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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듣다] 공간이 말을 걸어올 때, 그녀는 귀를 기울였다

스위트스팟 김은미 CMO , 팝업스토어 시장을 오프라인 경험의 무대로 키운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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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물류 창고, 개발자로 가득한 회의실—아직도 많은 산업 현장에서 여성은 소수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때로는 거침없이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듣다'는 남성이 다수인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매달 한 명씩 만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고 배우며 성장해온 진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팝업스토어와 상업용 부동산 임대 컨설팅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에서 마케팅과 브랜드를 총괄하는 김은미 CMO입니다.
 


 

팝업스토어라는 단어가 낯설던 시절, 그녀는 이미 그 안에 있었다. 스위트스팟에서 보낸 10년은 단순한 근속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 태동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온몸으로 함께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누군가 시키는 일보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고 했다. 트렌드의 속도만큼 빠르게 자신을 갱신해온 마케터, 스위트스팟 김은미 CMO를 만났다.
 
스위트스팟은 팝업스토어 기획·운영과 상업용 부동산 임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이름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팝업스토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김은미 CMO는 그 낯선 시절부터 스위트스팟과 함께했다.
 
"팝업이 뭐예요? 깔세예요? 패밀리 세일이랑 뭐가 달라요?" 이런 질문을 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녀는 담담하게 꺼냈다. 취업 박람회에서 우연히 스위트스팟을 알게 됐고, 팝업스토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했다.
 
"차라리 실패하더라도 안 해본 걸 하다가 실패하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다 싶었어요. 그게 스위트스팟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한 번도 같은 일을 두 해 이상 해본 적 없다
 
첫 직장은 마케팅 대행사였다. 열심히 일했지만, 광고주의 방향에 맞춰야 하는 구조가 자신과 맞지 않았다. '내가 만든 것에 대한 결과를 끝까지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퇴사 후 짧은 휴식기를 거치면서 인하우스가 자신에게 맞겠다는 결론을 냈다.
 
스타트업이라는 선택지를 처음 인식한 건 대행사 시절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스타트업 공모전을 맡으면서 대표들의 눈빛을 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이런 방식으로 해낼 수 있구나'라는 감각이 생겼다.

 

"스타트업은 매해 성장률이 다르고, 그때마다 해야 하는 일이 계속 달라져요. 저는 스위트스팟에 있으면서 한 번도 같은 일을 두 해 이상 해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불확실성이 스트레스겠지만, 김은미 CMO에게는 그게 오히려 동력이었다.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고,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코로나라는 대형 악재를 겪으며 
 
입사 초기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가파른 성장기였다. 회사 전화로 투자 문의가 올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프라임 오피스 유휴 공간을 활용한 단기 팝업 운영이 주요 사업이었기에,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어떤 달은 매출이 0원이었다.
 
무급 휴가, 인력 감축 등 어려움으로 가득한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그럼에도 이직을 생각하지 않은 건 의외의 이유였다.
 
"내가 그만뒀으면 그만뒀지, 외부 요인으로 그만두기가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때 남들 다 놀 때 나도 좀 쉬자, 그런 마음도 있었고요."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오프라인 공간에 공실이 쏟아지자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단기 운영 의뢰가 들어왔다. 디즈니 롯데월드몰 매장을 매달 교체하며 운영하고, 플리마켓을 기획하면서 저변을 넓혔다. 그 기반 위에 엔데믹 이후 팝업스토어 수요가 폭발하며 지금의 성장세로 이어졌다.
 
트렌드를 읽는 법, 그리고 팀을 꾸리는 법
 
팝업스토어 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다. 트렌드에 극도로 민감한 시장이다. 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김은미 CMO는 매주 금요일 오전을 팝업 투어에 할애한다. 성수, 더현대 등지를 직접 다니며 '요즘 사람들이 어디에 열광하는지'를 몸으로 확인한다.
 
관련 아티클을 챙겨 읽고,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루틴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만의 전략이 있었다.
 
"마케팅 팀을 팝업 소비 타겟인 연령층으로 꾸리려고 노력했어요. 저희 팀의 연령대가 팝업스토어를 실제로 소비하는 사람들이거든요."
 
LM(리징 매니지먼트)과 PM(프로퍼티 매니지먼트)을 아우르는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브랜드가 어느 공간에서 장사가 잘 될지를 분석하기 위해 상권 데이터와 누적된 테넌트 DB를 활용한다. 신한금융 여의도 원센티널, 아모레퍼시픽 지하 리테일, 신도림 디큐브시티 공간 구성 등이 최근의 프로젝트다.

 


 팝업스토어를 넘어, 오프라인 경험 전문 회사로
 
스위트스팟은 지금 팝업스토어 회사라는 틀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서울 내 팝업 전용 공간 '스테이지X' 6~7곳을 운영하는 것에 더해, 도쿄에도 3개의 공간을 두고 한국과 일본 간 K2J·J2K 교류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상해 워크숍 탐방, 말레이시아에서 포착한 팝업존까지, 글로벌 확장의 씨앗도 뿌리는 중이다. 페스티벌, 전시 등 다양한 오프라인 포맷의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팝업스토어 이미지가 너무 강해 문의가 편중된다는 건 오히려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집단지성으로 세상에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저희 캐치프레이즈예요. 팝업스토어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브랜드와 사람이 만나는 모든 접점을 잘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공간이 주는 감동에 민감한 사람이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스위트스팟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녀는 전시장에 가면 '공간의 감도가 미쳤다'며 일기에 이만큼씩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과 취향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 업계에 오고 싶다면, 먼저 줄을 서 보세요
 
취업 준비생에게 전하는 조언도 현장 감각에서 나왔다. 스펙이나 학벌보다 중요한 건 '이 업계를 얼마나 소비했느냐'라고 했다. 맛집에 줄을 서보고, 팝업스토어에 줄을 서보고, 기대에 못 미쳤던 경험과 예상을 뛰어넘었던 경험을 쌓아두는 것, 그것이 곧 이 일의 재료가 된다고.
 
"트렌드랑 상관없고, 알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이 업계와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관심이 있다면 스펙보다 그 관심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채용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지원자도 결국 '열정'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전형에서 떨어진 후 포트폴리오를 다시 수정해서, 누군가 나오길 기다려 직접 건넨 지원자. 그 이야기를 꺼낼 때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Mini Profile 
김은미 | 스위트스팟 CMO | MBTI: ISFJ
 
"우아하게 살려면 지금 엄청 열심히 살아야 돼요. 마치 백조가 우아하게 떠다니는데 물속에서 발을 열심히 젓는 것처럼요."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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