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모델이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미국 주요 모델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AI 규제를 강화하며 첨단 반도체와 모델 접근을 제한해 왔지만, 중국 개발사들은 오픈웨이트 모델과 저비용 운영 구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AI 기술 경쟁이 성능 중심에서 비용, 접근성, 배포 방식까지 포함하는 경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최근 업계에서는 중국 AI 모델 GLM-5.2가 미국 주요 AI 연구소의 공개 모델과 대등하거나 일부 영역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GLM-5.2는 미국 대형 연구소의 공개 AI 모델과 대등하거나 종종 이를 능가하는 최초의 중국 AI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제프리스(Jefferies) 전략가 크리스토퍼 우드(Christopher Wood)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GLM-5.2가 기업 시장에서 앤트로픽(Anthropic)과 거의 동등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토큰당 비용은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조지타운 보안 및 신흥기술센터(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CSET)의 샘 브레스닉(Sam Bresnick) 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을 “상당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SCMP)는 중국 즈푸AI가 공개한 GLM-5.2가 비용 효율적인 코딩 모델로 주목받으며 새로운 ‘딥시크 모멘트’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GLM-5.2는 주요 벤치마크에서 전 세계 상위권에 오른 첫 중국 모델 중 하나로 평가된다.
로이터(Reuters)도 중국 AI 기업 즈푸AI가 GLM-5.2 성능을 바탕으로 홍콩과 상하이 이중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해당 모델이 코딩과 에이전트 작업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OpenAI)의 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보였으며, 비용은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기업들이 AI 투자에서 무제한 지출보다 효율성과 투자수익률을 중시하는 흐름과 맞물리고 있다. 생성형 AI 도입 초기에는 최고 성능 모델 사용이 우선시됐지만, 실제 업무 적용 단계로 넘어가면서 기업들은 토큰 비용, 지연시간, 자체 운영 가능성, 데이터 통제권 등을 함께 따지기 시작했다.
AI 스타트업 린디(Lindy)의 플로 크리벨로(Flo Crivello)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서비스를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에서 중국의 저렴한 오픈웨이트 모델 딥시크(DeepSeek)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환 이후 비용 곡선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AI 개발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핵심 통로는 오픈웨이트 모델이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기업이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서버나 사내 인프라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제3자 클라우드나 특정 AI 사업자의 폐쇄형 API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비용과 통제권 측면의 장점이 크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타임스(TechTimes)는 GLM-5.2가 MIT 라이선스 기반으로 공개돼 허깅페이스와 모델스코프 등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API 사용 시 중국 데이터 관련 규제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보안 스타트업 아마딘(Armadin)의 공동창업자 트래비스 랜햄(Travis Lanham)은 오픈웨이트 모델을 “서부 개척 시대”에 비유했다. GLM-5.2와 문샷AI(Moonshot AI)의 키미(Kimi) 계열 모델처럼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정찰 데이터 분석 등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오픈웨이트 모델 확산은 양면성을 가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내부 통제, 커스터마이징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보안이 취약한 행위자도 고성능 모델을 내려받아 통제 밖에서 활용할 수 있다.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중국 AI 모델이 일부 사이버보안 작업에서 앤트로픽 모델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보고를 전하며, 오픈웨이트 모델의 보안 리스크도 함께 지적했다.
미국의 기존 대중국 AI 규제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정부는 수년간 엔비디아(Nvidia)와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첨단 AI 칩 수출을 제한하고, 화웨이(Huawei)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AI 역량 확장을 견제해 왔다.
그러나 중국 AI 기업들이 제한된 칩 환경에서도 모델 효율화와 오픈웨이트 배포 전략으로 성능 격차를 줄이면서, 반도체 수출통제만으로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GLM-5.2가 중국산 하드웨어와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스택을 기반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트럼프 행정부 AI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중국이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앤트로픽과 동등해졌다는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보도를 인용하며, 미국이 과도한 규제보다 친혁신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흐름은 AI 경쟁의 기준이 단순히 최고 성능 모델 보유 여부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폐쇄형 초고성능 모델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 여전히 기술 최전선에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개방성, 비용 효율성, 자체 배포 가능성을 앞세워 실사용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의 AI 규제는 중국의 기술 추격을 늦추는 효과와 동시에, 미국 기업과 글로벌 개발자들이 접근 가능한 모델의 선택지를 좁혀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의 확산을 돕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향후 관건은 미국이 안보 우려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