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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부터 사지 마라”…중소 제조기업 AX, ‘돈 새는 공정’부터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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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보다 파일럿…작은 성공이 현장 저항 낮춘다

생산성만으로는 부족…보안·산업안전까지 AX 범위 확대

 

인력난과 원가 상승, 납기 압박, 품질 경쟁에 직면한 국내 제조업에서 인공지능 전환(AX)이 새로운 생산성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 현장의 AX는 단순히 최신 AI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의 손실 요인을 먼저 찾아내고, 분산된 데이터를 연결한 뒤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검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산대학교 K-하이테크 플랫폼 사업단은 지난 9월 8일 군산대 새만금캠퍼스 세미나실에서 중소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과 디지털 전환(DX), AX 전략을 다루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군산 및 인근 지역 중소제조기업 임원과 지자체·유관기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첫 번째 연사로 나선 4차산업혁명연구소 한석희 소장은 ‘현장 저항을 줄이는 디지털 전환 공감과 소통 전략’을 주제로 제조 현장의 DX·AX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은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하는 AX 성공 사례 만들기’를 주제로 중소 제조기업이 AX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접근법을 제시했다.

 

DX 넘어 AX로…제조혁신의 무게중심 ‘관리’에서 ‘성과’로

 

한석희 소장은 제조기업이 디지털 제조와 스마트공장, DX를 거쳐 AX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술 자체보다 기업의 판단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DX는 이전에 관리를 잘하는 역량을 도와준다고 했으면 AX는 실제로 돈을 벌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DX가 데이터 수집과 공정 가시화, 관리 효율화에 무게를 뒀다면 AX는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생산 조건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단계라는 의미다.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작업 이력과 토크 데이터, 설비 정보 등이 개별적으로 관리될 경우 데이터가 쌓여도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한 소장은 설비·공정 데이터를 MES와 연결하고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생산 세팅값 추천, 공구·금형 수명 관리 등 실제 현장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AX의 핵심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해 현장의 판단과 실행으로 전환하느냐’에 있다는 설명이다.

 

 

MES에 AI 결합…공정 데이터가 ‘의사결정 데이터’로

 

강연에서는 자동차 부품기업 GSM메탈 사례도 소개됐다. 한 소장에 따르면 이 기업은 조립·압입 등 일부 공정의 수동 선별과 분산된 데이터 관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와 AX 관련 활동을 추진했다. 협동로봇과 서보프레스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MES와 연계하고, 작업 이력과 토크 데이터 등을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생산 세팅을 추천하고 공구와 금형의 수명 관리까지 연계했다. 한 소장은 이러한 변화 이후 공정 품질과 공장 가동률이 개선되고 수주 대응과 납기 준수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중소 제조기업의 AX가 반드시 대규모 AI 시스템에서 출발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불량과 재작업, 설비 비가동, 납기 차질 등 비용을 발생시키는 구체적인 문제를 찾아 데이터 기반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우리 공장에서 어디서 돈이 새고 있나”

 

두 번째 연사인 박한구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명예회장도 비슷한 관점에서 AX의 출발점을 ‘문제 정의’에서 찾았다. 박 명예회장은 “우리 회사에서 돈이 가장 많이 새고 있는 데가 뭔가를 한번 생각해 보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제조기업이 AI 기술을 검토하기에 앞서 자사 공장의 손실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 현장에서는 불량과 비가동, 재작업, 자재 손실, 작업 지연 등 다양한 비용 요인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여러 공정과 시스템에 흩어져 있어 전체 규모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따라서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가’보다 ‘어떤 문제를 AI와 데이터로 해결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박 명예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중소 제조기업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중요하다. 전 공정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손실이 크고 개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을 우선 선정하는 것이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구축보다 파일럿…‘작은 성공’부터 검증

 

박 명예회장은 AX 도입 방법으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특정 공정이나 설비, 문제를 선정해 작은 규모로 AX를 적용하고 성과를 검증한 뒤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현장 구성원에게 기술의 효과를 직접 확인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불량 감소나 작업시간 단축, 설비 가동률 개선 등 구체적인 성과가 확인되면 후속 투자의 판단 근거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대규모 구축보다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한석희 소장이 강조한 단계적 추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제조 AX는 한 번에 공장 전체를 바꾸는 프로젝트라기보다 작은 성공 사례를 반복하고 확산하면서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생산성만 높이면 끝? 보안·산업안전도 AX 핵심 과제로

 

AX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보안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생산 데이터와 설비 운영 정보, 품질 이력, 고객 관련 정보, 제조 노하우가 클라우드 및 외부 시스템과 연결되면 접근 권한과 데이터 보호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박 명예회장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AX 추진 과정에서 클라우드와 보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특히 외주 작업자가 투입되는 제조 현장에서는 작업자별 자격과 작업 이력, 위험구역 출입, 작업 허가 등 안전관리 정보를 보다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와 AI를 생산성뿐 아니라 작업 허가와 위험 관리 체계에 연계하는 방안도 제조 AX의 활용 영역으로 제시됐다.

 

결국 중소 제조기업의 AX 경쟁력은 최신 AI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정의하고 데이터로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두 연사가 제시한 방향도 이 지점에서 만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손실이 큰 공정을 찾아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성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여기에 보안과 안전, 현장 구성원의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지속적인 확산이 가능하다.

 

스마트공장이 데이터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제조 AX의 다음 과제는 그 데이터를 실제 품질·원가·납기·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AI 도입 자체보다 ‘어디에, 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제조기업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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