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로봇 한 대가 움직이는 순간 여러 기술이 동시에 작동한다. 통신망은 작업 명령과 센서 데이터를 전달한다. 카메라·인공지능(AI)은 사람·장애물·화물 등의 위치를 찾고, 모터(Motor)·감속기(Reducer)는 전달되는 힘을 바퀴·관절에 전달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또 다른 작업이 시작된다. 로봇 팔(Robot Arm)이 대상물의 크기·방향을 확인한다. 이후 팔 끝단에 달린 그리퍼(Gripper)가 대상물을 집고, 적재 알고리즘이 빈 공간을 계산한다. 운반·하역·적재가 연결돼 하나의 물류 공정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공급망 자동화의 미래 모습도 로봇 한 대에서 공정 전체로 확장된 모습이다. 로봇 업체는 자율주행·관제·제어를 한데 엮는 융합 과정을 거친다. 아울러 통신·부품·시스템통합(SI) 업체도 로봇이 멈추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기반을 구축한다.
이러한 기법들이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전시장 킨텍스에서 공개됐다. ‘제6회 국제 운송·공급망관리 산업전(SCM FAIR 2026)’이 그 격전지. 전시장에는 프라이빗 5G(Private 5G), 에지 AI(Edge AI), 자율주행로봇(AMR),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 팔레타이징(Palletizing) 로봇, 마그네틱 그리퍼 등이 배치됐다. 통신·판단·이동·파지·적재로 이어지는 물류 자동화의 구성 요소가 한자리에 펼쳐진 것.
물류 현장의 이동 자동화 확장세가 매섭다. 로봇·설비·장비가 작업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망부터 카메라 영상을 현장에서 분석하는 에지 AI까지 구체화되는 중인 적용 영역이다.
높은 선반과 적재물이 통신을 방해하고, 작업자·지게차가 로봇의 이동 경로에 수시로 진입하는 것이 물류 현장이다. 화물의 크기·무게와 설비 배치도 일정하지 않다. 이에 끊김 없는 연결부터 빠른 상황 판단, 안정적인 동력 전달이 로봇의 실제 가동률을 좌우하게 된다.
관련 업체는 통신 범위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제한된 차체 공간에 들어가는 구동부(Actuator)를 전파하고 있다. 운반 대상에 따라 적재 중량과 상부 구조를 달리한 AMR도 여러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로봇의 전체 운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이 이동 자동화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 에티버스이피에이 > 위험 현장에 투입된 사족 보행 로봇, 연결은 5G 통신망으로
산업용 통신 인프라 업체 에티버스이피에이는 ‘삼성전자’의 프라이빗 5G 장비와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보틱스 부문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한 부스에 배치했다.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에 해당 로봇을 투입하고,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전용 통신망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현장 시연에서는 스팟이 전시장 통로를 이동했다. 네 개의 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며 방향을 바꾸고, 상단에 로봇 팔을 장착한 기체는 몸체의 높이와 팔의 작업 범위를 조절했다. 바닥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도 자세를 유지했다.
이때 스팟은 계단·경사면·통로 등을 이동하는 모델이다. 라이다(LiDAR)·카메라·센서 등 기술 요소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방진·방수 성능은 ‘IP66’ 등급이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90분 이상 임무를 수행한다.


▲ 스팟이 통로를 이동하고(좌), 로봇 팔을 들어 작업 범위를 조절하고 있다(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스팟이 향하는 곳은 설비·배관·전기 장비가 밀집해 작업자가 들어가기 어려운 구역이다. 작업자를 대신해 설비 상태를 확인하고 열화상·가스·소음 데이터를 수집한다. 보안 순찰, 침입 감지, 원격 작업 지원도 주요 활용 분야다.
이 로봇이 작업 구역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통신망의 역할은 커진다. 현장에 설치된 카메라·센서는 고해상도 영상과 상태 데이터를 지속 생성한다. 로봇을 원격으로 운용하는 작업자는 이 정보를 확인한 뒤 이동 경로와 작업 명령을 다시 로봇에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 지연·단절은 데이터 확인과 로봇 제어의 중단으로 직결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프라이빗 5G망은 삼성전자 기술이 관장한다. 로봇·단말 접속 인증과 데이터 흐름을 관리하는 코어 장비 ‘PNCore’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5G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기저대역 장치 ‘CDU50’과 실제 전파를 송수신하는 옥외형 무선 장치 ‘ORU’ 그리고 안테나가 연결됐다. PNCore가 전용망을 관리하면 CDU50이 통신 데이터를 처리하고, ORU·안테나가 스팟이 이동하는 구역까지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찬희 에티버스이피에이 팀장은 “스팟은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에서 활동하는 로봇인 만큼 원활한 통신이 필수”라며 “현장 로봇 운용에서 통신이 갖는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시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팟에는 5G 단말이 연결된다. 로봇이 확보한 영상·센서 데이터는 전용망을 거쳐 관제 시스템으로 올라가고, 원격 작업자의 제어 명령은 반대 방향으로 전달된다. 공용망과 분리된 통신 환경은 외부 접속을 제한하면서 사업장별 작업 구역과 보안 조건에 맞춰 운용할 수 있다.
< 밀리웨이브 > 유선망 없이 10ms 안에...물류 로봇 현장 잇는 60㎓급 통신
유선망을 설치하기 어려운 구간에 대한 밀리웨이브의 해법은 60기가헤르츠(㎓) 대역이다. 밀리미터(mm)파 무선 통신 장비를 개발하는 이 업체는 초고속 통신 솔루션 ‘에어패스 XR(airPATH XR)’을 내세웠다. 로봇, 센서, 확장현실(XR) 장비가 생성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달하는 제품이다.
이 같은 60㎓ 대역의 강점은 넓은 주파수 대역폭이다. 고해상도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한꺼번에 전송하면서 통신 지연시간을 10밀리초(ms) 이내로 억제한다. 로봇이 주변 상황을 인식한 뒤 관제 시스템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사측에 따르면, 에어패스 XR 한 대가 형성하는 통신 구역은 10×10m다. 해당 구역 안에서 최대 50대의 무선 단말을 동시에 연결한다. 다수 장비가 영상과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환경을 겨냥한 사양이다.
물류 분야에서는 이 XR 장비 자리에 로봇과 산업용 카메라가 들어간다. 이동 로봇이 수집한 영상·센서 정보는 무선망을 거쳐 서버로 전달된다. 분석 결과와 제어 명령은 다시 로봇으로 내려간다. 피지컬 AI(Physical AI) 학습에 필요한 작업 데이터 전송과 여러 로봇의 협업 제어도 활용 범위에 포함된다.
이동우 밀리웨이브 상무는 60㎓ 통신의 활용 범위를 로봇 제어와 기체 간 데이터 교환까지 넓힐 수 있다고 봤다. 대용량 데이터를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구역에 무선 통신 장비를 배치하고, 설비 이동이나 작업선 변경 때 발생하는 유선망 재설치 부담을 줄이는 구상이다.
통신 거리에 따른 장비군도 나뉜다. 단거리용 ‘트윅스(Twix)’·‘오레오(Oreo)’를 비롯해 ▲에어패스60 나노 II(airPATH60 Nano II) ▲에어패스60 프로(airPATH60 Pro) ▲에어패스60 콤팩트 II(airPATH60 Compact II) ▲에어패스60 롱레인지(airPATH60 Long-Range) 등이 소개됐다. 이들 제품의 전송 범위는 30m급부터 1㎞·5㎞급 중장거리, 최대 15㎞급 구간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900㎒ 대역의 와이파이 헤일로(Wi-Fi HaLow) 장비도 함께 배치됐다. 60㎓ 장비군은 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전송에 무게를 둔다. 헤일로는 넓은 구역에 분산된 센서·저전력 기기를 연결한다. 작업 거리와 데이터 용량에 따라 서로 다른 무선망을 배치하는 전략이다.
< 넷큐브 > 로봇 주변 위험, ‘에지 AI’로 서버 가기 전에 찾는다
화면 속 사람이 쓰러지고 불꽃이 발생하자 경고 문구가 나타났다. 넷큐브가 공개한 영상 분석 장비 ‘엔슈어 에지 AI(NSURE Edge AI)’의 시연 장면이다. 로봇 운행 구역에서 생성된 카메라 영상을 중앙 서버로 보내기 전에 작업지 인근에서 분석하는 방식이다.
분석 조건은 자연어(Natural Language) 기반 채팅 프롬프트로 설정한다. 관리자가 대화형 입력창에 다양한 요구사항을 지시하면 시각·언어(VL) 모델이 문장의 의미를 읽고 영상 판별 기준에 반영한다. 감지 항목을 바꿀 때마다 별도의 명령어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메커니즘이다.
영상 판별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1차 상시 탐지 엔진이 사람·불꽃 등 사전에 설정한 대상을 계속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카메라 4대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특정 장면이 포착되면 이벤트 트리거가 작동하고, 해당 프레임이 다음 분석 단계로 넘어간다.
2차 판단은 기기 내부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기반 VL 모델이 맡는다. 약 30억 개 매개변수(Parameter)를 갖춘 경량 모델이 장면의 맥락을 다시 살피고 오경보를 걸러낸다. 단순 움직임을 모두 위험으로 분류하지 않고 사람이 실제로 쓰러졌는지, 화면에 불꽃이 발생했는지 한 차례 더 판별하는 절차다.
김영태 넷큐브 상무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1차 탐지는 영상 속 변화를 빠르게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후 VL 모델이 앞뒤 상황과 작업 환경을 함께 분석해 경고가 필요한 장면만 선별한다. 탐지 속도와 판단 정확도를 각각 다른 모델로 확보하는 설계다.
관제 서버와 중앙처리장치(CPU) 서버를 별도로 두지 않아도 박스 한 대에서 영상 스트림을 분석할 수 있다. 원본 영상은 작업 구역에 남기고 탐지 결과와 이벤트 정보만 관제 시스템으로 전달한다. 여러 카메라의 고해상도 영상을 계속 외부로 보내면서 발생하는 통신량과 서버 부하를 줄인다.
김 상무이사는 “카메라 영상 전체를 중앙 서버로 보내기 전에 현장에서 먼저 분석하고, 필요한 이벤트만 관제 시스템에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로봇처럼 이동하는 장비에서도 통신량과 판단 지연을 함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 연산은 캐리어 보드 결합형 에지 AI 모듈 ‘PQS8550’이 맡는다. 시스템온모듈(SOM) 기준 AI 연산 성능은 48톱스(TOPS), 소비전력은 5~7와트(W)다. 입력 전원은 12V·36W로 로봇·무인항공기(드론)·차량의 전원 체계와 연계할 수 있다.
5G 특화망 접속용 모뎀도 탑재했다. 이 모뎀이 지원하는 엔79(n79)는 국내 5G 특화망에 활용되는 4.7㎓급 주파수 대역 규격이다. 이동 중인 로봇은 이 통신망을 통해 분석 결과를 관제 시스템에 올리고 새로운 작업 명령을 전달받는다. 영상 판단과 데이터 전송을 로봇 가까이에서 처리하는 셈이다.
< 디알드라이브 > 수천 번 회전을 바퀴의 힘으로...물류 로봇 구동부 들여다보니
모터가 분당 수천 번 회전해도 그 힘을 바퀴에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다. 빠른 회전 속도를 낮추고 무거운 화물을 움직일 수 있는 회전력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터·바퀴 사이에 들어가는 감속기가 로봇의 속도·토크를 조율하는 이유다.
앞선 로봇의 연결 구조는 데이터 전송에서 끝나지 않는다. 통신망이 전달한 제어 명령과 AI의 판단은 모터·감속기를 거쳐 바퀴의 회전으로 바뀐다. 감속기는 디지털 명령을 실제 이동으로 이어주는 물리적 연결부다.
감속기·구동부 기술 업체 디알드라이브는 로봇 전용 소형 감속기 ‘DRP 시리즈(DRP Series)’를 가지고 나왔다. AMR·무인운반차(AGV)의 제한된 차체 안에 들어가 모터의 회전을 바퀴 구동에 필요한 힘으로 변환하는 부품이다.
DRP 시리즈의 핵심은 한 단계에서 큰 감속비를 구현하는 구조다. 관계자는 “일반적인 유성 감속기(Planetary Gear Reducer)가 높은 감속비를 얻기 위해 두 단계의 기어 구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이중 기어 구조를 적용해 1단에서 1:17~1:25의 감속비를 확보했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기어가 겹치는 단수를 줄여 구동부가 차지하는 길이와 무게를 함께 낮추는 설계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로봇 내부에는 배터리·제어기·센서 등 여러 장치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구동부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처럼 감속기를 작고 가볍게 만들면 같은 차체에서도 적재 공간이나 배터리 배치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DRP 시리즈는 같은 성능의 기존 유성 감속기와 비교해 내부 여유 공간을 53% 이상 늘리고 무게는 35% 이상 줄였다. 동력 전달 효율은 93% 이상이다. 모터에서 발생한 힘의 손실을 줄이면서 로봇의 자체 중량과 구동계 부피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이 차이는 대상물을 싣고 장시간 이동하는 AMR·AGV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구동부가 가벼워지면 모터가 움직여야 할 기체 자체의 무게가 줄고, 확보한 공간에는 배터리나 제어 장치를 추가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회전 반경과 낮은 차체 높이가 필요한 저상형 운반 로봇에도 유리한 조건이다.
바퀴(Wheel)형 로봇 구동 장치 ‘RCIM-114-9FX’도 전시됐다. 감속비는 1:9, 정격 토크는 30뉴턴미터(Nm)다. 최대 75Nm의 토크와 분당 6000회전(rpm)의 입력 속도를 지원한다.
현장에는 중공 구조의 정밀 감속기 ‘DRD 시리즈(DRD Series)’와 범용 유성 감속기 ‘MK·MP 시리즈(MK/MP Series)’도 함께 나왔다. 이 가운데 MK·MP 시리즈는 3:1부터 100:1까지 감속비를 지원한다. 특히 기어 사이의 빈틈에서 발생하는 유격인 백래시(Backlash) 3~5아크민(arcmin) 수준이다.
사측은 물류 로봇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설비의 회전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나눈 구성이라는 뜻을 전했다. 끝으로 관계자는 로봇의 크기와 적재 중량, 요구 토크에 따라 감속기 구조를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동축에는 크기·무게를 줄인 제품을 배치하고, 관절이나 자동화 장비에는 정밀도와 강성을 확보한 감속기를 적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