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문은 계속 늘고 있고, 물류센터의 숙제도 더 복잡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29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모바일 거래액도 18조7991억 원으로 유사한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장 부담이 줄어들 이유가 없는 구조다.
국제로봇연맹(IFR)도 지난 2024년 서비스 로봇 판매가 약 20만 대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운송·물류용 로봇 10만2900대로 절반을 넘겼다고 집계했다. 인력 부족이 로봇 도입의 핵심 동인이라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이 가운데 물류 업계는 단순 보관과 속도 경쟁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동선 소거, 주문 병합, 출고 순차 처리(Sequencing)의 정교함이 승부처라는 것이다. 대상물 도착이 늦어도 완성 박스를 다시 넣었다가 적시에 빼내는 기동력 또한 필수로 요구된다.
프랑스 소재 창고 자동화 솔루션 업체 엑소텍은 모바일 자동 저장 및 인출 시스템(AS/RS) ‘스카이팟(Skypod)’을 내세우고 있다. 외관처럼 보관함 형태가 아니라, 집품·정렬·출고·컨베이어 연동 등을 소프트웨어로 통합 관제하는 솔루션으로 정의하는 중이다.
"기다리지 않는 물류"...GTP의 진화? 작업자 발걸음 멈추게 한 자율주행


▲ 이번 [봇규가 간다]에서는 스카이팟을 해부한다.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스카이팟은 저장보다 출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상품을 집어 담고 주문을 완성하는 작업 구간 역할인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에서는 왼쪽 라인으로 상품이 담긴 소스 컨테이너(Source Container)를 실은 자율주행로봇(AMR) 형태의 스카이팟 로봇이 들어온다. 오른쪽 라인에는 고객에게 배송될 목적 박스(Destination Container)를 얹은 로봇이 선다.
작업자는 제자리에 서서 왼쪽 물건을 오른쪽 박스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이때 왼쪽 소스 컨테이너에서 해당 상품을 꺼내 바코드를 스캔한 뒤 오른쪽 목적 박스에 담고 버튼을 누른다.
워크스테이션 중앙에 있는 사용자 화면(UI)에는 처리해야 할 수량과 스캔 상태가 곧바로 표시되고, 입력이 끝나면 다음 로봇이 작업 위치로 들어온다.


김용섭 솔루션 엔지니어(Solutions Engineer)는 “왼쪽에서 물건을 집어서 오른쪽에 넣어서 작업을 완성한다”며 “내가 어느 박스인지 찾을 필요도 없고, 왼쪽에서 물건 집어서 오른쪽에 두는 동작만 계속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문이 끝난 박스는 곧장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다시 선반(Rack)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포인트는 그다음에 있었다. 로봇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때는 완성된 목적 박스를 다시 저장해 뒀다가 출고 시점에 맞춰 다시 꺼낸다. 어떤 순서로 박스를 뺄지도 시스템 안에서 정리된다.
집품(Picking)은 워크스테이션이 맡고, 완성된 박스는 입출고 장치 익스체인저(Exchanger)가 맡는다. 이 장치는 박스를 후속 컨베이어로 넘기고, 비어진 용기는 다시 시스템 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주요 임무다. 사측은 저장·집품·출고를 한데 통합한 방식이라고 스카이팟을 내세운다.
오지석 엑소텍 한국지사장은 “주문이 완료된 컨테이너를 직접 밖으로 빼지 않고 랙에 잠시 저장했다가 순서에 맞게 꺼낼 수 있다”며 “물류 트럭이 오면 배송 순서에 맞게 로봇이 다시 가져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용섭 솔루션 엔지니어도 “작업이 완료됐는데 트럭이 아직 도착 안 했으면 다시 렉에 저장해 놨다가 출고 시간에 맞춰 다시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스카이팟은 GTP(Goods-to-Person) 구조의 자동화 솔루션이다. 쉽게 말해, GTP는 작업자가 상품을 찾으러 다니는 대신, 자동화 설비가 필요한 상품을 작업자 앞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이때 스카이팟의 자동화 설비 역할이 로봇이다. 여기에 엑소텍 창고실행시스템(WES) ‘딥스카이(Deepsky)’까지 붙으면 보관, 집품, 임시 저장, 순서 정렬, 출고 등 핵심 물류 공정이 한데 이뤄진다.
이때 로봇은 초속 4m로 움직이고, 첫 주문은 5분 안에 실행할 수 있다. 작업자 앞으로 컨테이너가 오는 시간은 약 2분이다. 랙은 사용자 환경에 따라 최대 14m까지 설계 가능하다. 또한 워크스테이션은 시간당 600상자, 익스체인저는 인·아웃 각각 시간당 600상자를 다룬다.


▲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속도보다 무서운 ‘연속성’, 에러를 제어하는 스마트 인프라
로봇 충전은 대기 구간에서 이뤄진다. 충전기를 따로 세워두는 대신 바닥에 매입한 충전 패드에 로봇이 하부 접촉 방식으로 들어간다. 이른바 하부 접촉식(Bottom Docking) 충전 시스템을 차용했다. 김용섭 엔지니어는 대기와 충전이 한 자리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충전을 위해 따로 빠졌다가 돌아오는 손실이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로봇에 탑재된 배터리는 5분 충전에 1시간 사용이 기본이다. 김 엔지니어는 “평소에는 로봇이 충전 구역을 지나가지 않고, 대기해야 되거나 다음 작업이 없을 때 그때 충전한다”고 메커니즘을 답했다.
기자가 여러 대의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간을 보면서, 이때 포인트는 속도 자체보다 흐름 유지라고 느꼈다. 한 구간이 잠시 정체돼도 다른 로봇이 주변 동선으로 빠져나갔고, 대기 구간에서는 바닥 충전 패드와 맞물리며 충전이 이어졌다.
엑소텍은 이 구조를 사륜 구동과 측방 주행(Crab Walking) 중심으로 설명했다. 앞선 로봇이 멈추거나 장애물이 생겨도 뒤 로봇이 옆으로 회피해 지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오지석 엑소텍 한국지사장도 “로봇이 한 대 고장 나면 해당 로봇만 제외하고 시스템을 가동하면 되니, 공정 다운타임(Downtime) 없는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랙 수직 이동은 네 방향 지지 구조를 중심에 둔다. 토트 안 물건이 한쪽으로 쏠려도 균형을 유지하기 쉽게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김용섭 솔루션 엔지니어는 로봇이 수직 레일을 오를 때 네 지점을 동시에 지지해 균형을 맞추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쪽 일부만 걸고 올라가는 방식은 무게 중심이 틀어지면서 흔들림과 오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탰다.


▲ 로봇은 톱니바퀴를 랙 다리에 밀착한 후 이동한다(좌). 토트 회수는 로봇에 달린 접합 기구를 통해 진행된다(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그러면서 “수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려면 결국 여러 왕복 주행을 안정적으로 반복해야 한다”며, 로봇의 주행 속도와 하드웨어 안정성은 하나로 맞물린 요소라고 부연해 짚었다.
모든 로봇에는 사방향 카메라가 달린다. 원격 관제 화면에서 로봇 위치와 주변 상황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고, 로봇 주위에 떨어진 물건이나 장애물도 식별 가능하다. 엑소텍은 로봇 에러의 90% 이상을 원격으로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측은 라이다(LiDAR) 중심에서 카메라 기반 구조를 채택해 시스템을 개선했다.
안전 설계도 함께 들어갔다. 랙 내부 3m 간격으로 인랙 스프링클러 설치가 가능해 천장 살수에만 기대지 않는다. 최대 14m 높이 활용은 저장량 확대뿐 아니라 동일 면적에서 공간 활용률을 높이는 방식과 맞물린다. 오 지사장은 “임대료와 토지 비용 부담이 큰 한국과 같은 환경에서는 이 점이 투자수익률(ROI)과 이어진다”고 힘을 실었다.
시설 전면 개보수 대신 변동성에 응답하는 법
스카이팟은 전용 토트뿐 아니라 종이·플라스틱 소재 박스·용기를 트레이 위에 그대로 올려 운영할 수 있다. 오지석 지사장은 “자동화 설비에 맞추기 위해 내용물을 다시 옮겨 담는 '디켄팅(Decanting)'은 물론, 기존 박스를 그대로 쓰는 '논디켄팅(Non-decanting)' 방식까지 모두 지원한다”며 기존 물류 현장의 번거로움을 해결할 핵심 카드로 이를 제시했다. 즉, 기존 포장 단위를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즉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로봇은 스카이팟과 동기화된 컨베이어 시스템에 각종 목적 박스를 전달하며 본연의 공정을 마친다. (출처 : 엑소텍, 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트레이 규격은 세 가지 옵션이 제공된다.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사각 형태의 박스가 가장 유리한데, 이는 격자 구조의 랙 안을 빈틈없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는 작업자의 동선 축소로 직결된다. 김 엔지니어는 “기존 방식이 책꽂이 사이를 누비며 박스를 찾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제자리에 서서 로봇이 가져다주는 물건을 집어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짚었다.
특히 14m 높이까지 랙을 쌓아 올릴 수 있고, 필요한 토트에 직접 접근해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회사가 강조한 대목이다. 회전율이 높은 품목(SKU)이 수시로 변동되는 전자상거래(E-commerce) 등 현장에서는 재고 재배치 공정을 생략하고 목적 박스를 직행으로 꺼내는 구조가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적재 밀도에 치중한 시스템과 달리, 스카이팟은 14m 높이의 공간을 끝까지 쓰면서도 특정 박스를 즉각 출고하는 기동성이 물류의 '속도전'을 완성한다는 사측의 핵심 전략이다.
오지석 지사장은 현재 자신들의 기술 수준 단계를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보다, 알고리즘에 가까운 구조로 설명했다. 주문량, 시간대, SKU 흐름 등 데이터를 분석해 처리 방식을 최적화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오 지사장은 “국내 진출 4년차에 접어든 올해까지 무신사·상하를 포함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며 “병원 자재 준비와 제3자 물류(3PL)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봇규의 한마디
저장은 시작일 뿐, 승부는 출고 직전의 순서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