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출시된 ‘오즈모 포켓 4(Osmo Pocket 4)’를 쓰면서 가장 인상에 남은 부분은 이런 ‘짐벌형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를 떠올렸을 때 기대하게 되는 점이었다. 가벼웠고, 빨리 꺼낼 수 있었고, 급한 현장에서도 스마트폰과 별개로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신 빠르게 방향을 틀거나 피사체가 바뀌는 순간에는 한 박자씩 늦게 따라오는 짐벌과 추적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뒤 나온 후속작 ‘오즈모 포켓 4P(Osmo Pocket 4P)’는 조금 다른 기능적 노선을 탔다. 포켓 4의 기본 형태는 유지하면서 20mm 광각 옆에 60mm 중망원(Medium Telephoto) 카메라를 하나 더 달았다. 1배 확대(Zoom)에서는 넓게 보고, 3배에서는 별도 중망원 렌즈로 넘어가는 물리적 듀얼 카메라(Physical Dual-camera) 구조다.
얹는 게 있으면 내주는 것도 있었다. 포켓 4보다 몸집·무게가 늘었고, 가격도 한 단계 올라갔다.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도 차이는 체감됐다. 가벼운 기기를 들었다기보다 조금 더 제대로 된 촬영 장비를 쥔 느낌.


▲ 오즈모 포켓 4P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는 모습(좌)과 기기가 담아낸 현장 화면(우). 이번 편에서는 로봇 대회, 실내 마라톤, 인터뷰 등 서로 다른 촬영 환경에 4P를 투입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그럼 이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도 의미가 있을까. 본 기자가 주로 활동하는 로봇 취재 현장에서는 로봇의 전체 동작과 세부 구조를 수시로 오가야 한다. 로봇 대회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거나 시연 중인 로봇에 가까이 붙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럴 때 확대·축소는 촬영 가능한 범위를 넓혀주는 기능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청소년 로봇 대회, 로봇 청소기 업체 주관 실내 마라톤, 인터뷰 등 현장에 4P를 들고 나갔다. 작은 경기 로봇을 멀리서 당겨보고, 달리는 참가자를 추적하고, 인터뷰에서는 넓은 구도와 인물 중심 화면을 번갈아 써봤다. 4P에 추가된 두 번째 카메라가 실제 촬영에서 얼마나 자주 필요했고, 기존 포켓 4에서 아쉬웠던 빠른 추적과 방향 전환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 봤다.
‘전작’의 기본기는 그대로, 3배에서 갈라지는 '두 개의 눈'
4P가 완전히 새로운 카메라처럼 느껴지는 건 아니다. 손잡이 위에 3축(Axis) 기계식 짐벌을 얹고, 2인치 화면을 보며 한 손으로 촬영하는 포켓 시리즈 특유의 사용법은 그대로다. 세로 촬영을 지원하고, 피사체를 따라가는 ‘액티브트랙(ActiveTrack)’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도 이어졌다. 익숙한 몸체에 촬영 가능한 거리를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재밌는 부분은 확대 버튼을 누를 때다. 1배 다음 중요한 숫자가 2배가 아니라 3배다. 이유는 단순하다. 1배에서는 20mm 광각 카메라를 쓰다가 3배에 도달하면 60mm 중망원 카메라가 등장한다. 20mm 화면을 억지로 잘라 60mm처럼 만드는 방식이 아닌 것.
이때 중망원 카메라에는 별도의 1/1.28인치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센서와 f/1.8 렌즈가 붙어 있다. 화면 하단의 ‘1×’와 ‘3×’를 누르면 두 카메라를 직접 오갈 수 있다.
그래서 3배는 단순한 확대 수치 하나가 아니다. 두 카메라가 역할을 바꾸는 경계선 격이다. 넓게 담던 20mm에서 특정 사람이나 사물을 골라내는 60mm로 넘어가는 방식.
여기서 더 당길 수도 있다. 4P는 최대 12배 줌과 해당 배율에서의 액티브트랙을 지원한다. 줌 버튼을 두 번 누르면 6배로 이동하고, 길게 누르면 배율을 이어서 높이는 식이다. 3배가 별도의 광학 렌즈로 화각 자체를 바꾸는 구간이라면, 6배와 12배는 그보다 더 먼 피사체가 필요할 때 꺼내는 영역이다.


▲ 오즈모 포켓 4P에서 촬영 배율을 조절하는 모습(좌)과 기기가 실제로 기록한 화면(우). 1배 광각에서 3배 중망원을 거쳐 더 먼 피사체까지 화면 안으로 확대할 수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대신 몸체는 확실히 불었다. 포켓 4가 190.5g이었던 데 비해 4P는 230g이다. 최대 작동 시간도 240분에서 210분으로 줄었다. 카메라 하나를 더 얹은 만큼 배터리도 조금 더 먹는 것.
손에 들어오는 느낌도 수치만큼 달랐다. 기자 체감으로 무게 차이는 10점 만점에 7 정도. 그런데 묘하게 불편하지 않았다. 포켓 4의 가벼움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손안에 무게가 잡히면서 그립은 오히려 4P 쪽이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이 늘어난 무게와 가격만큼 두 번째 렌즈를 자주 쓰게 되느냐였다.
답을 보기 좋은 곳이 마침 있었다. 사람은 울타리(Fence) 밖에 있어야 하고, 그 너머에서는 손바닥만 한 로봇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경기장'이다.
울타리 밖 작은 로봇까지 끌어당기다…경기장서 드러난 4P의 ‘거리 감각’
문제는 로봇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거다. 로봇 대회 경기장에서는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 작은 로봇 여러 대가 동시에 움직였다. 한쪽에서는 공을 쫓고, 다른 쪽에서는 방향을 틀고, 그 사이를 심판·참가자가 계속 오갔다. 참관객은 울타리 밖에 서 있는데 정작 보고 싶은 장면은 자꾸 반대편에서 터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 4P의 3배 확대 기능이 제값을 했다. 경기 전체를 보다가 특정 로봇 하나를 골라 화면 안으로 끌어오는 과정이 꽤나 자연스러웠다. 축구 경기처럼 피사체가 작고 로봇 여러 대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종목에서는 더욱 그랬다. 예전 같으면 한두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가서 촬영하거나, 빈자리를 찾아 움직였을 장면이다. 이번에는 제자리에서 곧바로 당겨 잡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확대·축소를 자주 반복해야 하는 로봇 취재에서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전체 동작을 봐야 할 때는 촬영 구도를 넓게 두고, 특정 로봇의 바퀴·센서·구조가 궁금해지면 바로 당겼다. 다시 경기 흐름이 바뀌면 넓은 화면으로 되돌렸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고 나니 3배는 ‘있으면 좋은 기능’보다 실제 촬영에서 자주 손이 가는 기능에 가까웠다.


▲ 왼쪽은 경기장 밖에서 멀리 있는 로봇을 촬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오즈모 포켓 4P로 담은 실제 로봇 화면(우).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망원 화각의 활용성이 두드러졌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12배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자주 쓰는 주력 배율이라기보다, 멀리 있는 로봇을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을 때 꺼내는 카드다.
경기장 반대편에 있는 작은 로봇이나 번호, 세부 구조를 화면 안으로 끌어오는 효과는 확연했다. 다만 배율이 커질수록 피사체를 붙들어두기 어려워지는 건 역시나 망원 촬영에서 피하기 어려운 숙제다. 촬영 중인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화면 속 피사체의 위치 변화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추적 성능은 복잡한 장면에서 바로 티가 났다. 로봇 한 대가 비교적 일정하게 움직일 때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여러 대가 한꺼번에 교차하고, 여러 사람이 카메라 앞을 스치는 순간부터 촬영이 쉽지 않다.
기자 체감으로는 열 번 중 서너 번 정도 엉뚱한 대상을 따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짐벌 움직임과 추적 방식에 익숙해지면 줄어들 여지는 있다. 그래도 방향 전환이 잦은 로봇 경기에서는 카메라에 완전히 맡겨두기보다 촬영자가 계속 화면을 확인해야 했다.
짐벌도 급한 움직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손은 이미 다음 로봇을 향했는데 카메라가 그 방향을 따라오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고, 반대로 너무 빠르게 돌리면 원하는 대상을 화면 가운데 다시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 포켓 4에서 느꼈던 ‘한 박자 늦는’ 감각이 4P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 4P는 멀리 있는 로봇을 굳이 쫓아가지 않고 당겨 볼 수 있다. 빠른 추적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지만, 촬영 위치를 고르는 부담은 확실히 줄었다.
“마라톤에도 괜찮겠다”더니...이번엔 진짜 들고 뛰었다
지난 포켓 4 활용 기사에서 마라톤·스노보드·헬스처럼 몸이 먼저 움직이는 상황을 활용처로 꼽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가능성을 떠올린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도 평소 달리기를 즐기고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일이 잦다 보니, 이번에는 아예 4P를 들고 뛰어보기로 했다.
무대는 로봇 청소기 업체가 연 실내 마라톤. 참가자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촬영자도 함께 달리는 조건이다.
로봇 경기장과는 촬영 방식부터 다른 곳이다. 앞서가던 참가자가 금세 멀어지고, 다른 주자가 사이를 가로질렀다. 따라붙었다 싶으면 다시 거리가 벌어진다. 넓게 잡아두다가 한 사람을 골라 당기고, 가까워지면 다시 화각을 넓혔다. 달리는 입장에서는 속도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할 일이 충분한데, 4P의 확대·축소 기능을 통해 피사체와의 거리를 전부 발로 해결할 필요는 없었다.


▲ 기자가 이동하면서 참가자를 따라가며 구도를 잡았다(좌). 그리고 오른쪽은 오즈모 포켓 4P가 실제로 담은 주행 화면으로, 촬영자·피사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환경에서 배율·구도를 계속 바꿔봤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오히려 신경 쓰인 건 흔들림보다 ‘구도’였다. 직선으로 달리는 참가자를 따라갈 때는 제법 수월했지만, 대상이 옆으로 빠지거나 촬영자가 방향을 급하게 틀면 얘기가 달라졌다. 손은 먼저 돌아갔는데 짐벌이 뒤따라오는 사이 피사체가 화면 중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앞선 로봇 경기에서도 경험했던 특성이지만, 촬영자까지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그 차이가 더 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멀어지는 참가자를 화면에 잡을 때 4P의 확대 기능은 활용성이 잘 드러났다. 굳이 주행 속도(Pace)를 올려 바로 뒤까지 따라붙지 않아도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었고, 거리가 다시 가까워지면 넓게 풀면 됐다.
평소 러닝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할 때 느끼던 ‘달리면서 거리까지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과는 결이 다른 작업이다. 달리는 건 내가 하고, 부족한 거리는 카메라가 어느 정도 메워주는 방식. 그것이 이 경험에서 가장 크게 느낀 지점이다.
움직임이 멈추니 또 다른 가치
지금까지 움직이는 로봇·사람만 계속 쫓다가 인터뷰 현장에 서니 4P의 쓰임이 조금 다르다. 20mm에서는 인터뷰이 주변 공간까지 넉넉하게 촬영 화면에 들어왔다. 인터뷰가 진행된 행사장에서는 현수막·부스·로봇 등을 함께 담아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를 보여주기 좋았다. 여기서 3배로 넘기면 화면은 바로 인물 쪽으로 좁혀졌다. 같은 자리에 서서 환경을 보여주는 장면과 얼굴에 집중하는 장면을 오갈 수 있다는 강점이다.
그렇지만 본 기자 개인의 취재 방식에서는 이 기능이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인터뷰 현장에서는 여전히 동영상보다 사진 촬영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영상 인터뷰를 주로 제작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촬영 위치를 다시 잡거나 카메라를 앞뒤로 옮기지 않고도 20mm로 현장 분위기를 남기고, 60mm로 답변자의 표정과 말에 집중할 수 있다.


▲ 로봇 대회 현장 정보를 함께 담은 인터뷰 화면(좌)과 사무실에서 인물 중심으로 구성한 인터뷰 화면(우)이다. 촬영 환경과 목적에 따라 광각·중망원 화각을 달리 활용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특히 책상이나 행사장처럼 움직임이 가능한 공간이 제한된 곳에서는 이 두 화각이 전반적으로 쓸 만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선 로봇 경기와 마라톤에서 중망원이 ‘멀리 있는 대상을 당기는 눈’이었다면, 인터뷰에서는 주변 정보를 덜어내고 사람에게 시선을 모으는 역할.
‘오즈모 포켓 집안’ 4세대 두 후계자,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오즈모 포켓 4 시리즈의 두 제품을 써보면서 의외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건 촬영을 끝낸 뒤였다. ‘포켓’이라는 이름만 보면 그저 가방 한쪽에 넣고 다녀도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짐벌 헤드와 렌즈가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라 보관할 때는 조금 조심스럽다.
다른 장비와 함께 넣어둘 때는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살피게 되고, 이동이 잦은 날에는 패키지에 들어있는 보호함이나 수납 주머니를 함께 챙기게 된다. 작은 크기와 별개로 보관만큼은 조금 조심해서 다루게 되는 장비다.
기기 전원을 끌 때는 카메라 헤드가 바로 멈추지 않고 정해진 위치로 돌아간 뒤 종료된다. 평소에는 크게 의식할 일이 없지만, 장면 하나를 찍고 바로 이동하거나 짧은 간격으로 전원을 반복해서 켜고 끄는 취재 작업에서는 이 몇 초가 조금 길게 느껴졌다. 기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빠른 현장에서는 한 번 더 익숙해져야 하는 사용 방식이다.
포켓 4와 4P. 두 오즈모 포켓 형제를 놓고 하나만 고르라면 기자의 선택은 4P다. 이유는 결국 촬영 시 확대·축소 기능의 활용성이다. 로봇 전체를 보다가 곧바로 작동부나 작은 구조물로 들어가야 하는 촬영에서는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진다는 게 기자의 체감이다.
물론 가벼운 기록이 우선이고 먼 피사체를 당길 일이 많지 않다면 포켓 4의 단순함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가까운 일상이나 여행 장면을 주로 담는다면 포켓 4만으로도 부족함이 크지 않겠다는 느낌.
반면 4P는 모든 사용자를 위한 ‘무조건적인 상위 선택지’라기보다, 촬영하면서 기존의 다양한 움직임이 번거로운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하나 더 주는 모델이라는 생각이다. 기자에게는 그 선택지가 아주 필요했다.
이제, 좋은 자리를 못 잡았다고 촬영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