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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의 헬로BOT] ‘피지컬 AI 1강’으로 ① | 韓, ‘풀스택 자립’ 판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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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ChatGPT)가 인공지능(AI)을 사용자 화면(UI)에서 체감케했다면, 피지컬 AI(Physical AI)는 그 지능을 현실 세계로 구현하는 기술 방법론이다. 기존 AI가 텍스트·이미지를 만드는 이른바 생성형 AI(Generative AI)라면, 피지컬 AI는 카메라·센서로 실제 환경을 읽는다. 물리 법칙과 상황을 파악해 다음 동작을 예측하고, 로봇·설비·모빌리티 등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는 차세대 기술 체계인 것.

 

현시점 글로벌 로봇 분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이 피지컬 AI의 대표 격으로 주목받지만, 핵심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조 장비, 물류 시스템, 자동차, 농기계, 무인항공기(드론) 등 실제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피지컬 AI는 갑자기 나타난 기술 개념이 아니다. 로보틱스(Robotics),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제어공학(Control Engineering), 체화 AI(Embodied AI) 등 다양한 분야가 오랫동안 쌓아온 결과다.

 

달라진 건 이 기술들이 통합돼 활용된다는 점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의 인식·추론 능력에 월드 모델(World Model), 물리 시뮬레이션(Physics Simulation),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AI 반도체,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등이 결합된 형태. 이로써 ‘보고 판단해 움직이는 AI’의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 피지컬 AI 기술 스택 주도권은 누구에게...‘개념’에서 ‘국가 사활’로


 

 

이 흐름을 산업 전면으로 이끈 계기는 지난 2024년 대만에서 열린 ‘제43회 타이베이 국제 컴퓨터 전시회(COMPUTEX TAIPEI 2024)’다. 당시 글로벌 컴퓨팅 기술 업체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다음 AI의 물결은 피지컬 AI(The next wave of AI is physical AI)”라며,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동하는 AI를 제시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학습 인프라부터 시뮬레이션, 로봇 컴퓨팅까지 이어지는 풀스택(Full-stack)을 제시하고 있다. 용어 자체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이 발언을 계기로 흩어져 있던 로봇·AI·시뮬레이션·반도체 기술이 하나의 산업 언어로 결집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이후 관련 생태계는 이미 로봇의 성능 싸움을 넘어선 경쟁 양상이다.

 

미국은 피지컬 AI를 특정 휴머노이드 산업으로 넣기보다, AI 기술 체계(Stack) 전체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미국 AI 행동계획(America’s AI Action Plan)’과 ‘미국 AI 기술 스택 수출 촉진(Promoting the Export of the American AI Technology Stack)’ 행정명령을 공론화했다. 이로써 컴퓨팅·모델·소프트웨어·인프라를 통합한 미국산 AI 기술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로보틱스를 위한 피지컬 AI 및 데이터 생성(Physical AI and Data Generation for Robotics)’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 로봇용 AI의 성능평가·표준·데이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공업정보화부가 ‘인형로봇 혁신발전 지도의견(人形机器人创新发展指导意见)’을 발표했다. 대형 AI 모델 기반 ‘두뇌’, 운동제어를 담당하는 ‘소뇌’, 고성능 구동·센서·전용 칩 등 ‘팔다리’ 기술을 함께 육성하는 국가 로드맵을 가동했다. 지난해에는 체화 AI를 정부업무보고의 미래산업으로 처음 명시했다. 이어 올해는 현장 반복 훈련·검증 정책인 '실경실훈(实景实训)'까지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판에 국가 전략을 걸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반도체·데이터센터와 함께 로봇과 피지컬 AI를 핵심 축으로 지정한 바 있다. 7월에는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하며, 데이터·기술·확산·생태계를 4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특히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Physical AI Foundation Model), 월드 모델, 온디바이스(On-device) 컴퓨팅 플랫폼을 공통 기반 기술로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피지컬 AI 풀스택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가 공식화된 것. 여기서 정부가 내건 목표는 미국·중국 등을 추격하겠다는 것보다는 ‘피지컬 AI 1강’이다.

 

 


AI 두뇌만 국산이면 ‘자립’?...기술 독립은 작동하는 ‘전체 체계’로부터


 

문제는 ‘피지컬 AI 1강’을 선언하는 것과 실제 기술 주도권을 갖는 일 사이의 온도차다. 피지컬 AI는 파운데이션 모델 하나를 국산화하거나, 외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국산 AI 반도체로 바꾸는 식의 단일 기술 대체만으로 완결되기 힘들다.

 

다양한 현장에서 발생한 데이터가 학습 자산(Asset)으로 전환되고, 이를 토대로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모델이 구축되는 구조다. 이후 추론 결과가 실제 하드웨어의 행동으로 이어질 때 하나의 기술 체계가 완성된다. 기술 자립의 단위가 ‘작동하는 기술 체계’인 셈이다.

 

여기서부터 난도가 높아진다. 피지컬 AI에는 웹(Web)에 이미 있는 텍스트처럼 손쉽게 끌어다 쓰는 학습 자산이 충분치 않다. 로봇이 작업에 실패하거나 충돌한 뒤 정상 상태로 복구하는 과정, 예상하지 못한 물체와 사람의 개입 등 실제 현장의 예외 상황이 오히려 중요한 학습 재료가 된다.

 

송창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바이스AX혁신팀장은 이때의 주요 과제를 짚었다. 월드 모델을 활용한 합성 데이터 생산과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와 같은 방식으로 실패 경험을 축적하기는 어렵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 같은 시간·비용을 생태계 단위에서 분산하는 연구개발(R&D)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문제는 시간과 돈만으로 이러한 병목이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상 환경에서 만들어낸 데이터·모델이 실제 부품·센서·하드웨어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반복 확인할 실험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임 수장으로 취임한 배충식 총장은 업체·대학·연구기관 등이 함께 장비를 시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국가 단위 피지컬 AI 실험 인프라를 제안했다. 가상 세계의 데이터와 월드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하는 과정까지 기술 자립의 범위에 포함시킨 시각이다.

 

유태준 한국피지컬AI협회장이 제시한 기술 자립 구상도 이 연결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가 강조한 출발점은 산업 현장에서 생성되는 피지컬 AI 데이터다. 이를 토대로 로봇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월드 모델(World Model)을 자체 기술로 확보하고, 해당 모델을 국산 AI 반도체에 탑재해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구동한다는 로드맵이다. 이를 제조·물류·건설 등 산업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산시키는 구상이다.

 

 

이렇게 보면 풀스택 자립의 의미도 단순한 ‘국산 부품 비율’과는 달라진다. ▲데이터 축적을 지원하는 현장 ▲시행착오를 감당할 R&D 구조 ▲가상·현실을 오가는 검증 환경 ▲모델을 가동할 연산 기반 ▲행동을 수행할 로봇 등 전체 흐름을 스스로 선택·고도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외산 기술을 배제하는 폐쇄적 국산화가 아닌, 기술 통제권을 확보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다.

 


빅테크도 아직 모르는 공장, 韓 제조 데이터가 ‘월드 모델 자립’의 틈 될까


 

이처럼 피지컬 AI 풀스택의 첫 단추인 월드 모델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 빅테크의 존재감이 큰 실정이다.

 

엔비디아는 물리 법칙 기반 로봇 월드 모델 ‘엔비디아 코스모스(NVIDIA Cosmos)’를 통해 현실에서 반복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상황까지 합성 데이터로 만들어 로봇 학습에 활용하는 체계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 소재 월드 모델 플랫폼 업체 월드랩스(World Labs)는 3차원(3D) 공간을 인식·생성하고 그 안에서 추론·상호작용하는 ‘공간 지능(Spatial Intelligence)’을 내세웠다. 이들이 주창하는 공간 지능은 AI가 장면을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의 공간 관계를 이해하고 수정·상호작용하는 단계까지 확장하는 접근이다.

 

 

메타(Meta) 역시 ‘비디오 공동 임베딩 예측 아키텍처 2(Video 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 2, V-JEPA 2)’를 내놨다. 이는 영상에서 물리 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로봇의 행동 계획까지 연결하는 접근이다. 

 

여기에 행동 정보를 결합한 모델은 새로운 환경과 처음 마주한 물체를 대상으로 별도의 추가 학습 없이 행동을 계획하는 ‘제로샷 로봇 플래닝(Zero-shot Robot Planning)’까지 구현했다. 제로샷은 특정 현장·작업의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지 않고도 기존에 익힌 물리적 이해를 토대로 처음 접한 조건에 곧바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빅테크들의 이 같은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AI가 현실의 다음 상태를 이해·예측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그렇다고 해당 글로벌 범용 모델이 모든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장은 일상 영상과 다른 물리 경험이 축적되는 공간이다. 설비가 움직이는 방식부터 작업 순서, 물체 간 접촉, 힘 변화, 숙련자 행동까지 공정별 조건이 각각 다르게 얽힌다.

 

최홍섭 마음에이아이 기술총괄 대표는 “기존 월드 모델로 제조 데이터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물체가 서로 겹치거나 현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움직임이 나타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일상 환경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결과를 만들던 모델이 제조 현장으로 들어가면 한계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최홍섭 대표는 이 결과를 오히려 한국이 나아가야 할 틈새로 해석했다. 그는 당시 판단을 “미국의 빅테크도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제조를 비롯한 실제 산업 데이터라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글로벌 빅테크가 컴퓨팅과 범용 모델에서 앞서더라도, 각국 제조 현장 내부에 축적된 물리 경험까지 자동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때 필요한 데이터는 시각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최 대표는 긴 막대기를 집는 로봇을 예로 들었다. 사람이라면 무게중심을 고려해 중앙을 잡지만, 물리적 상식이 부족한 로봇은 끝부분을 집었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최 대표는 “사람은 막대기를 잡을 때 자연스럽게 가운데를 잡지만, 물리적 직관이 없는 로봇은 끝자락을 잡으려다 기우뚱거린다”며 “이것이 바로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 전용 월드 모델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월드 모델의 다음 진화 단계와도 닿아 있다. 지금까지는 미래 상황을 먼저 계산한 뒤 행동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로봇이 행동하는 동시에 다음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론하는 구조로 진화할 전망이다.

 

대표는 이를 두고 “앞으로의 월드 모델은 상상한 뒤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며 동시에 움직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마음에이아이가 추진 중인 ‘월드 액션 모델(World Action Model)’ 역시 이 구조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컵을 기울이면 물이 쏟아지고, 칼날을 잡으면 다친다는 사실을 행동과 동시에 직관적으로 인지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이 영역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한국 역시 충분히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야”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에 제조 현장이 많다는 조건만으로 주도권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에서 쏟아지는 영상, 센서 데이터, 로봇 구동 정보, 물체와의 접촉·반력 데이터 등을 학습 가능한 형태로 표준화해야 데이터 자산으로 가치가 생긴다. 다종·이기종 설비·로봇 간 데이터 형식(Format) 통일과 함께, 제조 현장 핵심 공정 노하우를 어디까지 데이터화해 공유할 것인가도 과제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동안 축적한 ‘물리적 경험의 밀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범용 모델이 접근하기 힘든 산업 현장의 실전 데이터를 학습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새로운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개발진과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글로벌 벤치마크 1위를 목표로 하니, 연구원들이 ‘그렇다면 GPU 100장부터 확보해달라’고 했다”라고 현장의 애로를 전했다. 아울러 월드 모델을 에지(Edge)단에서 로봇에 직접 탑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체 월드 모델을 구축하더라도, 이를 로봇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할 하드웨어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결된 자립이라 보기 어려운 점을 시사한다. 연산 인프라와 저전력 구동 성능이 피지컬 AI 풀스택 실현의 시험대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모델 만들고도 못 움직이면 끝...두뇌 추론만으로는 한계야


 

월드 모델이 현실을 이해하는 ‘두뇌’라면, 다음 관문은 그 판단을 실제 하드웨어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여기서는 연산 성능만 높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로봇에 탑재 가능한 만큼 전력 소모와 발열을 낮추면서도 필요한 모델을 구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결과를 실제 관절과 엔드이펙터(End-effector)의 동작으로 이어가야 한다. 연산·실행이 동시에 맞물려야 현장에서 로봇이 가치를 발휘하는 것.

 

때문에 국산 AI 반도체가 피지컬 AI 자립의 주요 영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AI 반도체 기술 업체 퓨리오사에이아는 현재 서버용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제조 분야 월드 모델을 구동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특히 정영범 상무는 향후 로봇·에지 환경까지 연산 영역을 넓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피지컬 AI용 반도체가 요구받는 조건도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와는 다르다. 로봇은 배터리, 발열, 설치 공간 등에 제약을 받는 데다 카메라·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현장에서 바로 처리해야 한다. 높은 연산 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실시간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다.

 

정 상무는 이 같은 요구에 대응하는 사례로 퓨리오사에이아이가 개발 중인 차세대 칩(Chip) ‘RNGD S’를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칩은 10~60와트(W) 수준의 전력 범위에서 로봇·에지 환경의 AI 추론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향후 센서 인터페이스 등을 결합한 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로드맵도 담겼다는 정 상무의 설명이다.

 

 

핵심은 연산 장치다. 월드 모델을 자체 개발하더라도 고전력 서버나 해외 가속기에 계속 의존한다면 한계가 있다. 피지컬 AI의 ‘두뇌’를 실제 현장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외부 기술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영범 상무는 “올해는 월드 모델을 서버 레벨에서 잘 돌릴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하고, 이후 실제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를 사용할 때 필요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양산해 공급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그러나 연산 장치의 현장 적용과 로봇의 완전한 현장 안착은 별개의 문제다. AI가 대상물을 알아보고 최적의 행동을 판단하더라도, 실제 집기·조립·접촉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오차 하나가 공정 전체를 그르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추론 결과를 현실의 구동으로 전환하는 마지막 구간에서 로보틱스 본연의 정밀도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 국내 로보틱스 기술 업체 위로보틱스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가 손·팔 상호작용 모습을 시연하는 중이다. 기자는 로봇 손에 직접 외력을 가해 힘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순응 제어(Compliance Control)를 확인하고 있다.(좌) 이에 대해 김용재 대표는 "초저마찰 구동부(Actuator)와 높은 역구동성(Backdrivability)을 기반으로, 사람이 로봇 팔을 직접 움직여도 관절이 힘을 거스르지 않고 따라간다"고 말했다. 왼쪽 자료는 알렉스가 사람의 손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움직임과 힘을 조절하는 정밀 조작을 시연하고 있다. 이는 충청남도 천안 소재 사측 R&D 허브 로봇 이노베이션 허브(RIH)’에서 검증됐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는 이 병목 구간을 ‘라스트 1mm(Last 1 mm)’로 규정했다. 그는 “학습 과정에서 가장 방대한 데이터가 요구되는 지점은 물체를 집기 직전, 즉 최종 1mm의 정밀도”라며 “이 구간을 기존 로봇공학 기술로 해결하면 상위 단계의 추론 부담은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하드웨어 정밀도가 떨어질수록 이를 소프트웨어 학습으로 때우기 위한 데이터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모든 실행 문제를 거대 AI 모델과 데이터 물량전으로만 풀 필요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AI가 이미 초면인 대상물까지 식별할 시각 지능을 확보한 만큼, 로봇공학이 쌓아온 ▲정밀 제어 ▲충돌 회피 ▲궤적 제어 노하우 등을 접목하면 학습 과부하를 덜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피지컬 AI 담론에서 정통 로보틱스 기술이 다소 소외돼 있다”고 꼬집으며, 로봇공학·AI 결합이야말로 국내 산업이 쥐고 있는 혁신 카드라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전 세계 피지컬 AI 관련 산업계가 인지(Perception)·추론(Reasoning)·실행(Execution)으로 기술 체계를 세분화한 가운데, 핵심은 결국 실행을 맡는 ‘정밀 제어’”라며 “정확히 보는 ‘시각’과 정밀하게 움직이는 ‘구동’이 결합해야 엔드투엔드(End-to-end) 학습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자립=고립’은 아냐” 3년의 골든타임, 공급망 안에서 주도권 잡는다


 

기술 자립을 풀스택 내부의 국산화율로만 재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데이터·모델·반도체·로봇 등 관련 자체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국내 산업이 요구하는 컴퓨팅 기반을 얼마나 제때 공급할지에 따라 실제 기술 주도권은 달라질 수 있다.

 

자립은 핵심 기술의 선택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외부 생태계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느냐의 문제까지 포함한다.

 

 

◆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피지컬 AI 경쟁에서 가장 큰 벽 가운데 하나는 중국입니다. 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 등을 중심으로, 중국 내 휴머노이드·하드웨어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의 AI 패권 경쟁이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공급망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정면으로 경쟁하려면 국내에서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만들겠다는 접근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한·미 공동 R&D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기술적 틈새와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기존 제조 생태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동차 부품은 향후 휴머노이드와 로봇용 부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기자동차(BEV)를 비롯한 지금의 완성차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로봇 산업의 밑단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에너지 경쟁력도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 김경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

 

피지컬 AI에서 우리 팹리스(Fabless) 업계가 담당하는 역할은 기술 체계 가장 밑단의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이 가운데 피지컬 AI는 적용 시장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반도체만으로 모든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로봇·모빌리티·장비 등 각각의 환경에 맞는 연산 성능과 전력 조건을 충족하는 다양한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국내 팹리스 산업 생태계가 이러한 요구에 맞는 경쟁력 있는 반도체를 적시에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협회도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정부는 향후 3년을 글로벌 피지컬 AI 주도권을 가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절대 강자가 굳어지지 않은 만큼, 이 기간 대한민국이 ‘피지컬 AI 1강’으로 올라서도록 풀스택 국산화를 집중 지원할 계획입니다. 미국이 초거대 AI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 중국이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판단에서 구축한 전략입니다.

 

정책 실행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현실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희소 상황과 미래 상황을 학습하기 위한 월드 모델 개발에 올해 5월 착수했고, ‘피지컬 AI 라이브러리’를 비롯한 범부처 데이터 획득·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업·대학·연구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국내 생태계 역량을 결집한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까지 연결하겠습니다.

 

기술을 실제 제조 현장에 투입하는 일정도 병행하는 중입니다. 지난해 전라북도·경상남도에서 사전 검증을 통해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난 6월 출범한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를 통해 산학연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발·실증 체계를 민간 생태계까지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이달부터는 지역 제조 혁신을 위한 선도 실증(Pilot)에 본격 착수하는 중입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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