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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의 헬로BOT] 로봇 스케일업 ① | 시제품 만든 뒤 맞닥뜨린 ‘10억 병목’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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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교육은 넘쳐나는데...허상 대신 '실제 생존' 가능한 대학 특화 모델로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창업 교육과 초기 자금은 이미 차고 넘친다. 정작 기업이 고사하는 구간은 그다음이다. 아이디어를 정부 지원금으로 시험하고 첫 시제품을 만든 뒤에도, 수많은 초기 기업은 스케일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가설 검증에서 실전 투자로, 기술 실험에서 실제 사업화로 넘어가는 중간 다리가 끊겨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서울 캠퍼스타운(Seoul Campus Town)’ 사업은 이 병목 구간을 뚫기 위함이다. 해당 사업은 대학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청년 창업을 육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대학 창업 지원 사업이다. 올해 도입 10년 차를 맞아 기술 기반 고성장 스타트업을 집중 배출하는 글로벌 스케일업 기지로의 전면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2026년 사업은 13개 대학, 대학별 연 12억 원, 연간 50팀 이상 발굴 구조로 전면 개편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인 보육 건수만 채우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실제 생존을 넘어 '스케일업(Scale-up)'이 가능한 대학별 특화 모델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공격적인 투자 지향형 모델을 들고나온 곳이 바로 국민대학교(이하 국민대)다.

 

국민대 캠퍼스타운은 이 빈 공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기술지주회사 ▲대학창업펀드 ▲전문가 멘토단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을 통합해 투자·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직통 경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종성 국민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은 “투자·사업화 중심의 창업지원 모델 구축이 조직의 핵심 비전”이라며 “초기 팀을 발굴해 실제 투자까지 집행하는 연계 루트를 가진 대학은 많지 않다”고 단언했다. 국민대는 캠퍼스타운을 입주 공간 차원을 넘어선 가치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을 상시 발굴하는 ‘딜소싱(Deal Sourcing) 허브’로 키우겠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선발 기준 역시 시장 검증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대는 창업경진대회 방식을 통해 50개 입주 업체를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사업성을 기본 골조로 놨다. 여기에 학교가 보유한 연구 인프라, 기술지주, 멘토 네트워크와 실제로 결합해 스케일업하는 구조인지 집중 검증했다.

 

 

이는 로보틱스·인공지능(AI)·헬스케어·스포츠 등 서로 다른 산업군이 한 공간에 뒤섞인 이유다. 사업단은 이들을 별개의 분야가 아닌 기술 기반 제품을 어떻게 시장에서 검증하고 사업화할 것인가라는 동일한 과제 앞에 선 ‘원팀’으로 정의한다.

 

국민대가 제시한 입주 이후 단기간 성과 기준도 명확하다. 화려한 사업계획서보다 제품·시장 적합성(PMF) 가설, 첫 번째 유료 사용자 및 실증(Pilot) 성과, 팀 안정성, 외부 투자자 접점 형성 여부만 본다. 반대로 연구실에 갇혀 제품 개발만 붙들고 실제 사용자의 접촉을 미루는 팀은 즉각 ‘위험 신호’로 간주한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스타트업은 후행지표가 아닌 선행지표를 봐야 한다”며 “사용자 충성도와 ‘유닛 이코노미(Unit Economy)’, 즉 사용자 한 명을 확보했을 때 마케팅 비용을 빼고도 실제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단 단위의 핵심 수익 구조를 현장에서 증명해내야 다음 라운드의 자금이 유입된다”고 강조했다.

 

교육 다음 단계, 바로 그 스케일업 문턱에서 대학의 자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들 50개 팀이 앞으로 시장에 증명해야 할 본질도 결국 이 한 가지다.

 

“교육은 넘치고, 다음 자금은 비어 있다” 서울캠퍼스타운 개편 속 국민대

 

이처럼 국민대학교가 캠퍼스타운의 핵심 차별점으로 내세운 카드는 창업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이미 시장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업단이 지속 반복해 꺼내 든 화두는 오직 ‘스케일업’이다. 초기 팀들이 정부 지원금이나 교내 인프라를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초기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도달하지만, 본격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하는 순간 대부분의 동력을 잃고 멈춰 선다는 진단이다.

 

김종성 단장은 강의식 교육이나 일회성 멘토링보다, 초기 기업이 자금 고갈로 고배를 마시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어, 다음 단계의 자금·시장으로 진입하는 생존 구조를 만드는 일이 훨씬 급하다는 뜻이다.

 

사업단이 진단한 창업 생태계의 병목 구간이 있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옮기는 극초기 단계는 예비창업패키지, 정부 지원금, 교내 프로그램 덕에 시제품 제작과 첫 가설 검증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도달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김종성 단장은 “기초 교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관건은 일정 수준 성장한 팀을 그다음 단계로 넘겨주는 사다리 구조”라며 “보통 1억 원 안팎의 씨앗 자금(Seed) 투자를 확보한 이후, 결국 10억 원 라운드 단계로 넘어가야 직원을 채용하고 사업을 키울 수 있는데 이 구간이 완전히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사업단이 겨냥한 핵심은 시장에서의 ‘실전 체력’이다. 단 한 명의 유료 사용자를 확보하더라도 비용을 넘어서는 핵심 수익 구조를 현장에서 증명해야 다음 자본이 유입된다는 판단이다. 유저 잔존율과 지출 전환율이 비용을 상쇄하는 파이프라인이 입증돼야 후속 투자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캠퍼스타운은 선발 단계부터 이 검증 속도에 화력을 집중했다. 서류상 아이디어를 배제하고, 시장 피드백을 즉각 수용할 실행형 팀을 우선 솎아냈다. 대학 인프라와 자본을 투입했을 때 스케일업할 실효성 있는 후보군을 골라내는 필터링 구조다.

 

김종성 단장에 따르면, 물리적 지원 체계의 밀도 역시 차별화했다. 대학기술지주 투자본부 중심의 ‘서울캠퍼스타운 대학창업펀드’와 대기업 네트워크를 잇는 ‘CVC 오픈이노베이션’이 핵심 동력이다. 현재 국내 대형 CVC 6개사가 밀착 참여 중이다. 기업 보육 팀을 대기업 제조·물류 현장으로 밀어 넣어 개념증명(PoC) 기회와 자본을 동시에 쥐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보육 기업 2개사가 한 CVC와 손잡고 약 4억 원 규모의 현장 순찰 로봇 프로젝트를 수주해 궤도에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라는 김 단장 설명이다.

 

 

이러한 성장 사다리의 실효성은 이미 성과로 드러난다. 올해 입주 업체 중 국경 간 거래(Cross-border) 물류 배송 플랫폼을 갖춘 ‘핑크패커’가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이때 팁스는 정부가 지정한 민간 투자사가 초기 기업에 선투자하면, 정부가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매칭 지원하는 제도다.

 

여기에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업체 힐머에너지도 국민대기술지주로부터 1억 원의 실전 투자를 이끌어내며 후속 자금 조달의 발판을 마련했다. 더슬립팩토리·핑바·스완로보틱스 등도 초기 모델 설계 단계부터 압도적인 성장 효율성을 증명하고 있다.

 

김 단장은 “스타트업은 자영업이 아니라 철저한 자본·인재 생태계의 결합체”라며 “데모데이나 IR 피칭, 투자자 피드백 수용이 동기화돼야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고 확언했다.

 

 

50개 팀을 묶는 유일한 저울 ‘검증 속도’, 핵심은 ‘시장에 부딪히기’

 

이들은 입주 업체 선별과 사업 운영 과정에서 분야별 구색을 맞추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각기 다른 산업군이 한 공간에 배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업단은 이들을 개별 업종의 모음이 아니라, 기술 기반 제품을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검증하는지 시험대에 오른 집단으로 본다.

 

이 기조는 입주 업체의 등용문으로 작동하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통합 창업경진대회’에서도 이어졌다. 기술력·사업성을 기본 전제로, 연구 인프라, 기술지주회사, 전문가 멘토단, 외부 투자자 접점 등 학교가 보유한 요소를 결합했을 때 성장 속도가 붙을 수 있는 팀인지를 핵심 평가 지표로 놨다.

 

이종 산업군을 한데 묶은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김종성 단장은 구체적으로 “로보틱스 업체는 로봇 하드웨어 완성도와 현장 실증을 증명해야 하고, AI 기업은 데이터와 고객 문제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헬스케어 기업은 임상·규제의 문턱을 넘어야 되고, 라이프스타일 영역은 시장 반복 구매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산업은 달라도 입주한 후 빠른 시일 안에 확인해야 할 부분은 같다는 시각이다.

 

사업단은 이 과정을 ‘압축 검증’으로 설계했다. 초기 팀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제품을 완벽하게 더 만들어야 시장에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민대 캠퍼스타운은 이 순서를 뒤집는다. “실제로 시장 환경에 부딪혀야 제품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그 피드백을 흡수하는 속도가 곧 팀의 체력이라는 판단”이라고 김종성 단장이 이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

 

이를 위해 멘토링, 기술 검토, 투자자 피드백, 실증 기회를 촘촘히 붙였다. 단장은 “스타트업은 결국 시장과 투자자 앞에서 끊임없이 검증받는 구조로 움직여야 한다”며 “대학이 제공해야 할 역할도 공간 대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검증 과정의 밀도를 극한으로 높여주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논문 성과인가, 현장 매출인가...‘교원 창업’ 명암을 가르는 분기점

 

앞선 캠퍼스타운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은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구성원이 각자 고유의 방식으로 동일한 산업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데 본질이 있다.

 

로보틱스 기술 업체 ‘스완로보틱스’와 드론 파워팩 제어기 업체 ‘오토모비’, AI 추천 서비스 업체 ‘유비아’와 디자인 AI 업체 ‘핑바’, 슬립테크 업체 ‘더슬립팩토리’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오디어스’, 크로스보더 물류 플랫폼 업체 ‘핑크패커’까지. 각기 다른 기술을 들고 들어왔지만 모두 같은 과제 앞에 서 있다. 자신들만의 기술을 실제 사용자와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중 교원 창업은 국민대 캠퍼스타운의 이러한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구성은 대학 연구실의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스케일업에 도전하는 부문이다. 사업단은 대표적인 국민대 교원 창업 팀을 통합해 비즈니스 레일 위로 올렸다. 상아탑 안에 갇혀 있던 원천 기술을 제품과 매출 중심으로 바꾼다는 출발점은 같다.

 

김종성 단장은 “연구실 안에서의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질적으로 사업화해내는 것, 그것이 교원 창업의 본질”이라며 “같은 기술이라도 학교 논문·과제로 남을지, 제품·매출로 이어질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 때문에 50개 입주팀을 지원하는 잣대도 업종 분류가 아닌 ‘맞춤형 자원 연계’에 맞춰진다. 하드웨어 기반의 로보틱스 분야는 이 시험대가 가장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로봇 기업은 시뮬레이션 영상만으로 사업성을 증명하기 어렵다. 실제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며 기존 작업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실제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 들어갔을 때, 동일한 조건에서 일정한 품질을 내는 '반복 가능한 작업성 확보‘가 핵심 기준이 된다는 것.

 

다른 한편, AI 기업의 과제는 또 다르다. 알고리즘 고도화나 모델 성능을 앞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현시점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이기 때문인데. 기술적으로 가능한 기능과 사용자가 기꺼이 지갑을 여는 기능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사용자가 가진 데이터와 현행 업무 프로세스 안에서 판단 오류를 낮추고, 기존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는지를 증명해야 시장성이 확보된다는 관점이다.

 

이 가운데 김 단장은 가장 까다로운 신뢰 구조를 요구하는 영역으로 헬스케어 분야를 꼽았다. 사용자 편의성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임상적 타당성과 철저한 규제 대응, 그리고 의료 현장과의 접점이 동시다발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초기 업체가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이 장벽을 넘기 위해 대학이 보유한 연구자 네트워크와 전문 자문 체계가 구원투수로 투입하고 있다”고 뒷받침했다.

 

 

이어 스포츠·라이프스타일 섹션은 그동안의 일회성 구매 유도에서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사용자의 잔존율과 지속적인 이용 패턴을 가려내는 채널 연계가 최우선으로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50개 팀의 진짜 성패는 대학 자원을 발판 삼아, 자신에게 최적화된 검증 무대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라서느냐에 달려 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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