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중심축이 생성형 AI에서 ‘AI 에이전트(AI Agent)’와 ‘AX(AI Transformation)’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바이브컴퍼니 이민혜 부문장은 “이제 기업 경쟁력은 단순 AI 도입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어떻게 AX 구조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공기관과 기업 현장에서는 멀티 에이전트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활용해 전세사기 분석, 시설물 안전 점검, 민원 응대, 노후 설계 상담까지 실제 업무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조직 문화와 ROI, 보안, 레거시 시스템 통합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운영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AX 경쟁’을 시작했다
기업들의 AI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시장의 중심은 생성형 AI였다. 기업들은 ChatGPT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고, 누가 더 빠르게 생성형 AI를 도입하느냐가 경쟁력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제 업계는 더 이상 단순한 생성형 AI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AI 에이전트’와 ‘AX(AI Transformation)’라는 단어가 기업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브컴퍼니 이민혜 부문장은 최근 실제 소셜 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이러한 흐름을 설명했다. 바이브컴퍼니는 매일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 어떤 기술 키워드가 시장에서 얼마나 언급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 부문장에 따르면 생성형 AI 관련 언급량은 한 차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점차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최근에는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특히 CES 이후 피지컬 AI 언급량은 급등했고, AI 에이전트 역시 2025년 들어 다시 한 번 시장의 중심 키워드가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AX’라는 용어다. 이민혜 부문장은 최근 업계 현장에서 명함을 교환하다 보면 조직명에 ‘AX’가 포함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AI 솔루션 기업들은 여전히 ‘AI’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제 고객사들은 ‘AX’를 훨씬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를 단순 기술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업무 방식과 비즈니스 구조를 재설계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 내부 분위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많은 조직에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 자체가 업무 역량처럼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는 공공기관 사례도 언급했다. 과거 수천만 원 규모 외주 용역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공무원들이 직접 AI 기반 바이브 코딩으로 수행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 활용이 일부 IT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업무 구조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바이브컴퍼니 내부에서도 이미 조직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민혜 부문장은 일부 직군 퇴사 이후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디자이너나 기획자가 맡던 역할 일부를 다른 직군 구성원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AI 시대의 핵심 변화로 ‘전문성의 재정의’를 꼽았다. 엔트로픽의 클로드 코드 해커톤 상위권 입상자 상당수가 변호사·의사·뮤지션 등 비개발자였다는 사례는 상징적이다. AI 덕분에 개발의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동시에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정의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AI 시대에는 단순 기능 수행보다 문제 정의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 왜 ‘딥 에이전트’에 몰리는가
AI 산업은 지금 거대한 진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초기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은 ‘대화’였다. 사용자는 질문을 입력했고, AI는 답변을 제공했다. 하지만 당시 AI는 종종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고, 사람들은 이를 캡처해 공유하며 “AI가 아직은 멀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등장한 것이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이었다. 기업 내부 데이터를 검색해 답변에 활용하는 방식이 등장하면서 AI는 조금 더 실무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업 현장은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다. 단순 검색 기반 생성형 AI만으로는 실제 업무 자동화를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것이 AI 에이전트다.
이민혜 부문장은 현재 글로벌 AI 시장이 이미 ‘에이전트 2.0’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 구글, 엔트로픽 모두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업무 완결형 딥 에이전트’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딥 에이전트는 단순 답변이 아니라 목표 설정, 계획 수립, 데이터 검색, 결과 검증, 반복 개선까지 스스로 수행한다. 말 그대로 AI가 하나의 가상 조직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것은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반 멀티 에이전트 구조다. 바이브컴퍼니는 다양한 외부 데이터 제공사와 제휴해 MCP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야 현재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한다.
그는 실제 서비스 사례도 소개했다. 바이브컴퍼니의 ‘AI 리서치’ 서비스는 사용자의 의도를 분석한 뒤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를 통합 분석해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생성한다. 기존 생성형 AI 보고서가 실제 현업 템플릿과 어색하게 어긋났다면, 멀티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는 기업이 사용하는 실제 업무 템플릿에 맞춰 결과를 생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역할 분담 방식이다. 계획 수립 에이전트, 데이터 수집 에이전트, 분석 에이전트, 보고서 작성 에이전트가 각각 역할을 나눠 협업한다. 이는 과거 컨설팅 조직의 주니어·시니어·파트너 구조를 AI가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기업 업무 조직 구조가 AI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AI 에이전트는 단순 도구가 아니다. 조직 운영 구조를 소프트웨어화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전세사기 예방부터 국민연금 상담까지…공공기관이 먼저 움직였다
AI 에이전트는 이미 실제 공공 행정 현장에 깊숙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러 공공기관 사례들을 보면,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사기 예방 시스템은 AI 에이전트의 현실적인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최근 국내 전세사기 피해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전세사기 규모는 약 8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피해 금액만 9조 원에 달한다. 특히 피해자의 75%가 20~30대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 키운다. 기존 시스템은 계약 체결 이후 사후 심사 중심으로 운영돼 예방 기능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HUG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예방형 상담 체계를 구축했다. 사용자가 상담 질문을 입력하거나 계약서를 업로드하면 AI 에이전트는 먼저 질문 의도와 상황을 분석한다. 이후 법령·판례·내부 데이터베이스를 각각 담당하는 데이터 에이전트들이 필요한 정보를 가져온다. 그리고 특화 모델 기반 위험 분석 에이전트가 계약서 내 독소 조항과 위험 요소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보고서 작성 에이전트가 결과를 종합해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단순 생성형 AI가 아니라 멀티 에이전트 협업 구조라는 점이다. 각각의 AI가 역할을 나눠 수행하면서 실제 전문가 조직처럼 움직인다. 성능 평가 결과 역시 실무 적용 가능한 수준의 높은 정확도와 만족도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공단 사례 역시 흥미롭다. 국민연금공단은 연간 약 610만 명이 방문하지만 실제 대면 상담 비율은 0.16%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노후 설계 리포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AI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취향과 재무 상황을 분석하고, 각 지자체 프로그램과 금융 상품, 여가 서비스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맞춤형 리포트를 생성한다. 기존 일괄형 상담이 아니라 개인별 상황에 최적화된 상담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공공기관은 보수적인 조직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가장 강력한 AI 활용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AI가 ‘전수검사’를 수행하는 시대… 안전관리 현장의 변화
AI 에이전트의 영향력은 이제 고도의 전문 기술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국내 시설물 안전 점검 체계는 외부 용역사가 제출한 수만 건의 보고서를 소수 전문가가 검토하는 구조다. 전국에서 올라오는 약 4만 건 이상의 안전 점검 보고서를 단 30명 수준 전문가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검토 지연과 누락 위험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실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멀티모달 AI 기반 검증 체계를 도입했다. 시스템은 단순 텍스트 분석이 아니라 도면 이미지와 보고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한다. AI는 외관 조사망도 이미지와 진단 보고서 테이블 데이터를 비교하고, 법령과 시설물 안전 기준을 실시간으로 대조한다. 필수 점검 항목 누락 여부와 논리적 정합성까지 자동 검증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전수검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모든 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어 샘플 검토 방식에 의존했다. 하지만 AI는 모든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 효율화 수준을 넘어 안전관리 체계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이민혜 부문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고도의 전문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설물 안전관리처럼 공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AI가 실제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핵심은 여전히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다. AI가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AI가 전수검사와 반복 검증을 담당하고, 사람은 최종 판단과 고차원적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업무 구조가 바뀌고 있다.
결국 AI 에이전트의 진짜 가치는 사람 제거가 아니라 ‘사람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AX에 실패하는 이유…기술보다 더 어려운 건 조직이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 AX 성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가트너·맥킨지·딜로이트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AI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AI 업계에서는 GPU 부족보다 ‘토큰 비용’이 더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멀티 에이전트 기반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연산 자원을 사용한다. 실제 에이전트들을 운영해 본 기업들은 토큰 사용량과 비용 규모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인재 부족이다. AI 대학원과 AX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현업 경험과 조직 운영 경험을 동시에 가진 시니어급 인재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도메인 이해와 AI 기술 이해를 함께 갖춘 리더급 인재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 번째는 레거시 시스템 문제다. 기업 내부 기존 시스템과 AI를 연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특히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문제는 조직 전체 협업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문화와 ROI 불확실성이다. 많은 경영진은 개인 차원의 AI 활용과 조직 차원의 AX를 전혀 다른 문제로 본다. 직원 개인이 GPT를 잘 활용한다고 해서 조직 전체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민혜 부문장은 특히 조직 준비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도입으로 절감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직무를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 조직이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다. 인력 구조와 업무 방식, 기업 정체성까지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변화다. 결국 AX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 변화 관리’에 있다는 메시지가 발표 전체를 관통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 재설계”…AX 시대의 생존 전략
이민혜 부문장은 AX를 단순한 업무 효율화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AI는 이제 문서 작성이나 검색을 돕는 수준을 넘어 기업 운영 구조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AI 에이전트는 전세사기 예방, 안전 점검, 민원 응대, 노후 설계 상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실무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단순히 최신 AI를 도입했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조직 문화, 데이터 전략, 보안 체계, 인재 구조, 업무 프로세스까지 함께 변화해야 한다. 특히 AX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 관리와 조직 혁신 과정이라는 점에서 경영진의 리더십과 조직 유연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많은 AI를 도입한 기업이 아니다. AI를 조직 구조와 업무 문화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재설계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 이 글은 ‘AI TECH 2026 컨퍼런스’에서 바이브컴퍼니 이민혜 부문장이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