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녹색 전환(Green Transformation, 이하 GX)'의 첫걸음으로,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꼽는다. 탄소 감축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현장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센서, 모니터링 시스템 등 각종 인프라 구축이 필수지만, 많은 중소·중견 기업들에게 이는 아직까지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i-DEA)의 디지털 솔루션 본부의 본부장사이기도 한 하이지노는 기업 GX의 근간을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으로 규정하며, 제조 현장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역량 및 AI 기술을 바탕으로 GX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팩토리 전문 기업이다. 하이지노 김진엽 본부장을 만나, 기업 GX의 병목과 i-DEA의 역할 등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김진엽 본부장과의 문답.
Q.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이었던 하이지노가 GX에 눈을 돌린 계기는?
A. “3~4년 전 시장에서 동시에 부각된 키워드가 SaaS, AI, (환경) 규제 대응이었다. 당시 회사는 ‘시장의 변곡점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져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던 때였다. SaaS나 AI는 솔루션이지 시장이 아니었다. 그럼 시장은 어디냐라고 했을 때 GX가 보였다. 하이지노는 데이터 수집, 정제, 시스템 연계, 분석과 같은 스마트팩토리 관련 역량들을 가지고 있었고, 규제와도 직결되는 GX 영역은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DX, AX 기반 기술로 GX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하이지노의 역할로 설정했다.
Q. GX 기업으로 변모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환경 규제는 고정돼 있지 않다. 규제는 계속 변화하고, 이에 따라 요구되는 데이터의 범위, 양식, 보고 방식도 달라진다. 지역별, 산업별로도 세부 요구가 달라 매우 복잡하다. 이런 환경에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 기능 구현을 넘어, 복잡한 규정과 방법론을 정보화하고 현장 데이터와 연결해 ‘표준화 가능한 디지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 전 과정 평가)와 같은 자원 순환 영역은 난이도가 높다. 원료 투입부터 생산, 사용, 재사용, 폐기,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 걸친 데이터가 필요하고 기준도 아주 복잡하다. 하이지노는 지난 3년 동안 LCA 전 과정을 파고들어 디지털 대응 솔루션을 만들었고, 국제 표준 인증도 받았다.
Q. 하이지노의 솔루션의 차별점은?
A. 데이터 활용성. G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실시간으로 정합성 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성 있게 축적하느냐, 이를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핵심인데, 하이지노는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설명 가능한 AI를 통해 민감도, 불합도까지 분석한다. 또 하나는 규제 대응을 ‘붙여서 확장’할 수 있는 ‘원소스 데이터’ 기반의 공통 DB/플랫폼 전략이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PCF(제품 탄소발자국), OCF(조직 탄소 배출량), EPD(환경 성적 표지) 등은 큰 틀에서 공통으로 쓰일 데이터가 있고, 공통 DB(플랫폼)에 데이터를 모아두면 그 위에 필요한 대응 항목을 붙여나가는 방식의 대응이 가능하다. 규제나 요구 문서가 바뀔 때마다 기업이 매번 새로 구축하면 부담이 과도해진다. 공통 데이터(활동자료, 공정·에너지·원부자재 자료 등)를 먼저 모아두고, 그 위에 여러 규제 등 산출물을 모듈 형태로 확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하이지노는 이를 구현하고 있다.
Q. 산업 현장의 GX에 가장 큰 어려움은?
A.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이상적으로는 실시간 데이터가 구현되고, 스코프3까지 연결되는 데이터 스페이스가 갖춰져 SaaS 플랫폼 안에서 원활하게 돌아가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제조기업이 많지 않다.
완벽히 규제 대응을 하려면 센서, IoT 등 기반부터 고도화돼야 하고, 인력과 예산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과 인력 확보가 특히 어렵다. 또한 현장에서 환경 이슈를 처리할 수 있는 담당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공적 리더십, 예산 투입, 정책 방향이 함께 나아가야 이 괴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Q. 최근의 환경 규제 흐름을 ‘완화’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A.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기보다 더 넓어지고 디테일해지고 있다고 본다. 예컨대 ESPR(에코디자인규정)과 DPP(디지털 제품 여권)만 봐도, 온 신경이 쏠린 생산 과정을 뛰어넘어 재사용, 폐기, 재활용 과정까지 아우르고 있다. 결국 규제 대응은 피하기 어렵고, 기업은 규제가 ‘어떤 형태로 더 촘촘해질지’를 전제로 고민하며 준비해야 한다.
Q. 기업들이 우선순위로 당장 바꿔야 할 것은?
A. 경영진의 마인드인 것 같다. 대부분 비용 절감에는 민감하지만 투자는 어려워 한다. 그러나 ESG 대응은 공시 등 의무 방향으로 가고 있고, 공급망 요구와 연결되면서 ‘수익’의 영역으로도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인력과 시스템에 투자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SG 전문 인력을 키우고, 현장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Q. 산업 내 i-DEA(디지털 ESG 얼라이언스)의 역할을 어떻게 보고 있나?
A. i-DEA는 공적 비영리 조직으로서 민간 기업이 하기 어려운 공적 영역의 리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데이터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그 위에 다양한 GX 솔루션이 얹히는 플랫폼 구조를 만들어 산업과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지향점이다.
Q. i-DEA 내에서 디지털 솔루션 본부의 역할은?
A. 디지털 솔루션 본부는 어떤 솔루션이 플랫폼 위에 올라가야 위와 같은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지, 서로 다른 솔루션들이 어떻게 플랫폼 안에서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 전체 구도를 고민하는 역할이다. CBAM, EPD와 같은 규제 대응 솔루션부터 탄소크레딧 발급 솔루션 등이 ‘플랫폼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Q. 올해 i-DEA의 최우선 목표는?
A. 출범 초기인 지금 단계에서는 많은 솔루션보다 제대로 된 솔루션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제대로 된 실제 운영 사례가 나와야 한다. 데이터 스페이스 안에서 솔루션이 호환되고 표준화돼 돌아가며, 서비스가 런칭되고 검증되는 모습이 있어야 i-DEA의 정체성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호환 플랫폼을 먼저 제대로 만들고, 공공 영역에서 i-DEA의 역할과 방향을 빠르게 잡아야 한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