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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즈업] AI·반도체 시대, 전력수급계획이 제조 경쟁력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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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현황 점검과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
AI·반도체 시대 전력수요 전망과 산업계 대응 과제 논의
"AI 데이터센터·반도체 투자 확대로 2040년 전력수요 재검토 불가피"
전기요금·클린 펌 파워·수소 전환이 제조업 전력 인프라 핵심 변수로 부상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차세대 산업 성장축으로 떠오르면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짓는 문제는 더 이상 부지와 투자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시점에 충분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산업 투자 성패를 좌우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은 6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현황 점검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2040년까지의 전력 수요 전망과 향후 전원 구성 방향을 논의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 동안 전력 수요와 발전설비, 전력시장 방향 등을 담는 국가 전력정책의 기본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는 전날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직후 열렸다. 참석자들은 첨단산업 투자 확대가 12차 전기본의 수요 전망을 다시 흔들 수 있다고 봤다. 전력계획이 에너지 정책을 넘어 산업정책의 전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 자리였다.

 

한정애 국회의원은 개회사에서 “미래산업, 첨단산업을 얘기할 때는 전기하고 물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며 “반도체도 그렇고 AI 데이터센터도 그렇고 모두 전기가 필요하고 또 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쓸 때 전력 수요를 조금 더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시나리오가 지금 계속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정혜경 국회의원도 AI 전환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언급하며 “더 정밀하게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것에 맞게 시대적 과제인 에너지 전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같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회 의원은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3대 첨단 분야에 막대한 전력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그 밑그림을 그리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2040년 수요, 확정 숫자 아니다”…AI·반도체 투자 반영해 재검토

 

 

주제 발표를 맡은 허진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2차 전기본 수요계획소위원장으로서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을 설명했다. 허 교수는 전력 수요를 GDP, 인구, 기온 등 기존 추세를 반영한 ‘모형 수요’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기화 등 새롭게 늘어나는 ‘추가 수요’로 나눠 산정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모형 수요와 추가 수요를 합쳐 기준 수요를 만들고, 여기에서 수요관리 효과를 반영하면 목표 수요가 된다”고 설명했다. 언론에서 주로 언급되는 여름철·겨울철 최대전력 수요가 이 목표 수요에 해당한다.

 

12차 전기본 수요 전망의 특징으로는 시간대별 수요 패턴 산정이 제시됐다. 과거에는 연중 최대 수요 중심으로 전망했다면, 이번에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을 고려해 1년 8,760시간 단위의 수요 패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시간대별로 계속 변하기 때문에 더 이상 수요를 고정된 수요로 대응할 수 없다”며 “향후 15년에 대한 매년 8,760시간의 시간별 수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4월 공개된 잠정안에서 2040년 기준 목표 수요는 기준 시나리오 기준 131.8GW로 제시됐다. 다만 허 교수는 이 수치가 확정값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어제 큰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됐기 때문에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들은 조금 더 개선·보완될 예정”이라며 “오늘은 어떤 개념으로, 어떤 절차와 어떤 잠정적인 결과가 나왔는지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수요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추가 수요만 본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질의응답에서 “데이터센터는 모형 수요에 한 2.3GW가 녹아 들어가 있고, 추가적으로 반영된 게 4GW”라며 “실질적으로 데이터센터에 반영된 수요는 6.3GW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전체 설비는 대략 13.6GW로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관련 수요는 다시 검토 대상이 됐다. 허 교수는 “첨단산업에는 반도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지컬 AI도 향후 미래 전망 수요를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첨단산업 쪽에서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요만큼 중요한 가격…“전기요금 영향도 공개해야”

 

 

제조업 관점에서 전력 수요 전망만큼 중요한 것은 전기요금이다. 전력이 충분하더라도 가격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장기 투자 판단은 어려워진다. 이날 토론에서도 전기요금은 산업계와 입법조사기관이 공통으로 제기한 쟁점이었다.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전력수급계획에서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전기요금에 대한 얘기를 안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40년에 15년 뒤 이런 설비로 믹스를 했을 때 전기요금이 얼마가 되는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전력수급계획을 했을 때 전기요금이 대체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꼭 국민들한테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그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전원 구성에 따른 경제성 평가, 향후 전기요금에 대한 대략적인 영향 등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력계획이 발전소 규모와 발전원 비중만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계가 참고할 수 있는 비용 신호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허 교수는 이에 대해 전기요금 문제가 시장소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기요금 문제가 사실 수요나 설비나 계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워낙 민감하다 보니 총괄회의에서는 아직 논의가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요금에 따른 가격 신호가 지역과 산업에 반영돼야 시장에서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단순한 소비자 부담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철강, 배터리,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사용 비중이 큰 산업에서는 제조원가와 직결된다. 전기본이 산업 인프라 계획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제…관건은 ‘클린 펌 파워’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전원으로 이를 감당할지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원믹스를 논의할 때 탄소중립, AI, 에너지 안보, 분산형 전원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열심히 보급해야 된다는 것은 이제 전제”라면서도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을 위해 ‘클린 펌 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클린 펌 파워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청정 전원을 뜻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클린 펌 파워로 원전을 언급하면서도 “원자력발전을 무한정 늘리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또 “ESS의 한계도 분명히 인식해야 하고, 양수발전 같은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며 “유연한 전원이 필요하다면 단기적으로 또는 중기까지는 LNG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전원믹스를 단순 비중 배분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믹스를 그냥 테트리스에 끼우는 것처럼 쉽게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전원이 빠지면 그 기능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능을 충족해야 되는 것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제조 현장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반도체 공정, 자동화 생산라인, AI 데이터센터는 순간적인 전력 불안정에도 민감하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 발전량이 아니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유연성 자원, 저장장치, LNG, 수소 전환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탄소중립과 산업 전환, 수소가 연결고리로 부상

 

 

전력 공급 확대가 곧 탄소중립 후퇴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본이 과거처럼 전력 부문만 따로 최적화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오 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전체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단순히 전력 부문의 최적화만을 위해 설계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전력, 수송, 열에너지, 산업 공정이 서로 연결되는 만큼 전기본도 국가 전체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정애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탄소중립과 산업 전환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수소를 언급했다. 그는 “원전이 가지는 경직성과 재생에너지가 가지는 간헐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ESS를 충분히 채우고 또 남는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망으로 못 태우는 것들은 무엇으로 전환해 놓을 것이냐, 방법이 수소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산업의 수소환원제철을 예로 들며 수소 정책이 산업계와 연결돼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수소 관련 정책이 결국 산업계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각각에 붙어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게 만들어내는 수소가 LNG 가격에 준하는 정도가 될 수 있다면 지금 가스발전을 하는 것을 나중에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해가면서 2040년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길은 다른 나라하고도 다르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와 랜드스케이프, 바람의 질이 달라서 다른 나라가 갔던 길을 똑같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2050년 탄소중립은 반드시 한다, 그리고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페이즈아웃시키는 것을 가장 큰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열린 마음으로 믹스가 될 수 있도록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제12차 전기본의 수요 전망을 점검하는 자리였지만, 논의는 전력계획을 넘어 산업정책 전반으로 확장됐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커질수록 전력 수요 전망은 더 민감해지고, 전기요금과 전원믹스는 제조원가와 공급 안정성을 좌우하게 된다.

 

12차 전기본은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지 정하는 계획에 그치지 않는다. AI와 반도체 시대에 한국 제조업이 필요한 전기를 언제, 어떤 가격으로, 어떤 탄소배출 구조 속에서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산업 인프라 설계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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