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제품이 움직인다는 사실과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이 된다는 사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연구실에서는 한 번의 성공만으로 기술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비·물·계단·통로 등 조건에서도 같은 임무를 반복해야 한다. 초기 로봇 기업이 맞닥뜨리는 스케일업 병목은 결국 이 기술 시연을 실제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것.
국내 로봇 플랫폼 업체 스완로보틱스는 이 문턱을 넘기 위해 완전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으로 곧장 향하는 글로벌 업계의 공식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궁극적으로 사람과 닮은 전신형 로봇을 목표로 하지만, 첫 사업 제품에서는 상체를 덜어냈다. 사람이 진입하기 어렵고 바퀴(Wheel)형 로봇의 이동도 제한되는 원자력발전소·하수관 등 현장을 겨냥해, 이족 보행 하체 플랫폼 ‘루비(RUBI)’를 먼저 꺼내든 배경이다.
이 선택의 바탕에는 국민대학교 로봇제어연구실(RcLab)에서 축적한 하체 기술, 개발 인력, 캠퍼스 등 자원을 활용한 반복 시험 환경이 있다. 연구실에서 루비를 다뤘던 인력이 자사 조직으로 합류하고, 언덕·계단이 섞인 교내 공간이 첫 실외 검증 무대로 쓰였다.
다만 기술을 시장과 연결할 수요처와 후속 자본은 아직 확보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스완로보틱스는 지금 대학 안에서 만든 두 다리를 대학 밖 산업 현장으로 내보내는 경계에 서 있다.
‘화려한 전신형’ 대신 실속 채우는 법...상반신 제거가 가져온 반전?
조백규 스완로보틱스 대표는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휴머노이드 하체 설계와 이족 보행 제어 기술을 연구해왔다. 스완로보틱스는 이 연구 성과를 제품·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출발한 업체다. 교내 연구진의 하체 기술과 사측의 제품 개발은 별개의 흐름이 아니라, 대학 연구실에서 축적한 기술이 창업 조직으로 이어진 하나의 계보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처음부터 하체형 로봇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조백규 대표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도, 회사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지점도 완전한 휴머노이드다. 머리부터 손·팔·몸통·하체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전신형 플랫폼이 본래 연구 방향이다.
그렇지만 조 대표는 연구자로서 가장 자신 있는 기술과 신생 기업이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을 제품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자각했다. 완전한 휴머노이드는 구현해야 할 기능·부품이 많고,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시간·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초기 시장인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전신형 로봇을 당장 구매해 사용할 수요처·임무가 선명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조백규 대표는 “휴머노이드가 몇 년 뒤에는 자사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지금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휴머노이드보다 조금 더 단순하면서도 쓰임이 명확한 로봇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에서 가장 큰 목표를 그대로 꺼내기보다, 실제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능만 먼저 분리해 내놓는 쪽을 택한 전략이다.
상체·팔이 없더라도 이동·정찰만으로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휴머노이드의 하체만 떼어낸 이족 보행 플랫폼 루비가 회사의 첫 사업 아이템으로 낙점됐다. 루비는 완전한 휴머노이드의 축소판이라기보다, 이동·정찰 등의 기능을 먼저 사업화하기 위한 독립 제품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상체와 로봇 팔(Robot Arm)이 없어도, 현장에 들어가 주변을 확인하고 센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임무부터 시장성을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루비가 우선 겨냥한 곳은 원자력발전소·하수도·하수관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렵거나 기피되는 환경이다. 조 대표는 현재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내 로봇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공급 계약이나 현장 실증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실제 수요기관과 로봇 형태·임무를 맞춰가는 초기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에서는 이미 무인항공기(드론)와 사족 보행 로봇 등 여러 형태(Form-factor)의 장비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조 대표에 따르면, 각 플랫폼마다 실제 시설 안에서 드러나는 아쉬운 지점이 있다.
원전 내부에는 사람이 이동하도록 만들어진 좁은 통로, 다수의 계단, 불규칙한 지형 등이 섞여 있다. 이 때문에 평탄한 노면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바퀴형 로봇만으로는 이동 범위를 넓히기 어렵다.
조 대표는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을 지나야 하고 계단과 불규칙한 지형도 많기 때문에 휠 기반 로봇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런 환경에서는 이족 형태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 다리를 펼쳐 지지면을 확보하는 사족 보행 로봇과 달리, 사람의 다리 폭에 가까운 구조로 통로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 루비가 겨냥한 조건”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현장의 요구 조건은 이동성에 그치지 않는다. 원전 내부에서는 기체가 방사성 먼지에 노출될 수 있고, 임무를 마친 뒤에는 이를 씻어내는 세척 과정도 필요하다. 비·물에 닿는 순간 운용을 중단해야 하는 연구용 로봇으로는 실제 투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작업자가 직접 로봇을 옮기고 관리해야 하는 만큼 지나치게 크거나 무거워서도 안 된다.
스완로보틱스는 이 조건을 고려해 외부 환경에 노출 가능한 구조로 루비를 설계·개발했다. 초기 임무도 복잡한 조작보다 이동과 점검에 맞췄다.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거나 카메라로 설비 상태를 촬영하는 작업은 로봇 팔 없이도 수행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우선 이동 플랫폼의 실효성을 검증한 뒤, 현장 요구에 따라 센서와 작업 장치를 붙여 기능을 확장하는 순서다.
루비는 이동 플랫폼으로 시작해,
실제 수요가 확인되는 기능을 하나씩 결합하는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입니다.
조 대표는 원전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뒤 하수도·하수관 점검 등으로 사용처를 넓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람이 들어가기 어렵고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공간에서 이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원전과 하수 시설이 공유하는 문제”라는 그의 언급이다. 이처럼 루비는 특정 산업 한 곳에 고정된 전용 장비보다, 위험·기피 환경에 맞춰 임무 장치를 바꿀 수 있는 이동 플랫폼을 지향한다.
하지만 기술이 작동한다고 곧바로 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조 대표는 루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걷는지보다 이 로봇으로 열 수 있는 시장 규모, 수익모델, 실제 구매 주체 등을 투자자가 먼저 묻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요 기업은 기존 장비나 외산 로봇 대신 루비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까지 요구한다.
그는 “결국 듣게 되는 질문은 ‘이 로봇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외산 로봇과 뭐가 다르냐’, ‘이미 있는 제품을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기술 메커니즘이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효과적이라는 점을 계속 증명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고 넘어야 할 허들을 설명했다.
루비로 제품 범위를 줄인 선택은 개발 난도를 낮추기 위한 후퇴가 아니다. 완전한 휴머노이드라는 장기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당장의 수요부터 잠재 사용자 앞에서 검증하려는 사업 순서의 재배치다.
“걷는 로봇의 약점은 ‘걷는다는 것’”
루비가 열어야 할 다음 관건은 현장에서 필요한 속도로 이동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같은 임무를 반복할 수 있는지다. 조백규 대표는 현재 루비가 기본적인 이족 보행과 실외 시험을 수행할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잘 넘어지지 않고, 비를 맞거나 물속에서도 이동 가능하면서도,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 동작도 구현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능이 원전·하수도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장시간 반복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한두 차례 보행에 성공하는 것과 현장 투입 이후 같은 동작을 수십·수백 번 반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내구성, 반복 성공률, 장시간 운용 안정성까지 확인해야 이 같은 연구용 플랫폼이 산업용 제품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그가 말했다
현재 루비는 잘 걷고 잘 넘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 또한 걷는다는 점이죠.
이러한 두 발로 걷는 기술은 다양한 환경·지형에서 루비의 경쟁력이 된다. 반면 평탄한 바닥과 긴 통로에서는 발목을 잡힌다. 사람이 걸음을 내딛듯 다리를 번갈아 움직여야 하므로 바퀴형 플랫폼보다 이동 속도가 느리다. 더불어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더 많은 동작이 필요하다. 이는 루비의 발에 바퀴를 결합한 후속 플랫폼 ‘루비 W(RUBI W)’를 개발하는 배경이다.
조 대표는 이를 두고 “루비가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은 형태”라고 표현했다. 평지에서는 바퀴를 이용해 이동 속도를 높이고, 계단·단차·험지가 나타나면 다리 구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같이 바퀴를 장착한 상태는 루비의 하체 구조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 평탄한 구간에서는 주행 효율을 확보하고, 바퀴만으로 넘기 어려운 구간에서는 이족 구조의 가동 범위를 이용한다. 하나의 현장 안에 혼재하는 환경에서 이동 방식을 전환하며 임무를 이어가겠다는 기술 로드맵이다.
조 대표는 바퀴를 단 루비의 균형 제어도 기존 보행 기술을 확장하는 문제로 봤다. 현시점 루비는 넓은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좁은 접촉면을 이용해 자세를 유지하며 걷는다. 이렇게 이미 작은 지지면 위에서 균형을 잡는 제어 기술을 확보한 만큼, 바퀴 위에서 기체 자세를 유지하는 문제도 해결 가능한 범위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루비 W 역시 완성된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평지에서 바퀴를 이용해 이동하는 기능은 구현했지만, 바퀴를 장착한 채 계단과 단차·험지를 연속으로 통과하는 알고리즘은 여전히 개선·고도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지형 변화에 따라 보행과 주행 방식을 전환하고, 전환 과정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는 과제가 여전히 있다.
핵심은 루비 W에 달린 바퀴가 유리한 구간과 두 다리가 필요한 구간이 뒤섞인 환경에서도 운용을 멈추지 않는 것. 그리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장면이다. 한 번 계단을 오르는 시연보다 여러 지형을 오가며 같은 임무를 반복할 수 있는지가 시장 진입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조백규 대표는 루비 두 대를 연결해 사족 형태로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등 부분에 로봇 팔, 센서·작업 모듈 등을 결합하는 구조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임무를 마친 로봇이 스스로 복귀해 충전하는 도크(Dock)도 향후 운용 체계에 포함할 계획이다. 현장 요구에 따라 이동 방식과 임무 장치를 조합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성이다.
이들 기능 역시 아직 개발 구상과 고도화 단계가 섞여 있다. 현재 루비의 경쟁력을 평가하려면 구현이 완료된 기능과 향후 적용할 모듈을 구분해야 한다. 지금 확인된 것은 기본 이족 보행과 실외 시험 가능성이고,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반복 운용과 모듈 결합 이후의 안정성이라는 것이 조 대표의 언급이다.
루비가 실험실 밖으로 나가는 첫 시험장은 국민대학교 캠퍼스다. 언덕·계단·운동장·건물·통로가 한 공간에 섞인 이 공간은 보행·정찰·지도화(Mapping)에 필요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확보하는 입체 시험대다. 개발 과정에서 별도의 외부 시험장을 매번 마련하지 않고도 상황에 따라 기체를 꺼내 시험할 수 있다는 점이 대학에 자리한 로봇 기업의 이점으로 작용했다.
조 대표는 캠퍼스를 인간의 생활 환경과 유사한 하나의 로봇 시험장으로 봤다. 건물 안팎을 이동하고 계단·경사를 오르며 주변 지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험실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변수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부 시설과 달리, 시험 일정·장소를 비교적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반복 검증의 속도를 높였다.
교 캠퍼스에서 축적한 보행 데이터가 실제 원전·하수 등 시설에서도 유효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사측의 다음 시험대다.


▲ 실제로 캠퍼스 건물 안에서 가동하는 루비 모습.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렇게 RcLab에서 축적된 기술은 인력과 함께 회사로 이동했다. 루비의 설계와 보행 알고리즘을 학위 연구로 다뤘던 대학원생이 졸업 후 스완로보틱스 인재로 합류한 사례다. 제품 구조와 제어 방식을 가장 깊이 이해한 연구자가 사업 조직에서도 개발을 이어가면서 별도의 긴 기술 인수인계 없이 고도화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조백규 대표가 내세우는 인력 확보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대학교 기술지주는 특허, 비즈니스 모델(BM),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 구성 방향 등을 지원했다. 반면 실제 수요처와 후속 투자처를 연결하는 부문은 앞으로 지원 효과를 확인해야 할 영역으로 남아 있다.
조 대표는 대학 안에서 확보한 기술, 인력, 시험 환경을 기반으로 향후 캠퍼스타운·기술지주가 보유한 사업·투자 네트워크와의 접점이 확대되길 기대했다.
외형 복제나 가격 싸움엔 미래 없다, 하드웨어 차별화로 생태계 선점하라
스완로보틱스가 루비의 다음 경쟁력으로 지목한 것은 외산 로봇보다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이미 시장에 나온 플랫폼과 비슷한 외형을 구현하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 생산 기반과 탄탄한 부품 공급망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중국산 로봇과 가격 싸움으로 맞붙어서는 승산이 옅다는 판단에서다.
조백규 대표는 ‘가격은 싸지만 품질·내구성이 낮은 제품’이라는 중국 소재 로봇에 대한 단정적 시각부터 경계했다. 현재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제품에서 내구성 문제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중국 업체가 가격을 올리고 더 좋은 부품을 선택한다면 품질 역시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 로봇은 싸게 내놓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는 측면도 있지만, 가격을 높이고 제품을 더 좋게 만든다고 하면 중국이 기술적으로 수준이 낮은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중국산 로봇을 들여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거나 외부 디자인과 일부 구조를 바꾸는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조 대표의 관점이다. 먼저 제품을 출시해 국내 공급 실적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유사한 구조가 늘어나면 결국 가격과 납기 경쟁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결국 더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갖춘
우리만의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해요.
그는 현재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을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진 직후에 비유했다. 투자·기술 발표가 잇따르면서 물결이 크게 일고 있지만, 시장이 가라앉은 뒤에도 남는 기업은 독자적인 기술 우위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곳일 것이라는 의미다.
조 대표는 “보행, 균형 제어, 구동부(Actuator), 소프트웨어가 모두 중요하지만,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하드웨어 기구 설계에서 분명한 포지셔닝을 가져야 한다”며 “하드웨어를 처음부터 자체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하는 생태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과정에서 조 대표가 준비하는 차별화 요소는 로봇 다리 관절에 힘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일반적인 로봇은 하나의 관절에 하나의 모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무릎에서 더 큰 토크가 필요하다면 그 힘을 낼 수 있는 큰 모터를 해당 관절에 장착해야 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요구 토크가 커질수록 모터·감속기(Reducer)의 크기·무게·비용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대학교 연구진은 이와 달리 두 개의 모터와 두 개의 관절을 하나의 관계로 묶는 하체 메커니즘을 연구해왔다. 보행 과정에서 큰 힘이 필요한 무릎 관절과 고관절을 연결하고, 두 관절이 서로 다른 시점에 토크를 요구한다는 특성을 활용하는 접근이다.
이에 대해 조백규 대표는 “사람이 걸을 때 무릎·고관절이 힘을 쓰는 타이밍은 서로 다르다”며 “두 관절이 같은 순간에 큰 힘을 요구한다면 효과가 없겠지만, 힘을 쓰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필요한 관절에 힘을 모아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이는 제어기(Controller)가 상황에 따라 모터 힘을 임의로 한쪽 관절에 몰아주는 방식은 아니라고 못박는 조 대표다. 두 모터와 두 관절 사이에 설계된 기계적 관계를 통해 보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속도·토크 범위를 배분하는 메커니즘이다. 각 관절의 최대 요구 토크에 맞춰 큰 모터를 하나씩 배치하는 대신, 결합된 액추에이터를 활용해 전체 하체의 크기·무게를 줄일 여지를 확보하려는 설계점이다.
두 모터의 힘을 그때그때 필요한 관절에 활용하면,
각 관절에 대형 모터를 따로 넣지 않고도
더 넓은 속도와 토크 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하체 기술의 출발점에는 국민대학교 연구진이 루비 이전에 개발한 이족 보행 연구 플랫폼 ‘로크-3(RoK-3)’가 있다. 이들은 높은 감속비를 갖춘 구동계에서 관절 내부의 마찰을 추정·보상하고, 별도의 관절 토크 센서 없이 보행을 제어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주어진 하드웨어 조건에서 지면과 상호작용하는 힘을 제어하기 위한 기반을 축적한 단계다.
후속 연구 플랫폼 ‘로크-4(RoK-4)’에는 먼저 ‘2-RSU’ 병렬 구조를 채택했다. 여기서 ‘2’는 같은 연결 구조 두 개가 나란히 움직인다는 뜻이고, ‘R’은 한 축을 중심으로 도는 회전관절(Revolute Joint)을 의미한다. ‘S’는 공처럼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면관절(Spherical Joint), ‘U’는 서로 다른 두 축을 따라 앞뒤·좌우로 꺾이는 유니버설관절(Universal Joint)을 가리킨다. 이 세 관절을 R·S·U 순서로 이은 구조 두 개가 함께 다리의 움직임을 만든다.
연구진은 여기에 모터 힘을 연결 부품을 통해 관절까지 전달하는 ‘병렬전달(Parallel Transmission)’ 메커니즘을 더했다. 두 모터의 출력을 결합하거나 나눠 필요한 관절에 속도와 힘을 배분하는 ‘차동기어(Differential Gear)’ 메커니즘도 함께 연구했다.
이 같은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관절마다 큰 모터를 하나씩 붙이는 대신 여러 구동부·관절이 힘을 나눠 쓰도록 설계한 것이다. 무거운 모터를 다리 아래쪽에 몰아넣지 않으면서도 보행 과정에서 필요한 힘과 움직임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여기에 연구진은 발가락 관절을 더한 7자유도(DoF) 다리도 연구해, 발끝으로 지면을 밀고 균형을 잡는 동작까지 구현 범위를 넓혔다.
조 대표는 해당 특허 구조가 현재 루비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이를 루비에 반영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구분했다. 로크-4에서 다룬 하체 기술은 향후 루비의 효율·차별성을 높일 기반에 해당한다.
조백규 대표가 이 같은 하드웨어 차별화를 강조한 이유는 휴머노이드 시장의 공급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완성 로봇을 직접 운영하는 업체뿐 아니라, 수요 기업이 원하는 형태로 하체·전신 플랫폼을 설계·제조해 공급하는 업체도 필요해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회사는 루비를 통해 설계, 제작, 보행 제어, 실외 운용 역량 등을 먼저 축적한 뒤 이를 완전한 휴머노이드로 확장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조 대표는 “로봇이 일상과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결국 특색이 있고 효율적인 로봇만 선택받게 될 것”이라며 “루비에서 시작해 향후 휴머노이드까지 이어지는 하드웨어 플랫폼이 그중 하나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학 안에서 만들어진 두 다리가 시장의 하드웨어로 인정받으려면 연구 자료 속 효율을 실제 제품의 크기·무게·내구성·가격 경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캠퍼스에서 확인한 기술 가능성을 산업 현장의 반복 성능과 명확한 구매 이유로 바꾸는 과정. 여기에 스완로보틱스의 다음 스케일업이 달려 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