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무인항공기(드론) 촬영본을 옮길 차례. 바다, 현무암 길, 숲길, 오름, 풍차까지 꽤 많이 찍었다. 촬영 당시 조종기 화면에서 보인 실시간 장면은 전부 만족스러웠고, 비행 중 보던 화면도 익숙했다. 전용 조종기(Controller) 속 화면에서는 일반 드론 영상처럼 보였고, 촬영 버튼도 정상적으로 눌렀다.
그런데 폴더 안에는 MP4 형식의 파일이 없었다.
대신 낯선 확장자의 파일이 줄지어 있었다. OSV.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일반 플레이어로 열자 화면은 동그랗게 휘어 보였다. 어떤 파일은 길게 펼쳐진 360° 지도처럼 보였다. 이게 뭔가 싶었다. 조종기에서 보던 그 화면과 다른 모습. 순간 촬영을 망친 줄 알았다. 제주에서 며칠 동안 날린 영상이 전부 이상한 파일로 저장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망한 게 아니었다. 그 파일이 DJI 아바타 360(DJI Avata 360)의 진짜 원본이었다.
조종기 속 화면은 가짜였을까? 재생 화면에서 ‘흠칫!’
조종기에 탑재된 사용자 화면(UI)은 현장에서 비행·촬영을 확인하기 위한 창이었다. 기체가 저장한 것은 그 화면 한 방향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드론은 기본적으로 주변 전체를 360°로 담아둔다. 사용자가 현장에서 어느 쪽을 보고 있었는지는 최종 영상의 기준이 아니었다는 것. 결과물은 촬영한 뒤 편집을 거쳐 다시 고르는 구조였다.
아바타 360 콘셉트의 핵심은 여기다. 일반 드론은 촬영 중 카메라 방향을 맞춘다. 화면 안에 들어온 것이 최종 결과물인 셈이다. 그래서 현장에서의 구도가 어긋나면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자동 촬영형 드론은 정해진 움직임으로 비교적 짧은 완성 컷을 만들어준다. 피사체를 따라가거나, 뒤로 빠지거나, 원을 돌며 보기 좋은 컷을 만든다.
아바타 360은 성격이 다르다. ‘360° 모드(360° Mode)’에서는 먼저 사방을 담는다. 전방만 찍는 게 아니라 주변 전체를 원본으로 남기는 방식. 이 원본이 OSV 파일이다. 이는 바로 영상으로 쓰는 파일이 아니다.
전용 편집 프로그램인 ‘DJI 스튜디오(DJI Studio)’에서는 해당 모드로 촬영한 공간을 공 모양의 리틀 플래닛(Little Planet) 형태로 말아볼 수 있었다. 최종 결과물이라기보다, 원본이 얼마나 넓은 범위를 담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하는 형식이다.

▲ 실제 플레이어 속 결과물.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때 시야 조정은 ‘360° 버추얼 짐벌(360° Virtual Gimbal)’이 맡는다. 촬영 당시 기체가 어느 방향을 향했는지를 확인한 후 조종기 화면에서 세부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하늘 쪽으로 시야를 올리거나, 바닥 쪽으로 내리며 장면을 다시 잡는 과정을 지원한다.
‘파노라마 줌(Panorama Zoom)’도 같은 맥락이다. 멀리 있는 피사체를 당기는 망원 줌이라기보다, 360° 원본 안에서 화면을 얼마나 좁게 볼지, 넓게 펼칠지 고르는 기능이다. 좁게 잡으면 일반 드론 영상처럼 보이고, 넓게 펼치면 하늘, 바다, 지면 패턴까지 함께 화면에 들어온다.
이 같은 결과물을 편집하는 DJI 스튜디오에는 360° 원본 위에 카메라 움직임·구도를 자동으로 전환하는 리프레임 효과(Reframe Template)도 마련됐다. 단순히 영상을 통째로 자동 편집해주는 기능이라기보다, 360° 원본을 어떻게 ‘펼치고’ ‘돌리고’ ‘당길지’ 정해둔 리프레임 프리셋 기능이다. 템플릿을 고르면 사용자가 일일이 키프레임을 찍지 않아도 다른 느낌의 컷으로 바뀐다.
그래도 손이 안 가는 구조는 아니다. 추가적인 과정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번거로웠다. 템플릿이 기본 움직임을 만들어주더라도 어떤 원본을 고를지, 어느 구간을 쓸지, 얼마나 넓게 펼칠지, 어떤 시점으로 내보낼지는 기자가 정해야 한다. 촬영이 끝난 줄 알았는데 끝난 게 아닌 그런 느낌.
일반 드론처럼 한 방향만 저장하면 편하다. 대신 나머지 방향의 풍경은 사라진다. 아바타 360은 그 선택을 뒤로 미룬다. 촬영 시 당장 한 장면만 고르지 않고, 일단 다 담아둔 뒤 나중에 선택하는 방식을 따른다. 한 방향만 인상적인 장소가 아닌 제주도에서 이 기체의 활용법을 체험해보자.
진정한 드론인이 되고 싶다면...필수 관문 뚫기
드론 촬영은 장비를 세팅하는 과정보다 먼저 확인할 절차가 있다. 특히 250g 초과 2kg 이하 기체인 아바타 360과 같은 무인멀티콥터는 4종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작업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TS배움터에서 해당 온라인 교육을 수료했다. 교육 과정에서는 항공안전법, 비행 제한, 배터리 관리, 비행 승인, 조종자 준수사항 등을 확인했다.


여기에 제주처럼 공항·해안·오름·관광지·마을 등이 맞물린 지역에서는 촬영 구도보다 먼저 비행 조건을 봐야 했다. 좋은 장면을 찍기 전에 어디서 날릴 수 있고, 어디서 비행을 피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절차가 필수인 것. 이 과정은 드론원스톱 민원서비스 누리집에서 지원한다. 여기에서는 비행승인, 특별비행승인, 항공촬영 신청 등 드론 관련 사항을 접수·심사한다. 본격적인 작업 전 안전한 비행 조건을 필수로 확보해야 진정한 드론인(?)이 될 수 있다.
이후 이 드론의 제원을 살펴봤다. 수치만 보면 꽤나 멀리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체다. 조종기가 필수인 만큼, 장애물과 간섭이 없는 조건에서 전파 규격에 따라 최대 20km 수준의 전송 거리를 제시한다. 최대 이륙 고도는 4500m, 최대 비행 거리는 13.5km다.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현장 비행 거리로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앞선 공식 전송 거리는 장애물과 간섭이 없는 조건에서 측정된 값이다. 도심, 숲, 해안 절벽, 오름처럼 지형과 전파 환경이 달라지는 곳에서는 실제 체감 거리가 달라졌다.


▲ DJI 아바타 360은 조종기를 들고 있는 사용자 위치 기준 넓은 범위에서 가동한다. 하지만 너무 멀리 이동하면 환경에 따라 신호가 약해질 수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레슨 시작! 정답 구도를 사전에 정의하지 마라
해안 컷에서 이 같은 구조적 차이와 특징이 체감됐다. 드론은 현무암 길과 물길 위를 지나갔다. 현장 비행 당시에는 조종기 화면으로 앞쪽 장면과 동선을 확인했고, 촬영 중에는 일반 드론 영상과 다를 바 없는 흐름으로 보였다. 당황스러운 상황은 촬영 뒤에 찾아왔다. 촬영 데이터를 노트북으로 옮기자 익숙한 MP4 파일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OSV 원본 파일이 폴더에 남아 있었다.
노트북에서 열어본 화면은 이질적이었다. 일반 플레이어로는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면이 원형으로 휘어 보이거나 사방의 공간이 길게 펼쳐진 형태를 띠고 있었다. DJI 스튜디오에서 파일을 열고 휘어진 화면을 평면 영상으로 펴주는 후반 작업이 요구되는 구조.
DJI 스튜디오 안에서는 시야를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잡고 제어할 수 있다. 각도를 좁혀 처음부터 일반 드론으로 찍은 듯한 영상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주변을 넓게 펼쳐내어 360° 원본의 개방감·현장감을 살릴 수도 있다. 사용자가 어떤 장면을 메인으로 살릴지에 따라 화면을 덜 펴거나 더 넓게 펴는 선택이 가능하다.
이번 작업에서는 첫 필드 체험 기준으로 알아보기 쉬운 방식에 집중해 원본을 펴고 그 안에 뭐가 담겼는지 확인했다.
화면을 평면으로 복원하자 장면이 품고 있는 폭과 정보량의 수준이 달라졌다. 현무암 패턴과 물길, 얕은 바다, 하늘이 하나의 원본 파일 안에 함께 들어차 있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응시했던 정면 화면 하나만 저장된 것이 아니라, 드론이 주변 공간 전체를 통째로 남겨두고 있었던 부분. 이 지점에서 DJI 아바타 360이 OSV 파일을 둔 이유가 드러난다.



▲ 이전 리틀 플래닛 원본을 평면으로 변환한 모습.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해당 파일은 편집자 의도에 따라 필요한 화면을 꺼내 쓸 수 있는 원천 재료에 가깝다. 시야를 조정해 지면 쪽을 살리면 현무암 패턴이 중심이 되는 컷이 되고, 바다 쪽을 살리면 해안 와이드 컷으로 탈바꿈한다. 하늘과 수평선을 넓게 잡으면 제주 해안 고유의 개방감이 살아난다. 같은 원본 데이터 안에서도 편집자가 어떤 방향을 고르고 앵글을 잡느냐에 따라 장면의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풍차 해안도로 쪽 촬영 데이터에도 이와 유사한 방향을 경험했다. 풍차만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기체를 날렸지만 사후에 확인한 원본에는 바다·해안도로·하늘이 함께 살아남아 있었다. 풍차 하나만 바라보는 제한적인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행 동선 주변의 전체 공간까지 데이터로 확보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드론 활용 역량 ▲촬영 기법 ▲기획력 등과 DJI 스튜디오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현장 정보를 다시 발굴하고 확인하는 리프레이밍 작업이 이 드론의 메인 콘셉트인 것이다.
"터치 한 번으로 한 편의 영화를" 자동 촬영 스케일
이렇게 비행 조건을 확인한 뒤에는 실제 촬영에서 가치를 발산하는 기능을 살폈다. 아바타 360은 수동 조종만으로 360° 원본을 남길 수 있지만, 자동 촬영 기능을 쓰면 짧은 시간 안에 더 정리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직접 조종기 스틱을 움직여 장면을 만드는 방식과 버튼을 눌러 자동 구도를 만드는 방식이 함께 들어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 차이를 ‘퀵샷(QuickShots)’에서 확인했다.
퀵샷은 버튼 하나로 짧은 자동 촬영 구도를 만드는 기능이다. 아바타 360에서는 드로니(Dronie)·로켓(Rocket)·서클(Circle)·헬릭스(Helix)·부메랑(Boomerang)·아스테로이드(Asteroid) 등 여러 구도를 활용할 수 있다. 피사체 기반 뒤로 빠지거나, 위로 올라가거나, 주변을 돌며 배경을 크게 여는 식이다.


▲ 자동 180° 촬영 모드. 조종기 화면 속(좌)과 아바타 360이 촬영한 구도(우)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퀵샷 속 로켓(좌)과 부메랑(우) 모드를 활용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번 촬영에서는 자동 회전과 후퇴 구도가 가장 직관적이었다. 특히 180° 회전 컷은 퀵샷 계열 자동 구도 설명에 쓰기 좋았다. 조종기 화면에는 자동 동작을 보여주는 취소 버튼과 각도 표시가 나타났고, 기체는 해안 지형을 기준으로 시야를 크게 돌렸다. 수동으로 단순히 방향만 바꾼 장면이 아니라, 정해진 자동 촬영 구도를 따라 공간을 훑는 방식에 가까웠다.
가까운 피사체에서 시작해 뒤로 멀어지는 컷도 퀵샷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인물은 작아지고, 뒤쪽 해안과 마을, 하늘이 한 번에 열렸다. 바닥 패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탑다운(Top-down) 컷도 만들었다. 자동 촬영형 드론에서 익숙한 장면이지만, 아바타 360에서는 그 장면도 360° 원본으로 남았다. 인물을 중심에 둘 수도 있고, 바다나 해안선을 중심에 둘 수도 있었다.
“알아서 궤적 그릴 테니, 보조만 하세요”
퀵샷이 정해진 자동 구도를 만드는 기능이라면, ‘포커스트랙(FocusTrack)’은 피사체를 화면 안에 잡아두는 기능이다. 아바타 360에서는 이 안에서 ‘스팟라이트(Spotlight)’와 ‘액티브트랙 360(ActiveTrack 360°)’을 활용할 수 있다. 둘 다 피사체를 기준으로 장면을 만든다는 점은 같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은 다르다.
스팟라이트는 처음 보면 추종 기능처럼 보인다. 피사체를 화면에서 선택하면 인물이 화면 안에 계속 남고, 드론이 움직이는 동안 카메라도 그 대상을 따라간다. 숲길이나 해안 길처럼 피사체가 앞으로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드론이 뒤에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난다.


▲ 스팟라이트는 특정 대상에 초점을 집중하는 기능이다. 시야가 대상물의 움직임을 따라가지만 자동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원하면 조종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다만 스팟라이트의 중심은 드론이 알아서 따라가는 데 있지 않다. 사용자가 드론을 직접 움직이고, 카메라가 선택한 피사체를 놓치지 않도록 보조하는 방식에 가깝다. 앞으로 밀면 뒤따라가는 컷처럼 보이고, 옆으로 움직이면 피사체를 잡은 채 배경이 흐르는 컷이 된다. 반면 액티브트랙 360은 피사체를 기준으로 드론 움직임까지 더 적극적으로 이어가며 구도를 유지한다.
숲길 컷에서는 이 차이가 비교적 쉽게 보였다. 인물이 앞으로 걸어가고, 드론은 뒤에서 따라붙었다. 길은 앞으로 이어졌고, 양옆으로 숲이 열렸다. 화면은 피사체를 놓치지 않으면서 주변 공간까지 함께 담았다. 단순히 사람만 따라가는 영상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가는 숲길 전체가 같이 남은 장면이었다.


▲ 스팟라이트에 자동 추종 기능이 얹어진 느낌의 액티브트랙 360.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아바타 360에서는 이 기능도 360 원본과 이어진다. 피사체를 중심에 둔 추종 컷으로 쓸 수도 있고, 숲길이나 해안선을 더 넓게 살릴 수도 있다. 스팟라이트와 액티브트랙 360은 피사체를 붙잡아주는 기능이고, 360 원본은 그 주변까지 남기는 구조였다. 따라가는 기능과 나중에 다시 고르는 방식이 겹치면서, 일반적인 추종 컷보다 선택지가 넓어졌다.
영상 구도에 정답이 없다고 느낄 때
제주에서 실제로 조종기를 통해 반복한 드론 움직임은 복잡하지 않았다. 낮게 앞으로 가기. 180°로 옆으로 이동하기. 뒤로 빠지며 올라가기 등. 그렇게 어려운 조종 메커니즘은 아니었다.


▲ 아바타 360의 이착륙은 조종기를 통해 자동으로 가능하다. 착륙은 사용자가 직접 조종하거나, 조종기 속 '리턴 투 홈(RTH)' 기능을 통해 이륙 지점으로 자동 복귀한 뒤 내릴 수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체험 마지막날인 4일차에는 자연스러운 조종 실력을 보여준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조종기 기반 드론이 익숙하지 않은 기자 입장에서는 조종 부담이 클 줄 알았다. 360° 드론이라고 해서 거기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정교하게 카메라 방향을 맞추는 부담은 줄었고, 카메라가 보는 방향보다 드론이 서 있는 위치가 직관적으로 도출된 점이 인상적이다.
현무암 길에서는 낮게 전진했다. 길·물길·바다가 한 번에 걸리는 위치를 찾았다. 해안에서는 옆으로 드론을 밀었다. 파도·암반이 화면 아래에서 흘러가게 했다. 오름에서는 뒤로 빠지며 올라갔다. 인물이나 정자가 작아지고, 초원·마을이 넓어지도록 표현했다.
한 방향 구도를 완성하려 애쓰는 대신, 여러 방향이 동시에 살아나는 자리를 찾았다. 앞에는 길, 옆에는 바다, 아래에는 패턴, 위에는 하늘. 이 요소가 같이 화면에 들어오면 나중에 고를 수 있는 화면이 많아진다는 점을 편집 과정에서 알아챘다.



▲ 앞서 서두에 언급한 360° 모드, 360° 버추얼 짐벌, 파노라마 줌 등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시야·구도 설정이 가능하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점에서 아바타 360은 비행 실력만 앞세우는 기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안전한 조종은 필요하다. 바람·사람·전선·나무·물가 등 다양한 요소를 봐야 한다. 그러나 영상 구도만 놓고 보면, ‘현장 완결형’보다 작업 뒤 ‘편집 주도형’ 솔루션에 가까웠다.
기체를 압박하는 변수...이것이 수동 조종이 필요한 이유다
모든 장소에서 아바타 360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계곡처럼 좁고 복잡한 장소에서는 앞선 장점보다 조심스러움이 먼저였다. 나무가 있고, 물길이 있고, 동물이 있을 수 있다. 드론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제한적이다.
계곡 컷에서는 저고도 촬영과 짧은 상승 위주로 움직였다. 숲·물길·계곡의 수직감은 좋았다. 다만 자동 기능을 적극적으로 쓰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사방을 담는다고 해서 어디서나 마음껏 날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 나무·바위·그늘 등이 뒤섞인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비행이 필수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이 밖에 다양한 지형지물을 확인한 수 비행을 수행해야 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장면이 오히려 제품의 현실적인 사용감을 나타냈다. 360° 원본은 넓은 선택지를 주지만, 비행 안전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열려 있는 해안·오름에서는 여기서 장점이 드러나나, 계곡이나 사람 많은 길에서는 신중한 저속 촬영이 필요하기 때문.
다른 한편, 오름과 절벽 해안은 아바타 360의 360° 녹화 스케일이 잘 살아나는 구역이다. 오름에서는 정자와 인물이 화면에 작게 잡히고 뒤로 초원과 마을이 넓어졌다. 해안 절벽 컷에서는 바다·암반·수평선 등을 함께 담아 다채로움을 더했다. 이런 장소에서는 드론이 조금만 움직여도 장면의 층이 선명해진다.
특히 절벽을 화면 중심에 두면 지형 스케일이 보인다. 바다 쪽으로 돌리면 수평선이 길게 열리고, 아래를 보면 파도와 암반이 보인다. 오름에서는 초원·정자·마을·하늘 등이 번갈아 주인공이 됐다. 360 원본은 이같이 다양한 요소를 품을 수 있는 장소에서 특히 유리했다. 어느 쪽을 봐도 쓸 장면이 있다는 뜻. 아바타 360은 그런 장소를 좋아하는 기체다.


▲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영상을 요리하는 재미?' 촬영자는 ‘프리’, 편집자는 ‘크리’
아바타 360을 마냥 편한 드론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촬영 뒤 손이 많이 간다. OSV 파일을 그냥 영상으로 쓸 수는 없다는 것이 작업 부담을 키우는 것이 사실이다. DJI 스튜디오에서 파일을 열고, 다양한 방향의 구도·시점을 고르고, 필요한 구간을 잘라낸 후 다시 MP4로 내보내야 한다.
파일이 많아질수록 일이 커진다. 1~2개면 이 작업이 재밌겠다. 기자처럼 40개가 넘는 촬영본이 구축된다면 마음은 풍성하겠지만 작업은 막막하다. 어떤 파일이 어느 장소인지 확인해야 하고, 어떤 컷이 자동 구도인지, 어떤 컷이 추종인지 다시 봐야 한다. 변환 시간도 적지 않게 든다. PC·노트북 등 편집 주체 기기의 성능이 낮으면 기다림이 더 길어진다. 실제로 기자가 주로 활용하는 노트북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단점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편한 대신 선택지가 적은 방식이 있고, 불편한 대신 나중에 고를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말이다. 기자가 느낀 아바타 360은 후자다. 촬영자를 현장에서 조금 덜 바쁘게 만드는 대신 편집자를 더 바쁘게 만든다. 현장에서 하나를 고르지 않고, 후반에서 여러 개를 꺼내게 한다.
이 성격을 모르고 쓰면 당황하기 쉽겠다. MP4가 없다는 사실부터 막히는데, OSV 파일을 보고 잘못 찍은 줄 알 수 있다. 하지만 구조를 이해하면 납득된다. 재료를 크게 담아주고, 사용자가 다시 요리하게 만드는 기체라는 것을 우선 인지해야 한다.
드론은 사방을 다 담아놨다. 내가 현장에서 한 방향만 보고 있어도, 원본 안에는 다른 방향이 남아 있다. 찍고 끝난다는 일반적인 드론의 문법을 깬 아바타 360. 찍은 뒤 목적에 따라 후반 작업이 중요한 드론이라는 포지션이 편하진 않다. 파일 관리도 필요하고, 리프레임도 필수며, 변환도 오래 걸린다. 제주처럼 방향마다 장면이 달라지는 곳에서는 그 번거로움이 장점으로 바뀐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