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은 어느덧 기업 현장에서 가장 익숙한 화두가 됐다. 많은 기업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교육을 운영하고, 경영진은 이를 통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수료증은 차곡차곡 쌓인다. 그런데 정작 현업의 일하는 방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직원 대부분은 AI 비전공자다. 챗GPT 사용법과 프롬프트 작성을 막 익혔을 때는 당장 내 업무가 AI 기술로 인해 달라질 듯 보인다.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다들 예전 방식으로 돌아간다. 반복되는 문의는 여전히 사람이 하나씩 처리하게 되고, 제안서 작성도 여전히 빈 화면 앞에서 시작된다. 교육은 했는데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많은 기업이 마주한 AI 전환의 허상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런 이유로 AI를 배웠다는 사실과 일을 바꿨다는 증거는 엄연히 다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전이의 실패'에 있다. 배운 내용이 실제 업무로 옮겨가지 못하면, AI 교육은 성과가 아니라 한 번의 행사로 끝난다. 배움은 수료증이 증명해주지만, 변화를 증명하는 것은 달라진 일뿐이다.
에이블런의 R&D팀이 사내 'AI 펠로우십(AI Fellowship)'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전공자 임직원이 AI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일까지 바꿀 수 있는가. 이를 내부에서부터 직접 확인하려는 실험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더 많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현업에서의 나의 업무를 다시 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강의가 아닌 과제에서 출발한다. 구성원이 매번 시간을 쏟는 일부터 끄집어내게 한 뒤 묻는다. ▲어디에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가 ▲어디까지는 AI에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이 검수해야 하는가 ▲AI가 틀렸을 때는 무엇을 근거로 잡아낼 것인가.
일례로 반복 문의 처리 과제에서 우리는 완전 자동화 대신 '초안 만들기'를 택했다. 교육 운영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정확성이었기 때문이다. AI가 답변 초안을 잡으면 반드시 확인할 항목은 검수 체크리스트로 따로 빼냈다. 비전공자에게 AI는 처음부터 모든 걸 맡길 동료가 아니라, 우선은 통제할 수 있는 보조자여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제안서 기획 과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서를 바로 쓰게 하는 대신 필요한 질문부터 만들게 했다. 좋은 AI 활용은 좋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좋은 질문 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분명하다. 대체보다 보조, 자동화보다 초안 만들기, 실행보다 검수다. 이 순서가 비전공자의 심리적 문턱을 낮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개인의 노하우로 묵히지 않고, 업무의 디테일한 맥락과 검수 기준, 실패 사례까지 적어 조직의 자산으로 남겼다.
이렇듯 에이블런 R&D팀의 전문성은 기술을 설명하는 데에 있지 않다. 기술의 언어를 비전공자의 업무 언어로 옮기고, 이들이 저마다의 업무 안에서 AI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판을 짜는 데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교육이 아니라 달라진 업무의 정의다. 비전공자도 AI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비전공자가 AI로 자기 일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AI 교육은 행사가 아니라 전환이 되고, 수료증이 아니라 조직의 새로운 운영체계로 남는다.
박진아 에이블런 대표는 한양대에서 기술 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에이블런을 세운 뒤 기업 맞춤형 AI·데이터 실무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해 왔다. '모두를 위한 AI 리터러시'를 내걸고 비전공자부터 전문가까지 아우르는 교육으로 창업 6년 만에 연 매출 70억 원을 일궜다. 배운 것을 곧장 현장에 적용하는 실무 중심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전사적 AI 전환(AX)을 겨냥한 표준과 로드맵을 세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진아 에이블런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