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조명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신기한 조명 기술들. 2026 국제광융합엑스포 현장에서 다양한 조명 기술들을 만났다.
2026 국제광융합엑스포가 7월 8일부터 10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렸다. 2026 국제광융합엑스포는 광융합 기술 전문 전시회로, 올해는 LED·OLED 소부장, 스마트조명, ICT 융합, 디스플레이·사이니지 등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이 전시됐다. 전시장에는 조명의 밝기나 효율뿐 아니라, 조명이 놓이는 공간과 생활 방식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동차가 탑승자의 표정을 읽고 알아서 조명을 바꾼다
자동차 내장부품 기업 카이엠 부스에서는 ‘자율주행차 감성인지 기반 융합조명 기술’이 소개됐다. 해당 기술은 자동차 실내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운전자나 탑승자의 표정, 행동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실내 조명을 바꾸는 방식이다.
카이엠 관계자는 해당 기술에 대해 “운전자나 탑승자의 표정을 보고 오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해 무드조명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가령 탑승자가 책을 펼치면 독서등이 켜지고, 급브레이크 상황에서는 도어 쪽 조명이 빨간색으로 점멸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차량 실내 공간을 겨냥한 다른 아이디어도 함께 전시됐다. 펠티어 소자를 적용한 차량용 컵홀더는 냉매가 아닌 열전소자를 이용해 온도를 올리거나 내려 음료의 온도를 따뜻하게 하거나 차갑게 유지시킬 수 있다.
야간에 충전구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한 충전도어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센서가 사람의 접근을 인지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터치로 도어를 여는 방식이다. 충전량은 숫자와 색상으로 표시된다.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에러 메시지와 점멸 표시가 나타난다.
차량 내부 배선 경량화를 위한 플렉시블 와이어도 소개됐다. 기존 구리선 뭉치 대신 필름에 구리선을 인쇄하는 방식으로, 차량 내부 공간 제약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둔 기술이다. 카이엠 관계자는 “차량 안에서는 패키지 공간 제약이 많아 레이아웃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플렉시블 와이어는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캠핑이나 이동 상황을 염두에 둔 탈부착형 콘솔박스도 눈에 띄었다. 수납공간, 테이블, UVC 살균, 스피커, 빔 프로젝터, 자동 충전 기능 등을 하나의 콘솔에 넣었다.
거대한 건물의 수많은 조명을 효율적으로 켜고 끄는 방법
전시회가 열린 킨텍스 같은 거대한 전시장이나 호텔 연회장, 백화점, 데이터센터처럼 조명이 많은 공간에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조명을 켜고 끌까. 조명 자동제어 시스템 기업 정호티엘씨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정호티엘씨는 스케줄에 따라 조명을 켜고 끄거나, 일출·일몰 시간에 맞춰 옥외등을 제어하고, 사람의 움직임과 실내 밝기에 따라 조명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소프트웨어와 함께 릴레이, 컨트롤러, 스위치, 센서 등 관련 기기도 직접 개발해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관계자가 부스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나 장비는 IPC(Intelligent Programmable Controller)였다. 해당 장비는 두 가닥의 신호선으로 각 컨트롤러와 통신하면서 전원도 공급한다. 현장 관계자는 “보통 컨트롤러를 설치하려면 보조전원을 따로 넣어야 해서 시공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두 가닥 선을 이용하면 시공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 시스템과는 이더넷 기반 통신과 모드버스 프로토콜 등을 통해 연동된다.
센서 제품군도 소개됐다. 조도 센서는 외부 자연광을 고려해 실내 조명을 조절하고, 인체감지 센서는 사람이 접근하면 조명을 켜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최근 개발한 듀얼테크 센서는 여기에 소음 감지를 더했다. 사람이 공간 안에 있어도 움직이지 않으면 센서가 부재 상태로 판단할 수 있는데, 대화 소리 등을 함께 감지해 재실 여부를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스위치 제품에서는 공간 운영 방식에 맞춰 기능을 바꾸는 솔루션이 눈길을 끌었다. 가령 호텔 연회장처럼 하나의 큰 공간을 파티션으로 나눠 써야 하는 경우, 기존 스위치를 다시 설치하지 않고도 구획에 따라 각 버튼의 기능을 바꿀 수 있다. 상업시설 운영 시간에는 일반인이 스위치를 눌러도 조명이 꺼지지 않게 하고, 운영 종료 후 관리 시간에는 같은 스위치를 관리용으로 쓰는 식의 설정도 가능하다.
정호티엘씨 관계자는 “킨텍스 전시장이나 호텔 연회장 같은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상업시설, 공공기관, 데이터센터, 아파트 공용공간 등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관리 편의성을 겨냥한 기능도 있었다. ‘래더리스 센서’는 이름 그대로 사다리 없이 센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천장이 높은 전시장이나 대형 시설에서 센서 감지 시간을 조정하려면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제품은 스마트폰 앱이나 시스템 컴퓨터에서 원격으로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정호티엘씨는 최근 조명제어 소프트웨어 ‘에너지 매니저 5’도 개발했다. 조명 회로별 상태를 확인하고, 특정 조명이 켜져야 하는데 켜지지 않는 경우를 검색·감시할 수 있다. 회로별 전력 용량과 점등 시간을 누적해 조명이 어느 정도 에너지를 소비했는지 추적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방 안에 설치되는 인공 햇빛...빛 편식하지 마세요
인공 햇빛 조명 기업 솔라미션의 부스에선 참관객들에게 직접 열정적으로 인공 햇빛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성기숙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인공 햇빛은 말 그대로 햇빛과 비슷한 특성을 갖도록 만든 조명이다.
일반 LED 조명과 햇빛은 눈으로 보기에는 모두 흰 빛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빛을 파장별로 나눠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성 대표는 부스에서 스펙트럼 분석기를 이용해 일반 조명과 솔라미션 제품의 빛을 비교해 보여주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하얗게 보여도, 분석해보면 어떤 빛은 특정 파장만 강하게 나온다”며 “햇빛에 가까운 조명인지를 보려면 빛을 구성하는 파장 분포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 대표가 강조한 기준은 스펙트럼, 색온도(CCT), 연색지수(CRI)다. 스펙트럼은 빛을 이루는 파장 분포를 뜻한다. 햇빛은 여러 파장대가 비교적 고르게 섞여 있는 반면, 일부 인공 조명은 특정 파장대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색온도는 빛의 색감을 나타내는 지표다. 숫자가 낮으면 노을빛처럼 따뜻한 색에 가깝고, 숫자가 높으면 한낮의 햇빛처럼 차갑고 푸른빛이 도는 흰색에 가까워진다. 연색지수는 조명 아래에서 사물의 색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성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풀스펙트럼인지 단색광인지이고, 그 다음으로 색온도와 CRI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풀스펙트럼은 햇빛처럼 여러 파장대가 폭넓게 포함된 빛을 가리킨다. 성 대표는 솔라미션 제품이 햇빛에 가까운 스펙트럼을 구현하면서도 자외선을 제외한 점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인공 햇빛 조명은 적용 공간에 따라 스마트오피스용, 스마트팜용, 교육용 등으로 나뉜다. 성 대표는 “차단제가 필요 없는 건강한 인공 햇빛 조명을 방 안에 들여오자는 것이 스마트오피스이고, 농장으로 확장한 것이 스마트팜용”이라고 말했다.
솔라미션은 인공 햇빛 조명을 스마트팜에 적용한 딸기 재배 사례도 소개했다. 성 대표는 “하우스 딸기를 가져와 당도를 재보니 12.4브릭스가 나왔고, 인공 햇빛 조명 아래에서 재배한 딸기는 17.8브릭스가 나왔다”며, 특정 파장의 빛만 쓰는 방식보다 햇빛에 가까운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식물 생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대표는 “청색광과 적색광만으로도 식물을 키울 수는 있지만, 햇빛에 가까운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사람의 식사에 비유해 “물하고 소금만 먹고도 살 수는 있지만, 미네랄과 탄수화물, 단백질 등을 같이 먹을 때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