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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가 간다] 로봇, 씨앗을 찾아라 ① | 고교 로봇 연합팀의 ‘역발상 제안서’에 기업이 응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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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로봇 기업 홍보팀 메일함에 학생이 보낸 후원 제안서가 도착했다. 메시지에는 로봇을 만들 돈이 부족하다는 예상되는 사연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어떤 대회에 나가고 있는지, 팀이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 왜 이 활동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지까지 차근차근 적어놓은 문서였다.

 

3차원(3D) 설계 도구(Tool)로 기체 도면을 깎아내려 가던 그 순간, 작업대 바로 옆에서는 기업의 마음을 움직일 후원 제안서가 동시에 작성되고 있었다. 기술·브랜딩의 독특한 병행, 로보락코리아가 전격 후원을 결정한 학생 로봇 연합팀 ‘터틀리스(TURTLESS)’의 강렬한 첫인상이다.

 

이 팀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글로벌 청소년 로봇 경진대회 ‘퍼스트 로보틱스 컴피티션(FIRST Robotics Competition 이하 FRC)’의 독특한 운영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FRC는 매년 새로 공개되는 도전 과제에 맞춰 고등학생들이 대형 로봇을 직접 설계·가공·조립·프로그래밍하는 기술 경연의 장이다.

 

강승훈 용산철도고등학교 학과장과 홍정윤 서울매그넷고등학교 학생을 필두로,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터틀리스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사진은 강승훈 학과장, 용산철도고등학교 빌드전기과 장동준·김승혁, 빌드건설과 송주원·강윤아, 빌드기계과 정지우·홍우진,
서울로봇고등학교 빌드설계과 김도윤, 빌드제어과 손설총, 마케팅소프트웨어과 권민정,
이화미디어고등학교 마케팅영상과 김현아 학생.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그러나 기술력만으로는 우승 깃발을 쥘 수 없다. 팀 스스로 후원금을 유치하고, 기업 파트너십을 조율하며,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과학·기술·공학·수학(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이하 STEM)’ 교육 봉사까지 완수해야 평점 가점이 붙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로봇이 격돌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하나의 고도화된 벤처 조직이 구르는 셈이다.

 

터틀리스가 스스로를 “로봇만 만드는 팀이 아니다”라고 정의한 이유도 바로 이 융합적 구조에 있다. 이들에게 로봇 제작은 전체 비즈니스 모델 중 ‘하드웨어 개발’이라는 하나의 섹션에 불과하다. 제품을 고도화하는 엔지니어링 링 위에서의 사투만큼이나, 기업을 설득해 자원을 확보하고 팀의 가치를 대외에 브랜딩하는 ‘경영 리스크 관리’가 대등한 비중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교 동아리의 외피를 썼을 뿐, 작동 메커니즘은 야생의 테크 스타트업과 궤를 같이하는 것. 여기서 핵심은 학생들이 먼저 문을 두드렸고, 그 도전을 기업이 뒷받침했다는 점이다.

 

“학교 울타리 부수고 뭉쳤다” 기업 조직 닮은 ‘시즌제 어벤저스'식 TF 조직

 

터틀리스의 독특함은 조직의 태생에서부터 드러난다. 이 팀은 특정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태동하는 정석을 따르지 않았다. 이 팀의 출발점에는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학생로봇경진대회(Seoul Student Robotics Competition, SSRC)’ 제패라는 성과가 있었다. 여기서 학생들은 엔지니어링·디자인·전략·마케팅·회계를 비롯해 후원 제안서 작성까지 역할을 나눠 맡았다.

 

서울 직업계고 8개 팀, 15개 학교, 170명이 참가한 지난 2025 제1회 대회에서 우승팀은 이듬해 3월 호주 FRC 지역 예선 출전권을 얻었다. 터틀리스는 바로 그 SSRC 우승팀 학생들과 지도교사들을 중심으로 다시 꾸려진 팀이었다. FRC라는 더 큰 링에 오르기 위해 서로 다른 7개 로봇 팀의 에이스들을 흡수하며 스케일업을 단행한 것. 시즌마다 멤버가 재구성되고 계승되는 이른바 ‘시즌제 연합 어벤저스’ 형태를 취하면서, 이들은 학생 동아리의 한계를 넘어 유연한 조직력을 확보했다.

 

김도윤 서울로봇고등학교 설계과 학생은 터틀리스 안에서 엔지니어링과 실전 감각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리더다. 로봇 설계(Build) 과정을 총괄하면서도, 로봇 조종·제어를 겸임하는 역할이다. 단순히 3D 모니터 앞에서 도면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설계한 기체를 경기장에서 직접 조종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의 메커니즘이 실제 트랙 위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오차를 내는지 몸으로 직접 경험하며 설계 고도화에 반영한다. 설계·주행·제작·감각이 한 사람에게 수렴되는, 팀 내 입체적인 캐릭터인 셈.

 

 

빌드를 담당한 송주원 용산철도고등학교 건설과 학생은 로봇 조종, 즉 드라이브를 중심에 두되, 조립·배선·코딩 등 공정까지 함께 진행한다. 그와 같은 학교의 기계과 정지우 학생은 김도윤 학생을 도와 설계 영역을 담당한다. 정지우 학생 역시 기체 빌드 파트에서 현장 실전 대응을 책임진다.

 

이같이 터틀리스는 명확한 역할 분담 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실제 작업대 앞에서는 경계를 두지 않고 움직인다. 특정 공정에서 병목(Bottleneck)이 생기면 즉각 다른 영역의 인원이 투입되고, 공백이 생기는 자리를 서로 메우는 구조다. 전형적인 스타트업의 ‘유기적 협업(Cross-functional)’ 방식으로 현장 대응력을 극대화한 모습이다.

 

여기에 김현아 이화미디어고등학교 마케팅영상과 학생의 자리는 앞선 이들과 다르다. 3학년인 그는 영상 제작과 마케팅을 맡았다. 팀 활동을 사진·영상으로 남기고, 각 기업에 보낼 제안서 자료를 만들었다. 외부에서 이 팀이 어떤 팀인지 잘 인지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로봇을 직접 깎고 조립하는 팀원 곁에서, 터틀리스를 외부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은 그다.

 

 

이것이 터틀리스가 일반적인 학생팀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다. 설계하는 학생, 조종하는 학생, 만드는 학생, 팀을 바깥에 설명하는 학생 등이 한 팀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학생팀이라는 이름보다 하나의 ‘작은 사회 속 조직’이라는 것이 먼저 떠오르는 터틀리스다.

 

“기술만 제고하는 건 우리만의 성장에 그치지만,

팀을 유지하고 대회를 알리는 것이 우리 로봇 업계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들은 이 팀이 다음 시즌까지 계속 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도윤 학생은 터틀리스를 후배들에게 넘긴다면 경기 영상과 핵심 부품, 도구를 함께 남기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이 그 기록을 보며 자신들보다 더 나은 시즌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뜻이다. 이어 고등학교 시절 외부 팀과 만나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움직였던 경험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기술 '독야청청'은 거부한다, 엔지니어·마케터가 병렬로 활동하는 비즈니스 스쿼드

 

 

이들은 마케팅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결코 로봇 하드웨어의 부수 업무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현아 학생을 필두로 한 마케팅 파트는 기업 네트워킹, 후원 제안서 고도화, 활동 기록(Archiving)을 전담하며 독립적인 비즈니스 유닛으로 작동한다. 로봇을 빌드하는 엔지니어와 조직의 가치를 증명하는 마케터가 한 테이블에 앉아 나란히 전진하는 이들이다.

 

이 대목은 기술력만큼이나 대외 브랜딩과 지역사회 STEM 교육 봉사 평점을 엄격하게 따지는 FRC 대회의 평가 모델과 맞물린다. 이들이 기술 경연 참가에서 국한되지 않고, 외부 시연과 봉사 활동을 이어간 배경에는 ‘직업계고 학생도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서사가 깔려 있다.

 

이에 대해 터틀리스 학생들은 FRC·SSRC를 통해 얻은 배움을 더 어린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단순히 로봇을 잘 만드는 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미래에 선한 영향력을 던지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지향점이다.

 

초기 팀 결속을 위해 시작한 미디어 기록 루틴이 시간이 흐를수록 강력한 팀 정체성이자 자산으로 진화한 배경이다. 경기장(Field) 위의 로봇은 시즌이 끝나면 멈추지만, 이들이 남긴 기록·브랜딩은 조직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담보하는 유산으로 남고 있다.

 

학생·기업의 전략적 파트너십 탄생...'실패할 자유'에 투자한 맥락은?

 

터틀리스가 글로벌 스마트 홈 기술 업체 로보락의 국내 지사 로보락코리아와 파트너십을 맺은 과정은 그 자체로 시장 논리를 따른다.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절감한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투자유치(IR) 전선에 뛰어들었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는 로보락을 전략적 타깃으로 설정해 제안서를 먼저 발송했다. 예산 지원 요청이 아닌, 조직 비전과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증명한 제안서에 기업이 즉각 응답한 결과다.

 

로보락 측의 접근 방식 역시 일차원적인 기업사회적책임(CSR)의 문법을 비켜간다. 사측은 터틀리스의 제안서가 대회 메커니즘과 조직 구동 원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팀의 제안서를 받은 장유정 로보락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는 “일방적인 자선 행위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 로봇 인재가 주도적으로 실패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적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투자 관점으로 지원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Q. 이번 지원에서 가장 기대하는 바.

A. 잘 만든 로봇 한 대도 중요하지만, 로보락코리아가 주목한 것은 팀의 방식과 습관입니다. 로봇을 설계·검증하고, 다시 고치는 경험이 쌓여야 결국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답변은 학생들이 체감한 변화와도 연결된다. 김도윤 학생은 로보락코리아의 지원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에 대해 “로봇을 만드는 데 있어 들어가는 비용을 걱정했던 기존 생각을 전환해 로봇 성능에 집중하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이전에는 기본 키트(Kit)로만 버텨야 하는 것 아닌지부터 고민했다면, 지원 이후에는 여러 부품을 하나씩 비교·테스트하면서 더 나은 조합을 직접 고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망설임 없이 시도해보고, 안 되면 다시 바꾸는 방식이 가능해진 것.

 

Q. 학생들이 실제 엔지니어링 이슈를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봤다던데.

A. 실제 엔지니어링 문제는 이론만으로 풀리기보다, 예상과 다른 상황을 반복해서 겪으며 해결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잘 이해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은 단순히 기능 하나를 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제를 구조적으로 보고 여러 변수에 대응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결국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시야가 길러진다고 봤습니다.

 

Q. 로보락코리아가 지원 주체인 만큼 팀 운영에 관여하는 부분이 있겠다.

A. 운영 방식이나 의사결정에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팀을 어떻게 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학생들이 정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우리는 학생팀을 대신 움직이기보다, 바깥에 알릴 기회를 만들고 생태계와의 연결을 돕는 것에 방향성을 두고 있어요.

 

장 매니저는 학생들이 보낸 자료가 유독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먼저 팀을 설명했고, 기업은 그 설명을 보고 판단한 흔치 않은 루트였다.

 

“가장 큰 변화는 현실적인 부담을 내려놓고

우리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매끄러운 해답 대신 '버티는 법'을 배우다

 

터틀리스의 엔지니어링 밀도는 실제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설계·수정하는 야전 현장에서 증명된다. FRC 대회에 출전하는 로봇은 고속 구동 바퀴(Wheel) 시스템을 장착한 대형 산업용 기체 형태다.

 

Q. 터틀리스가 이번에 만든 로봇은 어떤 로봇?

A.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처럼 걷는 로봇이 아닙니다. 바퀴를 단 대형 경기용 기체인데요. 알루미늄 프레임 위에 연료(Fuel)라고 부르는 공 모양 게임 피스(Game Piece)를 저장하는 ‘인테이크(Intake)’와 이를 쏘는 발사 장치 ‘슈터(Shooter)’를 얹습니다. 이후 거친 구간을 버틸 수 있게 구동계도 손봤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SSRC는 FRC의 작년 시즌 미션 ‘리프스케이프(Reefscape)’를 적용한 국내 대회였다. 바다와 산호초 복원 콘셉트를 앞세운 이 시즌 미션에서 우승한 학생·지도교사로 이뤄진 터틀리스. 이들은 올해 3월 호주에서 열린 FRC 지역 예선 ‘서던 크로스 리저널(Southern Cross Regional)’에 나갔다. 이때는 이미 2026 FRC 시즌이 시작된 뒤였다.

 

호주 무대에서 터틀리스가 맞닥뜨린 과제는 2026 FRC 공식 게임 미션 ‘리빌트(REBUILT)’에 맞춰 새로 만든 기체를 완성하는 일이었다. 고난도 필드 역학에 맞춰 기체 무결성을 한계까지 시험하도록 기획된 예선이었다. 이들은 이 같은 국제 예선 무대까지 경험하며 학생팀의 활동 범위를 국내 밖으로 확장한 사례를 만들었다고 평가받았다.

 

학생들이 참여한 리빌트는 게임 피스를 점수 구역에 넣고, 장애물을 넘은 후, 경기 막판에는 타워를 오르며 점수를 쌓는 방식으로 짜였다. 팀은 이를 거칠 로봇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리프스케이프용 로봇을 리빌트로 재설계해야 했다.

 

Q. 콘셉트가 전환되는 시즌에 로봇을 새롭게 설계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A. 가장 집중했던 문제는 ‘슈터 진동(Shooter Vibration)’과 ‘전압 강하(Voltage Drop)’였습니다. 슈터가 발사 순간 크게 떨리면 공이 일정한 각도와 속도로 나가지 못해서 정확도가 떨어지고 기체에도 부담이 갑니다. 전압 강하는 여러 모터가 한꺼번에 힘을 쓸 때 배터리 전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건데, 이러면 슈터 출력이 약해지고 주행 반응도 둔해질 수 있습니다. 이 두 문제에 오래 매달린 이유는 공을 정확히 쏘고 기체를 안정적으로 움직이려면, 발사 장치와 전원 계통이 함께 버텨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 학생은 “기존 계획은 슈터를 세 개로 가려 했지만 모터와 자금이 부족했고, 여기에 전압 문제까지 겹쳐 결국 두 개로 줄였다”며 “초반에는 슈터 진동이 너무 심해 기어 이빨 수까지 손봐야 했다”고 회상했다. 설계가 중간중간 계획이 지속 뒤집히는 과정이었다.

 

이 워크플로는 한 번 설계를 바꿨다가 안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도윤 학생에 따르면, 슈터 하나를 다시 손보는 데만 몇 시간이 들었다. 하루가 통째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김 학생은 이 과정에서 깔끔한 성공보다 인내심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답을 찾아내는 집념이다.

 

▲ 터틀리스 로봇 작동 모습. 팀원들은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자신만의 무기를 강화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반면 드라이버가 보는 세계는 달랐다. FRC 경기에서는 초반 자율주행 구간이 지나면 학생이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구간이 이어진다. 송주원 학생은 이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코드와 드라이버의 궁합을 꼽았다. 로봇 스펙이 좋아도 조종감이 손에 맞지 않으면 경기장에서는 실수가 난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는 로봇이 구조물 뒤로 가려져 화면처럼 보이지 않는 구간도 있다. 송 학생은 “그럴 때 위치와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움직여야 한다”며 “이 대회에서 드라이브는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감각과 판단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Q. 드라이버가 경기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A. 로봇 성능이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드라이버와 로봇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반응이 조금만 어긋나도 경기장에서 바로 실수가 나기 때문입니다.

 

터틀리스가 스스로를 “딱딱한 이론보다 유연한 실전에 강한 팀”이라고 강조하는 배경이 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나도 팀 안에서 답을 찾아 움직이는 방식, 그 과정을 즐기면서도 끝까지 끌고 가는 태도가 이 팀의 색이라는 뜻이다.

 

 

“잘 만든 로봇 한 대보다,

과정을 경험·최적화하는 팀의 지속 가능한 역량이 핵심이죠”

 

정답 없는 ‘오픈형 과제’가 일깨운 주도성...미래형 로봇 인재 위한 선순환 파이프라인

 

팀을 총괄하고 있는 강승훈 용산철도고등학교 학과장은 이번 협업을 대안적 공학 교육의 실천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국내 특성화고 교육 시스템이 자격증 취득과 취업률 제고라는 '정답이 정해진 규격화된 과제 반복'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FRC는 목표만 제시될 뿐 설계 가이드라인이 철저히 열려 있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정답 없는 야생의 과제를 마주한 학생들이 주도성을 발휘하는 과정을 보며, 기존 주입식 교육 체제에 대한 반성이 뒤따랐다는 고백을 이었다.

 

이때 학생들이 현장에서 체감한 학교의 빈틈도 있었다.

 

Q. 김도윤 학생, 로봇 설계 과정에서 학교·현장의 괴리를 경험했다던데.

A. 학교에서 주로 배우는 교육용 설계 소프트웨어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많이 쓰는 설계 프로그램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느꼈어요. 방과 후 자율 동아리에서 학생들끼리만 남아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 공정 시 어려운 부분을 물어볼 사람이 부족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아요. 이러한 실전형 프로젝트를 더 확장시키려면, 학생들이 지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 강 학과장은 “조직의 화학적 결합 과정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전했다. 각 학교에서 내로라하는 우수 자원들이 모인 탓에, 초기에는 개별적 자부심이 부딪히며 지도교사의 지침조차 쉽게 수용되지 않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면서 그는 “필드 위에서 실패를 눈으로 확인하고, 기계적 메커니즘을 수정해 데이터가 개선되는 이른바 '엔지니어링적 대화'가 반복되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원팀(One-Team)이 구축됐다”고 덧붙였다. 대회 성적이라는 정량적 지표보다, 파편화됐던 학생들이 하나의 정예 스쿼드로 묶여가는 정성적 과정이 더 큰 의미를 도출했다는 후문이다.

 

Q.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A.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로봇을 개선하고 고치면서 실제로 나아지는 걸 확인하면서 그때부터 학생들이 서로 믿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대회 성적보다 이 과정이 더 크게 와닿았죠.

 

 

학과장은 이 대목에서 현행 직업 교육의 다각화를 위한 의미 있는 비교 지표를 짚었다. 기존 기능대회 시스템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소수 정예 인재를 집약적으로 길러내는 강점이 있다. 반면 FRC 프로젝트는 제한된 리소스로도 다수의 학생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형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기술의 깊이를 파고드는 집중형 교육과 협업의 가치를 확산하는 생태계형 교육의 조화다.

 

실제로 터틀리스가 초기 단계에서 활용한 예산은 150만 원 남짓이다. 하지만 이 재원을 주춧돌 삼아, 20여 명의 학생이 역할을 분담해 유기적인 조직력을 경험했다. 단 한 명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모델과, 소액의 재원으로도 다수의 학생이 집단 지성을 체득하는 확산형 모델. 미래 로봇 산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교육의 패러다임이 다변화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20명이 이렇게 재밌게 놀 수 있는데,

그러면 가성비 대비해서 이게 낫지 않나 싶은 거죠"

 

강승훈 학과장이 FRC 호주 지역 예선에서 목격한 글로벌 로봇 산업 생태계의 구조 역시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 기업이 대학을 후원하면 대학이 고등학교를 멘토링하고, 고등학교는 다시 유소년 청소년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다자간 선순환 메커니즘. 중학교 시절 로봇을 유희로 접한 인재가 자연스럽게 고교와 대학을 거쳐 사내 핵심 엔지니어로 유입되는 견고한 파이프라인 구조다.

 

그는 “국내 로봇 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도 이러한 유기적 연결 고리가 안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재들이 다음 성장 단계로 지속 점프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어 그는 한국에도 이런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학생들이 한 번의 대회 경험으로 멈추지 않고, 다음 단계로 계속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흐름은 올해도 이어진다. 오는 10월 23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제2회 SSRC’다. 로보락코리아는 이 과정에서 후원 기업 프로그램 ‘스파크 세미나’를 통해 학생 대상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교육을 후원한다. 자사 로봇 청소기를 분해하거나 살펴보면서 안에 어떤 부품이 들어가고, 가동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어지는지,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 등을 배우는 교육 과정이다.

 

▲ 기자와 기념 촬영하는 터틀리스팀(좌).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봇규의 한마디

로봇 팀의 도전을 로봇 인재 생태계 전반으로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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