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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AX] 자동화는 이미 '끝났다'...아이브이웍스가 '자율공정'을 말하는 이유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려면 AI가 무엇을 정상으로 보고 어떤 상황을 이상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학습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화합물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아이브이웍스가 2019년 생산 현장에 AI를 도입할 당시 택한 방법도 데이터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외부의 범용 AI 솔루션을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대신, 질화갈륨(GaN) 에피웨이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직접 모으고 이를 분석하는 AI 모델과 자동화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현재 아이브이웍스가 보유한 생산 시계열 데이터는 3억 3000만 건 이상, 반도체 결정이 성장하는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RHEED(반사 고에너지 전자회절) 데이터는 30TB를 넘는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AI 에피택시 플랫폼 ‘DOMM’을 고도화하고 실제 양산라인의 분석과 자동화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 양산라인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연구 단계에서 성능이 좋았던 AI도 실제 생산라인에 들어가자 정상적인 상황을 이상으로 판단하는 오탐이나 예상하지 못한 예외 상황에 부딪혔다. 같은 종류의 생산장비라도 서로 다른 특성을 보였고, 현장 엔지니어가 경험으로 알고 있던 공정 현상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작업도 필요했다.
7년여에 걸친 데이터 축적과 자동화는 실제 생산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회사에 따르면 장비 한 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과거 약 4명에서 현재 약 2명으로 줄었고, 예정에 없던 장비 정지시간은 호기당 월평균 4.7시간에서 0.6시간으로 감소했다.
솔루션보다 데이터부터…MBE에 맞는 AI를 직접 만든 이유
Q. 외부 AI나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고 직접 시스템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AI는 결국 데이터에 좌우된다. 이미 모델이 충분히 검증돼 있고 데이터를 일반화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기존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MBE(분자빔 에피택시) 성장공정은 같은 데이터를 다룬 선행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아이브이웍스에 오기 전 금융권에서 머신러닝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의 모델 설계와 구축을 총괄했다. 당시에도 AI를 표방한 제품은 많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모델 자체보다 데이터와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브이웍스에 와서도 솔루션을 찾기보다 데이터부터 봤다.
에피웨이퍼가 성장하는 동안에는 RHEED 영상과 각종 센서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초기부터 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양산 과정에서 나오는 시계열 데이터와 품질 결과, 공정정보, AI 분석에 필요한 라벨까지 함께 남겨왔다.
Q. 현재 3억 3000만 건 이상의 시계열 데이터와 30TB 이상의 RHEED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데이터인가.
시계열 데이터는 온도와 압력, 진공도 등 장비와 공정의 상태를 보여주는 값들이다. 시간에 따라 값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속해서 축적한다.
RHEED를 통해 에피웨이퍼가 성장하는 동안 결정 표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패턴을 분석하면 결정 표면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격자 간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준이 되는 성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RHEED 영상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비전 시계열 데이터로 다룬다. 기준이 되는 생산과 현재 생산을 지속해서 비교하고, 여러 분석 결과를 결합해 현재 성장 상태를 판단하거나 성장 속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오래 모았더라도 어떤 조건에서 나온 데이터인지 알 수 없다면 AI 학습에 활용하기 어렵다. 생산 당시의 공정 조건과 장비 상태, 품질 결과가 함께 연결돼 있어야 한다. 초기부터 데이터 수집 체계 자체에 공을 들인 이유다.
Q. 생산 현장의 경험을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다. 분석 방법부터 자체 모델까지 기초 단계에서 연구해야 했다.
엔지니어는 경험적으로 특정 현상이 나타났을 때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를 AI가 이해하게 하려면 그 현상을 어떤 데이터로 표현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서로 다른 장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같은 시간축에 맞추는 방법도 필요했고, 무엇을 정상과 이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하나씩 만들어야 했다.
제조 AI를 구축하려면 AI 모델뿐 아니라 현장 엔지니어의 공정 지식과 실제 생산 데이터를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연구실에서 잘 되던 AI, 양산라인에서는 ‘오탐’과 싸웠다
Q. AI를 실제 양산라인에 적용하면서 예상과 달랐던 부분이나 시행착오는 무엇이었나.
연구환경에서 성능이 좋았던 모델이라고 해서 양산라인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생산에서는 AI가 정상적인 상황을 이상으로 판단하는 오탐이 나타나기도 했고, 학습 과정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예외 상황도 발생했다. 데이터를 모델이 이해하기 적합한 형태로 다시 가공하거나, 여러 모델을 함께 활용해 판단하는 방식도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야 했다.
생산환경도 계속 변한다. 현재 MBE 자동생산 시스템에 사용되는 AI 모델도 2025년 5월 양산라인 적용 이후 지속적으로 재학습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덜 민감하도록 모델을 다듬고 주기적으로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연구하고, 연구 결과를 다시 생산라인에서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2019년에는 국제 화합물반도체 전문지 ‘컴파운드 세미컨덕터(Compound Semiconductor)’에 MBE와 AI를 결합한 기술을 소개했고, 2021년에는 AI를 활용한 RHEED 분석 연구를 CS MANTECH에서 발표했다.
Q. AI를 도입하면서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에는 생산이 끝난 뒤 품질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거꾸로 추적하는 방식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에피택시 공정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 완성된 제품만 보고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다시 찾아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RHEED와 장비의 시계열 데이터를 생산 중에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기준이 되는 생산과 현재 생산 사이에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지를 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확인할 수 있다. 박막이 자라는 상태를 데이터로 정량화하고 시점별로 기록할 수 있어,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산 당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사후 결과 확인 중심에서 생산 중 상태를 계속 관찰하고 이상을 조기에 파악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Q. 자동화와 AI 도입 이후 실제 생산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에는 장비 한 대를 운영하는 데 약 4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자동화를 계속 확대하면서 현재는 약 2명 수준까지 낮아졌다.
개별 반복 작업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결정 구조를 측정하는 XRD 장비의 조작을 자동화하면서 회사 내부 집계 기준 연간 1062시간의 작업시간을 절감했다.
생산 전후의 웨이퍼 로딩과 언로딩 과정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관찰창을 통해 장비 안을 직접 보면서 웨이퍼가 제대로 놓였는지, 이송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눈으로 확인했다. 지금은 카메라 영상을 비전 AI가 판정한다. 웨이퍼가 제대로 놓이지 않았거나 이송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확인되면 다음 동작을 멈추고 점검으로 연결한다.
예정에 없던 장비 정지도 줄었다. 수동 운영 당시에는 호기당 월평균 4.7시간이었지만 AI 판정 기반으로 운영한 뒤에는 0.6시간 수준으로 줄었다.
Q. 장비 한 대당 운영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현장 엔지니어에게 어떤 의미인가.
단순히 사람의 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보고 있지는 않다. 자동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엔지니어가 장비 앞에서 반복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거나 정해진 조작을 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대신 공정과 품질을 개선하고 예외 상황을 해결하거나, AI와 자동화 시스템의 판단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의 비중이 커진다.
지금까지는 AI가 이상을 알려주면 사람이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정하는 일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정상적인 생산은 시스템이 담당하고 엔지니어는 여러 장비를 함께 관리하면서 공정 개선에 더 집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같은 사양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더 나은 생산 조건을 찾아 생산시간을 단축하거나 품질을 높이는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의 역할도 장비를 직접 조작하고 감시하는 운영에서 공정을 연구하고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는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Q. 이번 사업에서는 설비 가동률을 84%에서 89%로 높이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5%포인트는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 차이인가.
장비가 멈추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실제 부품이나 장비에 문제가 생겨 정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업무 때문에 사람이 현장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AI가 정상적인 상태를 이상으로 잘못 판단해 보수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던 경우도 있었다.
가동률을 높이려면 이런 요인을 함께 줄여야 한다. 주요 부품의 상태를 미리 예측해 갑자기 발생하는 정비를 계획된 정비로 바꾸고, AI 모델의 오탐을 줄여 불필요한 생산 중단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84%에서 89%로 5%포인트 높이는 것이 숫자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비 한 대를 24시간 가동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18일을 생산에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Q. 7년 동안 직접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조 AI를 개발한 경험이 앞으로의 자율공정에는 어떤 기반이 되나.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할수록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공정 지식의 가치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본다. AI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더라도 실제 생산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그 공정을 설명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이브이웍스는 2019년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해 분석과 자동화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해왔다.
현재 추진하는 AI 에이전트 기반 자율공정도 그동안 쌓은 데이터와 공정 지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다음 단계다. 앞으로 내부 생산라인에서 충분히 검증한 뒤에는 이러한 구조를 반도체의 다른 제조공정이나 유사한 제조환경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