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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듣다] ″AI 검사장비의 눈은 결국 데이터가 만듭니다″

요리사에서 AI 검사기 데이터모델링팀 팀장까지, 아이벡스 정유빈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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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물류 창고, 개발자로 가득한 회의실—아직도 많은 산업 현장에서 여성은 소수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때로는 거침없이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듣다'는 남성이 다수인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매달 한 명씩 만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고 배우며 성장해온 진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비전 AI 기반 품질 검사∙로보틱스 산업용 피지컬 AI 기업 아이벡스(AIVEX)에서 데이터모델링팀을 이끄는 정유빈 팀장입니다.


 

제조 현장에서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 불량을 찾아내고, 결함을 판별하며, 현장의 데이터를 고성능 AI 모델로 만들어내는 사람들 한가운데에 정유빈 팀장이 있다. 아이벡스(AIVEX) 딥러닝 테크그룹의 데이터모델링팀을 이끄는 그는, 29살의 나이에 이미 6년 차 베테랑이다. 요리사로 3년, 아이벡스에서 다시 6년. 전혀 다른 두 세계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총알을 만드는 팀
아이벡스는 2020년 설립된 산업용 피지컬 AI 기업이다. 제조 현장에서 사람의 눈으로 해오던 육안 검사를 딥러닝 기반 비전 AI가 대신하는 'AI 검사'로 출발해, 지금은 AI 로보틱스, 그리고 AI 모델의 운영과 검사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AI 운영·데이터 플랫폼(MLOps)까지 세 개의 사업 축을 갖췄다. 현장에서 쌓인 데이터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그 모델이 다시 로봇과 현장 운영으로 연결되는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구조가 이 회사의 차별점이다. 정 팀장이 속한 DL 테크그룹 데이터모델링팀은 그중에서도 AI 검사 사업의 출발점인 '데이터'를 책임지는 팀이다.

 

"저희 팀은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시료를 실물로 보고 불량이 어떤 것인지 확인한 뒤, 광학계로 찍은 이미지를 레이블링하고 학습까지 합니다. 모델 배포, 성능 확인, 고객사 대응까지 하는 팀이에요."

 

말은 간단하지만 일의 범위는 넓다. 고객사 현장에서 실제 시료를 보며 어떤 것이 불량이고 어디까지를 양품으로 볼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레이블링 가이드로 문서화한다.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하던 육안 검사 기준을 하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광학계로 촬영한 이미지를 그 기준에 맞춰 레이블링해 학습 데이터셋을 만들고, 모델을 학습·검증한 뒤 현장 장비에 배포한다. 배포 후에는 미검(불량을 놓치는 것)과 과검(양품을 불량으로 잡는 것) 비율 같은 성능 지표를 확인하고, 새로운 불량 유형이 나오면 데이터를 보강해 다시 학습시킨다. 고객사 검사 담당자 교육과 데이터 관리도 이 팀의 몫이다. 검사장비가 결국 '어떤 눈'을 갖게 될지는 이 팀이 만드는 데이터가 결정한다. 어찌 보면 개발팀이 만든 솔루션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팀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 팀장은 이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딥러닝 개발팀이 총을 들고 싸우는 거라면, 저희는 총알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팀이에요. 고객사에 직접 찾아가 시료를 보고, 육안 검사자의 기준을 이해하고, 그걸 데이터로 만들어내는 일이 저희 것이죠. 저희 없이는 총알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아요."

 

요리사에서 AI기업 팀장까지
정유빈 팀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고등학생 때 잠깐 모델 일을 하다가, 스무 살부터 3년간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아이벡스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회사 전체 인원이 11명이던 시절, 그는 열두 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다. 회사는 지금 90명이 넘는 조직이 됐다.

 

"처음엔 레이블링이 그냥 그림 그리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하다 보니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다루는 검사 장비와 이미지 데이터의 복잡도도 달라지고, 고객사 현장에 나가는 일도 잦아졌죠."

 

2년 차 무렵에는 딥러닝 테크 그룹장과 함께 폴란드 고객사에 약 3개월간 파견을 나갔다. 장비 납품 현장에서 바로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경험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터닝포인트였다.

 

"레이블링과 학습뿐 아니라 전체 개발 프로세스의 연결고리를 그때 배웠어요. 어떻게 연결되는지, 각 팀이 무엇을 하는지. 폴란드에서 돌아오고 얼마 뒤 팀장을 맡게 됐어요."

 

 

눈칫밥이 만든 실력
"저는 눈치가 빨라요." 정 팀장은 자신의 성장 비결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개발 전공자 출신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대화를 잘 듣고 업무의 연결고리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자신의 무기였다고 했다.

 

"이 사람이 이걸 하면, 결국 저 사람이랑 연결된다는 걸 캐치해요. 직접 개발을 하지는 못해도, 시스템 전체의 연결 구조를 빠르게 이해하는 게 저한테는 큰 능력이었던 것 같아요."

 

주방 3년이 그 능력을 단련시켰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요리 현장에서는 눈칫밥을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몸이 힘들고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익힌 순발력이, 데이터 현장에서도 그대로 발휘됐다.

 

기죽지 않는 것이 답이다
제조 현장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공간이다. 26살에 팀장을 달고 고객사를 찾아가면, 그 자체로 선입견의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 팀장은 그 벽을 다른 방식으로 넘는다.

 

"가면 일단 최대한 겸손한 태도를 취해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친해질 수 있는지 살피고, 맞을 것 같으면 최대한 친절하게 대합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친해진 고객사들이 많아요."

 

물론 그녀 역시 초창기 한 고객사 담당자에게 부당한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 순간 정 팀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복귀 후 대표에게 그 상황을 직접 보고했다.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이 그녀의 전략이었다.

 

"내가 기죽은 걸 보이면 그때부터 무시해요. 기죽지 않는 게 답이에요.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형식적인 사과나 불필요한 죄송합니다는 안 써요. 저는 팀원들한테도 기 죽게 행동하지 말라고 해요."

 

 

아이벡스, 그리고 앞으로
현재 정 팀장이 이끄는 팀은 7명이다. 여성 중심으로 구성됐던 초기와 달리, 출장 업무 비중이 늘면서 남성 팀원도 영입했다. 고객사 교육, 모델 성능 검증, 데이터 관리까지 팀의 역할은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아이벡스도 검사에서 축적한 비전 AI 기술을 바깥으로 넓히고 있다. AI 로보틱스 사업은 비전 AI가 좌표를 잡아주는 로봇 자동화부터 모방·강화학습 기반 정밀 조립까지 영역을 넓히며 양산 라인 적용 사례를 만들고 있고, 검사 결과를 모니터링·분석하고 모델 운영을 자동화하는 AI 운영·데이터 플랫폼도 제품화됐다. 검사 분야에서만 PoC 90건 이상, 양산 라인 적용 35건 이상의 실적을 쌓았고, 로봇 양산 적용도 15건에 이른다. 적용 산업 역시 제조업을 넘어 확장 중이다.

 

 

기술력만큼 눈에 띄는 것이 사내 문화다. 아이벡스는 대표부터 인턴까지 모두 '님'으로 부르는 수평적 호칭 문화를 운영한다. 코어타임(오전 10시 30분~오후 4시 30분) 외에는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몰입 환경에도 공을 들였다. 고급의자와 데스크는 물론이고 사내에 필라테스 전문 강사를 초빙해 주 2회 소그룹 수업을 운영한다. 양재 단독 사옥 안에는 포커스룸·안마의자·라운지 등 휴게 공간도 갖췄다. 이런 복지 체계를 인정받아 2023년 한국성장금융이 주관하는 '착한일자리 기업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팀장은 회사의 기술력과 문화 모두가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저희가 고객사에서 정말 좋은 피드백을 받아요. 한번 쓰면 계속 쓰시거든요. 그런데 그게 밖에는 아직 잘 안 알려진 것 같아요. 솔루션도 좋고, 함께 일하는 문화도 좋은데. 더 많은 분야에서 저희를 찾아줬으면 해요."

 

Mini Profile
정유빈 | 아이벡스 DL 테크그룹 데이터모델링팀 팀장 | ESFP

 

"최대한 예의는 갖추되,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호에서 또 다른 업계의 그녀를 만나봅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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