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도입이 예고됐던 ESG 공시 의무화는 국내외 동향을 고려해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2026년 2월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 의견수렴안이 발표됐다.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가 구체화하면서 그동안 자율의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ESG 공시는 본격적으로 제도적 틀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TCFD, GRI, SASB, ISSB, ESRS 등 다양한 글로벌 기준을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고 있으며,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상장회사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기업마다 적용 기준이 달라 정보의 비교 가능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국내 ESG 공시제도는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기업의 수용가능성, 정보의 유연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화가 추진되었다.
이번 로드맵 초안은 그동안 ESG 공시 로드맵을 기다려온 기업에 향후 준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가이드를 제공했다. 본 칼럼에서는 국내 ESG 공시 제도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기업의 향후 대응 방향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ESG 공시 대상과 시행 시기
한국과 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2027년부터 시가총액 3조 엔 이상 프라임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또한 일부 국내 대기업은 2029년부터 EU 역외 공시의무가 적용될 예정으로 국내 기업의 공시 경험 축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고려해 금융위원회는 2028년(FY27)부터 연결 자산 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약 58개 주요 대기업이 포함되는 규모다. 이후 2029년에는 10조 원 이상 상장사로 공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며, 향후 국제 동향과 기업 준비 사항을 고려해 추가 확대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아울러 공시 첫해에는 자산 및 매출액이 연결 기준 10% 미만 경우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국내외 종속회사에 대해 공시의무가 면제된다.
기업 부담 고려한 Scope 3 공시 유예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도 Scope 3는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지적해 온 항목이다.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포함해야 하는 만큼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며, 그동안 기업들은 Scope 3 공시 의무화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번 로드맵에서는 Scope 3 공시를 제외하지는 않지만, 공시 대상별로 3년간 유예 기간을 두어 2031년부터 공시에 포함하도록 했다. 또한 “중소기업기본법상” 업종별 매출액 최대 140억 원 이하인 소기업으로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가치사슬 내 기업은 공시를 면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향후 법정 공시 전환에 따라 면제범위는 다시 검토될 예정이다.
Scope 3의 유예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체계와 데이터 관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일정한 준비 기간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율적으로 Scope 3 공시를 이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 수수료 면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시 우수법인 선정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
ESG 공시 기준과 운영 방식
국내 ESG 공시 기준은 국제적 정합성과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고려해 ISSB 기준을 기반으로 제정됐다. 공시 기준서는 제1호 ‘일반 사항’과 제2호 ‘기후 관련 공시’로 구성되며, 공개 초안에 포함되었던 제101호 ‘정책 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 사항’은 추후 사회 관련 국제 기준이 마련된 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지정했다. 우선 국제적으로 기준이 확립된 기후 공시부터 의무화하고, 기후 외 환경, 사회, 지배구조 항목은 기업 선택 공시로 운영한다. 또한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특성을 고려해 톤당 내부탄소가격, 산업별 세부 지표 등은 선택 공시로 완화됐다.
공시는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로 운영하고, 이후 법정 공시로의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도입 초기에는 예측·추정 정보를 활용한 공시에 대한 면책을 부여하고, 첫해에는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대신 계도와 컨설팅 중심으로 운영한다. 공시 시점은 사업보고서 공시와 동일한 3월 말로 하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는 반기 결산 시점(8월 중순)으로 공시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상당수가 회계법인, 경영컨설팅 등 기관을 통해 제3자 인증을 받고 있다. 제3자 인증은 내용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의무화가 필요하지만, 도입 초기에는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향후 글로벌 동향에 따라 단계적 의무화 및 인증기관 규율 체계 마련이 검토될 예정이다.
기업이 준비해야 할 ESG 체계
이번 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기업들은 ESG 공시 체계 구축을 본격화해야 한다. 특히 Scope 3 관련 공급망 데이터 요구가 포함되면서, 의무 대상이 아닌 중소·중견기업까지도 대기업 요구에 따라 영향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모든 기업의 ESG 체계 구축 및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내부 ESG 체계 정비가 기업의 필수적인 과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시스템 구축,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 분석, 내부통제 고도화, 공급망 관리 역량 점검 등이 요구된다. 또한 기존에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공시 기준 최종안 간 수준 분석을 통해 부족한 항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 확보와 관리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이사회 수준의 ESG 거버넌스 정비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ESG 관련 리스크와 전략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경영진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치며
이번 ESG 공시의 의무화 로드맵은 단순한 정보 공개 요구와 공시 시점 마련을 넘어,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과 기업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단계적 도입 방향을 제시한다. 수차례 연기 끝에 발표된 로드맵은, 글로벌 시장에서 ESG 정보 공개 요구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체계적이고 준비된 대응을 갖출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다만, 이번 로드맵은 자산 규모와 공시 시점 등에서 해외 주요국 대비 지나치게 완화된 측면이 있어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초안 단계이지만, 국내 기업에 불확실성을 줄이고 ESG 경영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 지침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3월 말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최종 확정을 거쳐 국내 기업들의 체계적인 준비와 단계적 실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더와이 주식회사는 청년실업해소 목적의 소셜벤처로 시작하여 현재 ESG 컨설팅 및 교육 전문기관으로서 ESG 전략 및 운영체계 구축, ESG 보고서, 공급망 ESG 컨설팅 및 실사 운영, RBA 및 Ecovadis 등 평가 대응, 교육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산업대상 일자리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