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실제로 공장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AI 모델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안정적인 인프라, 일관된 데이터, 적절한 하드웨어와 디지털 트윈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산업AX 코리아 2026’ 행사가 열렸다. ‘피지컬 AI & 엔지니어링 워크포스 혁신’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진 두 번째 트랙에서 전문가들은 산업 AI 전환(AI Transformation, 이하 AX)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인프라, 데이터, 제조 공정, 로보틱스, 엣지 컴퓨팅을 꼽았다.
멈추지 않는 인프라가 AX의 출발점
첫 발표에 나선 우미숙 한국IBM 실장은 기업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인프라의 가용성과 보안을 강조했다. 우 실장은 IBM 파워 시스템을 증권사 원장 시스템, 은행 계정계 시스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등 대규모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기업 핵심 시스템에 적용되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우 실장은 “다운타임이 곧 비용과 연결되는 요즘에는 다운타임을 줄이는 것 자체도 하나의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파워11의 특징으로 제로 플랜드 다운타임, 제로터치 자동화, 제로트러스트 보안, 제로튠 성능을 제시했다. CPU 안에 스페어 코어를 두고, 메모리 모듈 내부에도 스페어 영역을 구성해 장애 발생 시 시스템 캐퍼시티 영향을 줄이는 방식이다.
운영 자동화도 주요 축으로 언급됐다. 우 실장은 장애 발생 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IBM 센터와 연계하는 과정, 펌웨어와 VIOS, I/O 어댑터 업데이트 등을 자동화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보안 측면에서는 IBM Power Cyber Vault를 통해 랜섬웨어 감지와 복구 절차를 지원한다며,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비한 PQC 기반 펌웨어 서명도 언급했다.
AI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추론 영역에서 파워 시스템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 실장은 “트레이닝 관련된 것까지 모든 것을 IBM 시스템에서 할 필요는 없지만, 인퍼런스 관련 부분은 IBM 파워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AX의 승부처는 모델보다 '데이터'
두 번째 발표자인 이현동 슈퍼브AI 부대표는 산업 AX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모델이 아닌 데이터에서 찾았다. 그는 “산업 현장의 조업과 업무는 24시간 365일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AI에 포함시켜야 할 데이터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AI 프로젝트가 막히는 원인으로 데이터 수집 시점과 현장 환경의 불일치, 현장과 ML 엔지니어 사이의 협업 속도 차이, 모델 노화를 꼽았다. 그는 “여름에 학습된 결함의 패턴과 겨울에 테스트하는 결함의 패턴이 다르면 국어, 영어로 공부하고 수학 시험 문제를 푸는 꼴”이라며 계절, 조도, 앞 공정 변화 등 물리적 조건이 제조 데이터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라벨링 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부대표는 “막내가 만든 데이터는 막내 AI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라며 “시간이 나는 사람에게 라벨링을 시키면 안 되고, 내부 전문가가 어떤 시간과 어떤 환경에서 본인의 전문성을 데이터에 입력할 수 있는가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결함이나 제조 현장 판단은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많은 인력을 투입해 라벨링 물량만 늘리는 방식은 오히려 데이터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대표는 현장에 먼저 소프트웨어를 넣고, 그 소프트웨어를 통해 데이터가 계속 쌓이며, 다시 AI 모델로 학습되는 구조를 제안했다. 이 부대표는 “모델은 배포하는 순간 감가상각이 극단적으로 발생한다”며 “언제든지 다시 학습할 수 있는 체계를 현장에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층 제조, 시제품을 넘어 현장 도구로
최승호 스트라타시스 코리아 차장은 적층 제조가 제조 현장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차장은 기존 제조 방식의 한계로 높은 가공·조립 비용, 잦은 설계 변경에 따른 긴 리드타임, 무거운 지그와 시공구로 인한 작업자 부담을 들었다.
그는 절삭 가공과 적층 제조를 비교하며 “적층 제조는 필요한 부분을 한 층씩 쌓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료 낭비를 줄이고 형상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기존 9.9kg이던 프레임을 3D 프린팅으로 4.5kg까지 줄인 사례가 소개됐다. 작업자가 하루 100번 이상 해당 프레임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중량 절감은 단순한 부품 경량화를 넘어 작업자 부담 완화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최 차장은 3D 프린팅이 더 이상 시제품 제작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엔드오브암툴, 지그, 고정구, 스페어 파트 등 제조 현장의 최종 사용 부품과 툴링 영역에서 적층 제조가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워터젯 커팅 시스템의 맞춤형 그리퍼, 자동차 선루프 안착 지그, 윈도우 얼라인먼트 픽스처, 철도 스페어 파트 등의 사례도 소개됐다.
고정구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인 Fixturemate와 3D 프린팅 출력물의 적층 방향, 툴패스 데이터를 반영해 취약 지점을 시뮬레이션하는 NoviPath도 함께 언급됐다. 최 차장은 “캐드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교육을 받으면 고정구를 설계할 수 있다”며 제조 현장에서 비전문가의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AI, 범용성보다 태스크별 정밀도
성민수 아이벡스 대표는 피지컬 AI와 AI 로보틱스의 기술 진화를 소개했다.
성민수 대표는 피지컬 AI를 “인지하고 판단하던 AI가 물리적 세계로 나와 판단의 결과를 실제 작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LLM이 웹 데이터를 사전학습하고 개인화와 파인튜닝을 거쳐 발전해온 것처럼, 피지컬 AI도 비전 모델, 월드모델, 비전-언어-행동 모델을 기반으로 태스크별 학습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 대표는 최근 로보틱스 연구 흐름으로 VLA와 월드모델을 소개했다. VLA는 로봇이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언어 명령을 이해한 뒤,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모델이다. 월드모델은 단순히 물체를 알아보는 수준을 넘어 물리 세계에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그는 피지컬 AI가 아직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제조 현장은 언어 모델보다 훨씬 높은 신뢰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 대표는 “언어 모델이 할루시네이션으로 오답을 조금 줬다고 해서 서비스가 망하지는 않지만, 공장에서는 작동이 잘못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공장 자동화를 네 단계로 구분했다. 정해진 경로를 반복 수행하는 기존 티칭 방식, 비전으로 대상을 인지하는 단계, 환경 변화에 적응해 태스크를 수행하는 어댑티브 단계, 스스로 인지하고 학습하는 단계다. 성 대표는 국내 산업계에서 레벨 2까지는 상당 부분 구현되고 있지만, 레벨 3부터 회사 간 기술 격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한국 기업의 기회도 이 지점에 있다고 짚었다.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대규모 데이터 수집 경쟁은 글로벌 빅테크와 대형 스타트업이 앞서가기 쉽지만, 제조 현장의 세부 공정에 깊게 들어가 정밀도와 속도, 성공률을 확보하는 영역에서는 국내 기업에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버티컬로 깊게 들어가면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승산이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피지컬 AI 구현의 관건, 하드웨어 아키텍처
마지막 발표자인 김경연 어드밴텍케이알 팀장은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강조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 AI가 엣지 AI로 이동했고, 이제는 판단에 그치지 않고 로봇과 액추에이터, AMR 등을 통해 행동까지 옮기는 피지컬 AI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생각하는 AI가 행동하는 AI로 바뀌고 있다”며 “비정형화된 현실에서 변수를 인지하고 물리 법칙을 고려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공존하는 환경에서는 수초, 수분 안에 판단이 이뤄져야 하므로 레이턴시가 핵심 조건이 된다는 설명이다.
어드밴텍케이알은 피지컬 AI 하드웨어 구성을 센서, AI 모델, 엣지 컴퓨팅, 로봇·액추에이터로 나눠 설명했다. 센서가 사람의 눈과 감각처럼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고, AI 모델이 이를 인지하며, 엣지 컴퓨팅이 추론과 판단을 수행한 뒤 로봇과 액추에이터가 행동으로 옮기는 구조다.
김 팀장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AMR 구현에서 Jetson Thor 등 차세대 엣지 컴퓨팅 플랫폼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비전 인식용 하드웨어와 액추에이터 제어용 하드웨어가 나뉘어 전력 소모와 레이턴시, 통신 부담이 컸지만, 최근에는 단일 플랫폼에서 시각 인지와 물리 제어를 함께 처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도 함께 언급됐다. 김 팀장은 “피지컬 AI를 하려면 반드시 디지털 트윈을 생각해야 한다”며 “로봇이 수천만 가지 환경을 실제로 모두 경험하며 학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상환경에서 물리 법칙을 반영해 합성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이 사전 학습한 뒤 실제 운영 데이터를 다시 디지털 트윈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공적인 피지컬 AI 구축 요건으로 실리콘 구성 다변화, 초저지연 네트워크, 하드웨어 기반 보안, 의미 기반 데이터 필터링, 장애 발생 시 자율 대응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많지만 하드웨어 아키텍처 전문성이 부족해 POC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잘못 선정한 하드웨어 하나로 POC가 무너지거나 비딩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며 “경험이 많은 하드웨어 파트너와 함께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