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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듣다] “문과 출신이요, 그런데 로봇이 좋아요”

씨메스 로보틱스 마케팅부 서재원 매니저, 그녀가 AI 업계에 발을 들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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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물류 창고, 개발자로 가득 찬 회의실…아직도 많은 산업 현장에서 여성은 소수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때로는 거침없이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듣다’는 남성이 다수인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매달 한 명씩 만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고 배우며 성장해온 진짜 이야기를 전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AI 기반 로봇 자동화 기업 씨메스 로보틱스에서 마케팅부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서재원 매니저입니다.


 

씨메스 로보틱스 본사에서 만난 서재원 매니저는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 먼저 드실래요?”라며 웃었다.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자동화 전문기업 씨메스 로보틱스(CMES Robotics)에서 브랜드 마케팅 파트를 이끌고 있는 그녀는, 이 업계에서는 드문 여성 담당자 중 하나다.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대다수인 조직에서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치과위생사에서 로봇 업계까지, 남다른 경로

서재원 매니저의 커리어는 예상 밖의 경로를 따라왔다. 치위생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실습을 하면서 ‘평생 누군가를 보조하며 일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결국 취업 대신 편입을 선택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학과 계열에 편입한 그녀는 치과 경험과 마케팅 전공을 결합한 독특한 커리어 전략을 세웠다.

 

첫 직장은 치과용 CT와 캐드캠 장비를 제조·유통하는 회사였다.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디자인하고 밀링 장비로 깎아내는 과정은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분야. 하지만 그녀는 치과위생사 출신이었기에 전문 지식이 있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기공사와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장비 교육을 담당하고 나아가 CS까지 처리했다. 그렇게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면서, 자연스럽게 로봇 업계로 눈을 돌렸다.

 

“캐드캠 장비도 결국 축을 따라 움직이는 기계예요. 그걸 하다 보니까 로봇도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 “사실 유튜브에서 공장 제조 과정 ASMR 같은 거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원래 작동원리나 공정을 이해하는 것을 재밌어하는 성향이었어요.”

 

씨메스 로보틱스 합류, 그리고 처음 마주한 벽
2023년 6월, 씨메스 로보틱스에 합류했을 때 회사는 아직 소규모였다. 하드웨어에는 익숙했지만, AI 소프트웨어 영역은 완전히 새로웠다. AI를 어떻게 학습시키는지, 물류 현장에서 어떤 공정에 투입되는지 처음에는 개념 자체가 어려웠다.

 

문제는 알려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합류하여 모두가 프로젝트로 바빴기 때문에, 비전공자에게 기술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기다리지 않았다. 영업팀을 찾아가 물었고, R&D에 교육을 요청했고, 영업 미팅에 동행할 기회를 만들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니까 오히려 영업팀에서도 ‘미팅 같이 가볼래?’ 해주시고, 현장에도 같이 가보자고 챙겨주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녀의 적극성이 조직 안에서 신뢰를 만들어간 셈이다. 고객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직접 들어볼 기회가 생기면서, 마케팅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훨씬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지금도 어렵긴 해요. AI 개념이 너무 빠르게 바뀌니까요. 그런데 그때 저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더 물어봐도 좋다고 흔쾌히 말씀해 주셔서 이제는 모르는 게 생기면 바로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흡연 타임에 못 들어가는 건 살짝 아쉽기도 했어요”
씨메스 로보틱스는 개발자와 엔지니어 중심의 조직이다. 남성이 다수인 환경에서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미묘한 차이들이 있다. 그녀가 꼽은 것은 뜻밖의 지점이었다.

 

“저희 회사 분들이 밥 먹으면서도 일 얘기하고, 담배 피면서도 일 얘기하시거든요. 근데 비흡연자인 저는 그 흐름에 들어갈 수가 없었죠.” 웃으며 말했지만, 비공식적인 소통 채널에서 배제되는 느낌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전시회 준비나 급한 시연 요청이 있을 때, R&D, ROI 부서 분들이 바쁘신데도 흔쾌히 도와주세요. 제가 평소에 여기저기 물어보고 찾아다니면서 관계를 쌓아두니까,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파트장이 된 지 세 달, '하는 사람'에서 '이끄는 사람'으로
올해 1월, 그녀는 브랜드 마케팅 파트장을 맡았다. 전 직장에서 ‘팀장까지는 찍자’라고 다짐했던 목표를 예상보다 빨리 이룬 셈이다. 하지만 막상 리더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현재 소회다.

 

“유튜브에서 리더십 관련 영상을 보니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 바뀌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요. 그 말이 많이 와 닿았어요.”

 

현재 파트원은 세 명.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이가 나와 손발이 척척 맞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녀 역시 파트원들과 자신의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브랜드 마케팅 파트 조직을 리딩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감정보다 객관적인 피드백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고생해서 만드신 작업물에 단지 ‘느낌이 별로예요’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디가 개선되면 좋을지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게 제 역할이죠.” 외부로 나가기 전에 한 번 거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서 팀을 보호하면서도 성장시키려는 리더의 고민이 엿보였다.

 

파트장으로서 다시 부활시키고 싶은 것은?
파트장으로서 그녀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의외로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입사 초기, 씨메스 로보틱스 마케팅부에는 안건이 있으면 관련자들이 자유롭게 모여 30분씩 아이디어를 나누는 문화가 있었다. 진짜 스타트업다운 분위기였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지금은 다들 바빠서 말 한마디 안 할 때도 있어요. 모니터만 보고 있고. 그 문화를 파트 안에서라도 다시 부활시켜보고 싶어요. 어차피 크리에이티브한 업무를 하는 구성원들이니까요.”

 

유리천장을 경험한 후, 씨메스 로보틱스에서 발견한 것
그녀는 씨메스 로보틱스로 이직하기 전 직장에서 흔히 말하는 ‘유리천장’을 체감했다. 여성 팀장은 있어도 그 위로 올라간 여성은 거의 없었다.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했던 여성 선배가 승진하는 대신 외부에서 남성을 영입하는 것을 보며 ‘여기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 여전히 사회 내에 남아 있는 미묘한 차이를 현실에서 마주한 경험도 했다. 이전 직장에서 그녀는 비슷한 업무 퍼포먼스를 보여도, ‘가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남성 동료가 평가에서 조금 더 배려받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게 능력 차이인지,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인식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은근히 있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씨메스 로보틱스는 달랐다. 남성 직원들이 3개월에서 6개월씩 육아휴직을 쓰고, 회사는 그것을 최대한 배려한다. 중요한 포지션에 있는 직원이라도 휴직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휴직 중에도 회사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며 지내시는 걸 보면, 돌아올 자리가 안정적으로 있다는 게 느껴져요. 나도 여기서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에 대한 배려? 그전에 알아서 1인분은 해야죠”
인터뷰 내내 그녀에게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적극성’이었다. 그녀는 같은 길을 꿈꾸는 여성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건넨다.

 

“배려받는 건 고마운데, 저도 힘 닿는 데까지는 같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요. 짐 드는 것도, 현장에 나가는 것도 몸 사리지 않으려 하고요. 그러면 ‘쟤는 열심히 한다’라는 인식이 생겨요. 그게 시작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담백하게 말했다. “지식이 부족하면 물어보고, 남의 일도 도와주고, 자기 1인분은 해야죠. 남녀 상관없이요.” 씨메스 로보틱스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한마디 붙였다. “AI가 부각되는 시대에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물류와 제조 자동화 시장이 열리면서 저희가 가져갈 수 있는 파이도 커지고 있고요. 일한 만큼 투명하게 평가해주는 곳이에요.”


Mini Profile

 

서재원 | 씨메스 로보틱스 브랜드 마케팅 파트장 | MBTI: ENTP

 

“일할 때는 T 성향이 강해져요. 그래서 말 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훈련을 스스로 해요.”

 

다음 호에서 또 다른 업계의 그녀를 만나봅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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