에 따라 사람 대비 80~95% 수준까지 KPI 달성을 목표로 한다. 현장 업무 특성에 맞춰 KPI를 따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번에 처리하는 작업량만큼 중요한 지표는 가동 시간이다. 뉴빌리티가 현재 예상하는 빌리 한 대의 작업 가능 시간은 업무 조건에 따라 약 4~6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고정된 위치에서 작업하는지, 작업 과정에서 이동이 얼마나 포함되는지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측은 휴게시간 등을 제외한 작업자의 실질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놓으면, 한 명의 작업자가 맡던 업무량을 어느 정도 담당할 수 있을지 비교할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인 실증(Pilot) 규모도 일부 제시됐다. CJ제일제당 관련 PoC는 연내 빌리 한 대를 투입해 실제 작업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구 CSO는 전체 배치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수량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단기적으로 최대 수백 대 수준의 빌리를 투입하는 계획을 언급했다. 초기 실증 결과가 실제 도입 물량으로 연결되는지가 상용화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기체 수가 늘어나면 로봇 자체의 성능과 별개로 운영 체계도 필요해진다. 뉴빌리티는 NCC를 기반으로 자사 로봇의 운영·모니터링·유지보수 등을 통합했다. 이를 로보틱스 전환(RX) 솔루션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하드웨어가 변해도 소프트웨어는 하나, 공통 플랫폼이 만드는 ‘확장성’
본지는 이날 현장에서 빌리의 관제 범위와 도입 고객의 운용 방식을 추가로 확인했다. 기존 뉴비가 이동을 중심으로 운영돼온 만큼, 조작 기능이 더해진 빌리에서는 NCC의 역할도 달라지는지가 그 핵심이다.
NCC의 역할은 빌리 공개 이전부터 확장되고 있었다. 지난 5월 ‘아마존웹서비스 서밋 서울 2026(AWS Summit Seoul 2026)’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황은비 뉴빌리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자사 배달·순찰 서비스를 하나의 관제 체계 안에서 운영하는 구조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배달 전용 뉴비 ‘뉴비 플로우(Neubi Flow)’가 임무를 수행하면 실시간 위치·주행 상태와 카메라 영상이 NCC로 전달됐다. 순찰 로봇이 화재, 쓰러진 사람, 도로 위 장애물 등을 감지한 경우에도 관련 정보가 같은 관제 체계로 모였다. 황 담당은 당시 “모든 서비스가 NCC 안에서 통합 운영되고 있다”며 향후 제조·물류 현장은 물론 타사 로봇까지 함께 제어할 수 있다는 확장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체 형태가 달라져도 소프트웨어 기반을 공유한다는 전략도 이 자리에서 확인됐다. 뉴빌리티는 외부 사족 보행 로봇 플랫폼에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뉴온(NeuOn)’을 접목해 시연했다. 황 담당은 하부 폼팩터가 바뀌더라도 뉴온을 통해 자율주행과 조종·제어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바퀴형 AMR이든 사족 보행 로봇이든 기체 자체보다 이동·관제 소프트웨어를 공통 기반으로 가져가겠다는 접근이다.
빌리의 등장은 여기서 NCC가 다뤄야 할 대상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주행하는 빌리의 위치·상태뿐 아니라, 실제 물리 작업을 수행하는 조작부까지 관리 영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Q. 기존 뉴비와 비교했을 때, 빌리의 NCC 관제에서 달라진 점?
A. 뉴비 중심 체제에서는 주행 관련 지원이 관제의 중심이었습니다. 현재 위치, 주행 상태 등 뉴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임무 수행 중 발생한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이 주요했습니다.
빌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목적지까지 이동한 후 물체를 집고 옮기는 실제 작업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NCC에서도 이 조작 과정에 대한 지원이 추가돼야 합니다. 빌리가 물체를 다루는 과정과 조작 중 지원이 필요한 상황까지 관제에서 확인 가능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현재는 빌리의 조작 상태를 확인·지원하기 위한 별도 사용자 화면(UI)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주행 중심으로 운영하던 관제 체계에 물리 작업 관련 기능을 더하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빌리가 기존 뉴비 대비 활약 무대가 확장됐기에, NCC 역시 주행 이후의 작업까지 지원하도록 확장하고 있어요.
Q. 팔·손 등 관제 범위가 기존보다 넓어진 만큼, 사용자 입장에서 운용이 복잡해질 것 같은데.
A. 내부적으로 확인·지원해야 하는 항목은 분명 늘어납니다. 기존에는 주행 상태를 중심으로 로봇의 운용 상황을 파악했다면, 빌리 관제 과정은 각종 조작 과정까지 함께 지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 복잡성을 사용자에게 그대로 넘기는 방향은 아닙니다.
사용자 내부 인프라에 솔루션을 직접 구축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을 제외하면, 관제는 저희가 서비스 형태로 제공합니다. 빌리의 조작 과정에서 필요한 관제 지원 역시 자사 인프라가 담당합니다. 사용자가 빌리의 세부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별도의 복잡한 관제 체계를 직접 운용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죠. 로봇에 필요한 업무를 맡기고 이를 활용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방향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가능한 배경에는 공통 소프트웨어 기반이 있습니다. 뉴비와 같은 바퀴형 AMR부터 사족 보행 로봇, 빌리처럼 조작부를 갖춘 로봇까지 기체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뉴온·NCC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제어·관제 기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로봇 폼팩터가 등장할 때마다 전체 기술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로봇(SDR)’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로봇의 기능을 특정 하드웨어에 고정하는 대신 공통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필요한 기능을 추가·확장하는 개념입니다. 기체의 외형이나 맡는 업무가 바뀌면 그에 필요한 기능을 소프트웨어 기반 위에 더하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한편, 뉴빌리티는 ▲빌리 플로우(Billi Flow) ▲빌리 실드(Billi Shield) ▲빌리 워크(Billi Work) ▲빌리 홈(Billi Home)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순서대로 물류·이송 업무용 모델, 순찰·안전 대응 기체, 제조·산업용 폼팩터, 가정·생활 전용 로봇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청사진이다.
후속 제품의 구체적인 공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측은 워크·홈 등을 포함한 빌리의 후속 시리즈 개발 준비가 완료되는 시점에 별도로 소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