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설비가 사람이 미리 정해둔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과, 생산 중 발생하는 상황을 파악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가 ‘자동화’라면, 후자는 ‘자율공정’이다.
화합물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아이브이웍스(IVWorks)의 생산라인에서는 이미 웨이퍼를 로딩(장비 내부에 투입)한 뒤 성장공정(기판 위에 질화갈륨 결정층을 형성하는 과정)을 수행하고, 이후 언로딩(공정이 끝난 웨이퍼를 장비 밖으로 꺼내는 작업)하는 등의 주요 공정이 대부분 자동화돼 있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생산 조건과 입력값을 엔지니어가 직접 승인하는 비율도 현재 3% 미만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AI가 이상을 발견하더라도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일부 주변 설비는 작업자가 직접 조작해야 한다. 사람이 현장에 올 때까지 생산이 멈출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이브이웍스가 이 간극을 AI 에이전트와 추가 설비 자동화로 줄이는 작업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제조AI특화 스마트공장 구축지원사업’ 도입 기업으로 선정됐다. 향후 9개월간 국비를 포함해 약 29억원을 투입해 현재 운영 중인 AI 기반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을 총괄하는 노홍균 아이브이웍스 CIO에게 아이브이웍스가 지난 2019년부터 구축해 온 제조 AI 시스템과 현재의 자동 생산 수준, 앞으로 구현하려는 자율공정에 대해 물었다. 노홍균 CIO와의 인터뷰는 주제에 따라 두 편의 기사로 나뉘어 게재될 예정이다.
사람의 경험을 데이터로…2019년 시작된 ‘DOMM’
Q. 아이브이웍스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아이브이웍스는 자체 개발한 단결정 성장장비 ‘Hybrid-MBE’와 인공지능 에피택시 플랫폼 ‘DOMM’을 기반으로 질화갈륨(GaN) 에피웨이퍼를 제조·공급하는 기업이다.
GaN 에피웨이퍼는 실리콘이나 실리콘카바이드(SiC) 등의 기판 위에 질화갈륨 단결정층을 정밀하게 쌓아 만든 반도체 소재로, 높은 전압과 주파수, 온도가 요구되는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위성통신과 지상기지국, 방산용 레이더를 비롯해 AI 서버의 전력변환 및 광인터커넥션, 전기트럭 파워트레인 등으로 응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Q. 반도체 소재 생산에 AI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에피택시 성장공정에서는 박막의 두께와 조성, 균일도 등을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하느냐가 최종 소자의 성능과 수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판 온도와 내부 압력, 원료 공급량과 비율, 성장 속도 등 복잡하고 민감한 조건을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
기존에는 엔지니어의 숙련도와 경험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전문 엔지니어라고 해도 복잡한 성장 조건을 매번 오차 없이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작업자마다 양품 생산량에 편차가 생길 수 있고, 객관적인 데이터 기준이 부족하다 보니 연구개발과 생산 관리 비용도 늘어날 수 있었다.
다만 에피택시 공정에는 AI를 적용하기 좋은 특징이 하나 있었다. RHEED(반사 고에너지 전자회절)를 이용하면 결정이 성장하는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층이 쌓이면서 나타나는 변화가 화면에 나타난다. 이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분석하면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던 판단을 객관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2019년부터 AI와 자동화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Q. 자체 개발한 ‘DOMM’은 어떤 시스템인가.
DOMM은 화합물 반도체 제조공정에 특화한 AI 기반 에피택시 플랫폼이다. 2019년부터 먼저 생산 과정의 데이터를 모으는 체계를 만들었고, 이후 성장공정을 분석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다음으로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장비를 움직이는 자동화까지 범위를 넓혀 2025년 5월 양산라인에 적용했다. 현재는 개별 분석과 자동화를 하나의 맥락에서 연결해 판단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엔지니어가 생산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면서 성장 상태를 판단하고, 생산이 끝난 뒤 결과를 다른 생산 기록과 비교·분석해야 했다. 현재 DOMM은 RHEED 영상과 장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성장 상태를 보여주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의 성공·실패 가능성을 예측한다. 주요 이상이 발생하면 알림도 제공한다. 기존에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생산 조건 입력이나 장비 가동 스케줄링 같은 반복 업무도 자동화했다.
Q. 현재 생산라인은 어느 정도까지 자동화돼 있나.
핵심인 MBE 성장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다. 사람이 생산 조건과 작업 순서를 정하면 시스템이 장비를 준비하고 웨이퍼를 로딩한 뒤 성장공정을 수행하고, 이후 언로딩하는 과정까지 자동으로 이어갈 수 있다.
웨이퍼를 옮기고 장비 안에 제대로 놓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카메라 영상을 비전 AI가 판정한다. 사람이 장비 앞에서 계속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줄었다. 생산 조건과 입력값을 엔지니어가 직접 승인하는 비율도 현재 3% 미만이다. 일정 조건에서는 야간이나 주말에도 여러 차례의 생산을 연속해서 수행할 수 있다.
다만 부품이나 소모품을 실제로 교체하는 것처럼 물리적인 작업에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현재는 시스템이 이를 감지해 알리고, 엔지니어가 상황을 확인한 뒤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는 공장, 이제 ‘다음 행동’을 판단한다
Q. 그렇다면 현재의 ‘자동생산’과 앞으로 구현하려는 ‘자율공정’은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정해진 일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에서,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까지 시스템이 판단하는 것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사람이 생산 조건과 작업 순서를 미리 정하면 시스템이 그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어 ‘A 작업이 끝났으니 B 작업을 수행한다’는 식이다.
자율공정에서는 한 단계가 끝났다고 해서 무조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현재 생산 상태와 장비 상태, 품질 데이터, 과거 생산이력 등을 함께 보고 ‘지금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적절한지’, ‘아니라면 무엇을 더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먼저 판단한다.
지금까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실제 장비를 움직이는 단계까지 왔다면, 이번에는 AI가 생산의 맥락을 이해하고 여러 분석·자동화 기능을 상황에 따라 조율하는 단계로 가려는 것이다.
Q. 이번에 개발하는 AI 에이전트는 기존 AI와 어떻게 다른가.
기존 DOMM의 AI 모델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다. 특정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RHEED 영상을 보고 현재 생산 상태나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쉽게 말하면 기존 AI는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알려주는 역할이었다.
AI 에이전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생산장비 내부의 원료가 언제 소진될지를 예측하는 AI가 있다고 하자. 기존 AI는 ‘약 2주 안에 교체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앞으로 개발할 장비 에이전트는 향후 생산계획과 예상 원료 사용량, 장비 상태, 정비가 가능한 시간까지 함께 확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언제 원료를 교체해야 생산 차질을 가장 줄일 수 있는지 판단하고 정비 시점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생산계획에서도 직전 생산의 품질과 장비 상태, 과거 유사한 생산 결과 등을 함께 확인해 다음 제품을 어느 장비에서 어떤 조건으로 생산할지 제안할 수 있다. 우선 정비·장비 영역과 품질 데이터 기반 생산계획 등을 담당하는 역할별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이후 각각의 판단이 하나의 생산 목표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멀티 에이전트 구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AI만 똑똑해선 안 된다…밸브 하나까지 자동화해야 ‘무인운전’
Q. 성장공정이 상당 부분 자동화됐는데도 야간이나 주말의 무인운전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공장을 장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려면 핵심 생산장비만 자동화해서는 안 된다. 주변 시설과 부대설비까지 모두 연결돼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도 액체질소 밸브나 장비 내부를 확인하기 위한 관찰창 보호 셔터처럼 사람이 현장에서 직접 조작해야 하는 설비가 남아 있다. 성장공정 자체가 자동화돼 있어도 이런 장치 하나를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면 전체 공정을 계속 무인으로 운영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업에서는 이러한 밸브와 셔터 등을 전자제어 방식으로 바꿔 기존 자동화 시스템 안으로 편입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예외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현재는 AI가 이상을 발견하더라도 작업자에게 알린 뒤 최종 판단과 조치를 사람이 맡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생산에 필요한 원료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면 장비를 세우고 다시 채워야 한다. 이 작업에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문제가 발생하면 야간이나 주말 동안 장비가 그대로 멈춰 있을 수 있다. 장비 에이전트가 원료 잔량을 미리 예측하고 정비 시점을 계획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능한 대응 방법을 찾아 다음 행동을 판단하게 하려는 이유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올 때까지 멈추는 자동화’에서 ‘가능한 문제는 시스템이 해결하면서 생산을 이어가는 자율공정’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Q. 회사가 말하는 ‘공정 완전 자율화’는 사람이 없는 공장을 뜻하나.
그렇지는 않다. 완전 자율화의 핵심을 사람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장을 만드는 것 자체로 보고 있지 않다. 생산 목표와 필요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정상적인 생산 과정에서는 사람이 계속 판단하거나 장비를 조작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스스로 생산을 완료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시스템이 현재 상태를 인식하고, 정상적으로 생산이 진행되는지를 판단하고, 필요한 행동을 실행한 뒤 결과가 의도대로 나왔는지 다시 확인한다. 해결되지 않았다면 다시 판단한다. ‘인지→판단→실행→결과 확인→재판단’이 반복되는 구조다.
다만 AI가 모든 것을 자유롭게 판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품질이나 장비, 안전과 관련해 반드시 지켜야 할 범위는 미리 정해야 한다. 위험 조건에서는 AI의 판단과 관계없이 실행 자체를 차단해야 하는 영역도 있다. 부품을 직접 교체해야 하는 것처럼 물리적인 작업이 필요하거나 시스템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허용하지 않은 예외 상황에서는 사람도 개입한다.
완전 자율화의 핵심은 정상적인 생산과 시스템이 해결할 수 있는 예외 상황에서는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Q. 이번 사업이 끝났을 때 어느 수준까지 가는 것이 목표인가.
가동률과 운영인력, 공정불량률과 품질, 야간·주말 무인운전 범위 등 사업에서 제시한 정량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하나의 기준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양산 중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스템이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본 뒤 다음 행동을 판단하고, 허용된 범위에서 실행한 후 그 결과까지 다시 확인하는 체계가 실제 생산환경에서 작동하는지다.
이번 사업에서는 현재의 AI 기반 생산자동화를 한 단계 발전시켜 AI가 생산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여러 AI 모델과 MRA, 장비·설비, 생산계획 등을 상황에 맞게 연결하고 조율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상적인 생산 과정에서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자율생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 인터뷰 기사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