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 업계가 2024년(현지 시간)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가상자산 업계의 로비 방식을 본떠, 중간선거에서 인공지능 관련 법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자금 공세에 나서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공지능 친화적 후보를 지원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들이 등장하며 2026년(현지 시간) 선거를 겨냥한 정치 자금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CNBC는 가상자산 업계가 2024년(현지 시간) 선거에서 기업 부문 최대 정치 후원 세력으로 부상한 것처럼, 인공지능 업계도 같은 공식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친화적 슈퍼팩인 페어셰이크(Fairshake)는 2024년(현지 시간) 선거 주기에서 단일 최대 기업 기부 세력으로, 50명 이상 당선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2026년(현지 시간) 선거를 위해 다시 대규모 선거 자금을 확보한 상태이다.
지난여름 출범한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 슈퍼팩은 페어셰이크에 참여한 실리콘밸리(실리콘 밸리) 주요 후원자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페어셰이크는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공동 설립자와 벤 호로위츠(Ben Horowitz) 공동 설립자가 이끄는 벤처캐피털 업체 에이식스틴지(a16z) 공동 설립자, 오픈AI(OpenAI) 설립자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 팔란티어(Palantir) 공동 설립자 조 론스데일(Joe Lonsdale), 인공지능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이 공동 설립에 참여했다.
메타(Meta)도 지난해 말(현지 시간) 인공지능 규제에 초점을 맞춘 슈퍼팩을 출범시켰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자금이 결집한 슈퍼팩들이 인공지능 입법과 규제 환경에 우호적인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은 미국 내에서 점차 더 넓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일자리 상실 우려 등을 계기로 일반 국민 사이에서 더 큰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마크 워너(Mark Warner)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최근 CNBC에 “지금 상원의원 재선을 노리는 사람으로서 2026년(현지 시간), 그리고 2028년(현지 시간)에는 인공지능이 우리 시대의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는 데 큰 베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인공지능 기대감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과 달리, 여론 조사상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 정서는 우려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선임 연구원 대럴 웨스트(Darrell Wes)는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고, 사생활을 침해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편향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 기관 저스트 캐피털(Just Capita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인공지능의 잠재적 이익에 대해 일반 대중보다 훨씬 더 낙관적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도 워너 의원과 비슷한 인식을 드러내는 인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현지 시간) 다보스 포럼에서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JPMorgan) 최고경영자는 “원하는 세상을 바랄 수는 있지만, 우리가 맞이하는 것은 현실의 세상이며 경쟁자와 국가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사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예전의 무역조정지원 제도로 돌아가 보면, 한 도시에 공장이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었을 때 소득 지원, 이주 지원, 조기 퇴직, 재교육 등이 마련돼 있었다”며 “인공지능 확산 과정에서도 그런 조치가 필요할 수 있고, 실제로 우리는 이미 스스로 그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편집장 자니 민턴 베도스(Zanny Minton Beddoes)와의 인터뷰 후반부에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내일 모든 직원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년 뒤를 내다보면 “직원 수가 지금보다 적을 것이라는 게 내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에 대해 기대보다 걱정이 훨씬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갤럽(Gallup) 조사에서도 미국인 다수가 인공지능을 기회보다 위협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26년(현지 시간) 선거에서 인공지능 슈퍼팩의 계획과 국민 여론 사이의 긴장 관계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리딩 더 퓨처에 따르면, 이 슈퍼팩은 “워싱턴 D.C.와 각 주에서 인공지능 혁신을 위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추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와 연방 차원에서 인공지능 혁신 정책 의제를 지지하기 위해 인공지능 친화적 후보를 발굴·유지·확대하는 방식으로 정치 과정에 선제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라이스(Brian Rice) 메타 공공정책 담당 부사장은 미국 전역의 주 차원 후보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국내 인공지능 혁신과 투자를 위협하는 불일치한 규제의 누더기가 커지는 가운데, 주 의원들은 미국이 글로벌 기술 리더 지위를 유지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라이스 부사장은 메타가 미국 전역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수용하고, 미국 기술 산업을 옹호하며, 국내외에서 미국 기술 리더십을 방어하는” 주 차원 후보들의 당선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 연구원은 여러 기술 분야 억만장자들이 기술 친화적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인공지능 및 기술 업계의 영향력 확대 시도가 2026년(현지 시간) 선거에서 자칫 기술 부문에 대한 역풍을 불러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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