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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의 헬로BOT] 비싼 땅, 부족한 일손...데마틱이 한국 물류의 '고난도 방정식'을 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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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현장은 여전히 작업자를 찾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발표한 서비스업 인력난 대응 자료에서, 택배업의 상·하차 인력에 더해 분류 인력의 구인난 심화를 짚었다. 창고 안의 압박도 동시에 커졌다. 인력 부족, 인건비 상승, 공간 제약, 높은 토지 비용, 상품 복잡성 증가, 시스템 통합 부담 등이 한데 시장 내 과제로 부상했다.

 

이 양상에서 자동화(Automation) 기술에 대한 투자 판단도 달라졌다. 설비 도입 비용뿐만 아니라, 저장 밀도, 처리량, 인력 절감, 운영 안정성, 구축 뒤 대응 속도까지 요구하고 있다.

 

스티브 청(Steve Cheung) 데마틱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 사장은 “현시점 한국 물류 시장 사용자는 시스템 가격만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품질, 투자수익률(ROI), 공간 절감, 인력 절감을 함께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 토지 비용이 높은 환경에서 좁은 부지 안에 자동화 기술을 어떻게 경제적·효율적으로 도입하는지도 함께 따진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천장에 컨베이어를 매달고, 바닥 아래로 이송 라인을 내리며, 상·하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설계. 이것이 최근 한국 물류 시장이 던진 주문서의 실체다. 단순히 장비 한 대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선 것.

 

우선 같은 면적 안에 얼마나 더 많은 물량을 보관하느냐가 핵심이다. 여기에 품목(SKU)별 처리 속도에 맞춰 동선을 정교하게 세분화하는 법이 그다음 과제로 뒤따른다.

 

글로벌 물류 자동화 기술 업체 데마틱이 ‘FD 셔틀(FD Shuttle)’을 최신 병기로 내세워, 한국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좁은 부지의 창고가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운영 구조 자체를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생태계와의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낙점했다.

 

옆으로 펼칠 땅 없다면 위로 쌓아라, 한국형 '버티컬 자동화'의 입체 동선

 

 

한국 시장의 압박은 창고 형태에서 드러난다. 스티브 청 사장은 넓은 부지에 수평으로 펼치는 통상적인 구조와 달리, 한국은 좁은 땅 위에 여러 층을 올리는 구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어지는 자동화 설비도 그 형태를 따라간다. 설비 한 대를 넣는 문제가 아니라, 시설 전체의 빈 공간과 통로, 층간 연결을 다시 재설계하는 문제다.

 

청 사장은 “한국 사용자는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품질과 ROI 기준까지 세밀하게 적어낸다”며 “이러한 요구는 결국 좁은 부지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최다 물량을 뽑아내는 동시에 노동력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한국 물류 특유의 절박함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개럿 루(Garret Lu) 데마틱 아시아 세일즈 디렉터가 짚은 시장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물류센터의 판단 기준은 값싼 설비 도입에서 다른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성 극대화, 처리량 최적화, 전체 투자효율, 병목 축소, 프로세스 통합 등이 주요 요소로 주목된다. 데마틱이 낮은 층고 구간과 높은 층고 구간을 따로 보고, SKU 흐름에 맞춰 다른 구조를 제안하는 배경이다. 이는 물류 저장 자동화의 논점이 장비 단품 비교에서 건물 전체의 운영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FD 셔틀, 창고의 속도를 이원화하다

 

데마틱이 내세우는 차세대 솔루션 ‘FD 셔틀’은 이처럼 ‘통합 운영 구조’로 옮겨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춘 장비다. 기존 멀티셔틀(Multi-shuttle)을 비롯한 타 자동화 솔루션이 커버하지 못했던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기존 자동화 창고의 핵심 중 하나인 멀티셔틀은 선반 각 층(Level)에 전용 로봇을 배치해 물건을 실어나르는 방식이다. 고속 회전 품목(High-velocity SKU)만 빠르게 처리하는 창고는 이처럼 각 레벨마다 셔틀 로봇을 촘촘히 배치해 처리량을 극대화하는 기존 구조로도 충분했다.

 

문제는 실제 창고 현장에서 빠르게 출고되는 대상물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저·중속으로 흘러야 하는 물량도 있다. 스티브 청 사장은 “기존 멀티셔틀은 높은 처리량에는 강점이 있지만, 모든 구간의 수요를 받기에는 비용·구조 면에서 제약이 컸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 FD 셔틀 가동 모습.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FD 셔틀은 바로 이 빈틈을 채운다. 빠른 SKU는 멀티셔틀이, 중·저속 품목은 FD 셔틀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두 시스템은 유기적인 인터페이스로 연결돼, 하나의 창고 안에서 서로 다른 처리 리듬을 소화해 내는 메커니즘이다.

 

개럿 루 디렉터에 따르면, FD 셔틀은 멀티셔틀의 기술력을 계승하면서도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최대 선반(Rack) 높이 24m와 최대 가반하중 50kg를 갖춰, 다양한 크기의 종이 박스(Carton), 운반 상자(Tote), 적재함(Bin) 등을 처리한다.

 

사측은 이 시스템의 구조적 자유도를 또 다른 차별점을 배치했다. 바닥 레일이 없어 하부 공간을 비울 수 있고, 다른 장비와의 동선 간섭도 최소화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덕분에 멀티셔틀 아래에 FD 셔틀을 넣거나, 반대로 얹는 식의 하이브리드 조합이 가능해졌다. 저장 밀도와 처리 효율, 운영 유연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데마틱의 ‘필살기’인 셈이다.

 

기존 시장을 양분하던 전통적인 크레인 방식(Miniload)과 큐브형 고밀도 적재 방식 사이에서 FD 셔틀의 포지셔닝은 명확하다. 개럿 루 디렉터는 “FD 셔틀은 대형 크레인이 점유해온 기존 미니로드 영역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며 더 높은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층고가 낮은 환경에서 극단적인 고밀도 보관이 우선이라면, 큐브형 솔루션이 유리할 수 있다”며 “10m 이상의 높이를 활용하면서도 복잡한 처리 조건이 필요한 환경이라면, FD 셔틀이나 멀티셔틀 같은 주행형 시스템이 최적의 답안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설계자가 직접 고친다” 멈춤 없는 창고를 만드는 데마틱의 맞춤형 전략

 

데마틱이 이보다 앞세워 강조한 대목은 실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수행 구조’ 그 자체다. 현재 데마틱 한국 지사 데마틱코리아는 영업부터 컨설팅, 제어,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서비스 지원 등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 조직을 가동 중이다. 특히 전체 인력의 상당수인 30명 이상을 사용자 지원에 배치하고, 전국 9개 거점의 서비스 센터를 통해 ‘24/7’ 상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서비스 범위 또한 전기·기계 통합 지원, 제어 시스템, IT 소프트웨어 점검, 예방 정비, 긴급 현장 대응까지 포괄한다. 설계와 구축 단계에 참여했던 조직이 운영과 유지보수 구간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스티브 청 사장은 이를 한국 내에서 모든 과정이 완결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역량으로 정의했다. 컨설팅, 엔지니어링, 사후 서비스를 외부 파트너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법인이 직접 원스톱으로 수행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사장은 “많은 글로벌 조직이 현지 대행사·파트너사에 기대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지점”이라며 “솔루션 도입 이후의 기민한 대응이 곧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 상황에서, 이러한 직접 수행 체계는 장비 성능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조직적 강점을 어필했다. 장비 정지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설계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즉시 투입돼, 소프트웨어·제어 단계를 통합 조정함으로써 창고 가동률을 방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의 '까다로움'을 기술로 번역한 시간

 

올해로 국내 진출 20주년을 맞은 데마틱은 그동안 축적한 현장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며, 단순한 연혁 이상의 가치를 입증하겠다고 포부를 공식화했다.

 

지난 2006년 삼성테스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물류 인프라의 핵심 공정을 자동화 설비로 채워온 20년의 실적이 그 근거다. 대형 자동 분류 시스템부터 작업자가 있는 곳으로 로봇이 물건을 나르는 GTP(Goods-to-Person) 기반 주문 처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데마틱은 한국 시장의 기술적 요구를 현장에 적용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최근 롯데칠성음료 부평 물류센터 프로젝트는 도심 특유의 공간 제약과 인력난을 전 공정 자동화로 정면 돌파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외에도 롯데·CJ대한통운·쿠팡 등 국내 주요 물류 업체와 협업하며 현장 데이터도 쌓았다. 이는 한국 시장 특유의 까다로운 저장 밀도와 운영 안정성 기준을 충족하는 데마틱만의 핵심 자산이 됐다.

 

 

이러한 데이터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로 이어졌다. 스티브 청 사장은 한국을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가장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던지는 시장으로 정의했다. 스티브 청 사장은 “한국은 높은 부지 비용과 인건비 부담 탓에 공간 효율과 ROI를 그 어느 시장보다 치밀하게 계산한다”며, 이 같은 한국형 부지에 최적화된 FD 셔틀을 공급하고 그 후방에 현지 직접 수행 조직을 결합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최근 인력 부족과 운송비 상승이 무인 서비스 수요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싼 땅 위의 한국 창고는 높게 쌓고, 품목별로 정교하게 분류하며, 다운타임(Downtime)을 최소화하는 운영 구조를 요구한다.

 

데마틱이 한국 시장에 제시한 답안 역시 고밀도 저장 설계, 처리 리듬 최적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현지 직접 수행 체계를 통합한 접근이다. 한국 물류 자동화의 다음 수주는 이러한 복잡한 현장 방정식을 풀어낼 ‘운영 구조의 완성도’에서 갈릴 전망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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