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이란 전쟁, G7 성장 1위 영국 경제 발목 잡나…에너지 충격 하반기 본격화

2026.08.14 14:13:03

이동재 기자 eled@hellot.net

상반기 GDP 1.0% 가까이 성장하며 G7 선두…IMF “에너지 충격에 올해 성장률 1.0% 그칠 것”

 

영국이 올해 상반기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하반기 소비와 투자를 압박하면서 경제 회복세를 멈춰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철 소비와 기업 투자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며 경제가 버텨왔지만 에너지 충격이 가계 청구서와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부터 성장세가 크게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3일 영국 경제가 올해 여름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내며 장기간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란 전쟁과 높은 에너지 가격이 경제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영국인들의 소비가 예상보다 견조했고 기업 투자도 증가했지만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향후 성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ONS)이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2분기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1분기 0.6%보다는 성장 속도가 둔화됐지만 4월 0.1% 감소와 5월 제자리걸음 이후 6월에는 다시 0.3% 성장하며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분기 GDP는 1.2% 증가했다.

 

 

1·2분기를 합친 영국 경제의 성장세는 G7 가운데 가장 강했다. 영국은 1분기 0.6%, 2분기 0.4% 성장한 반면 미국은 각각 0.5%와 0.4%, 캐나다는 0%와 0.8%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1분기 0.1% 역성장한 뒤 2분기 0.2% 성장했고 독일은 각각 0.4%와 0.2%를 기록했다.

 

영국 경제를 떠받친 것은 서비스업과 소비, 기업 투자였다. 2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0.5% 증가했고 건설업은 0.3% 성장했다. 가계 실질 소비지출도 0.3% 늘었으며 특히 여가·문화와 가정용 상품 및 서비스 지출이 증가했다. CNBC는 더운 날씨와 잉글랜드 남자 축구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선전 등이 소비를 뒷받침했다고 전했다.

 

기업 투자도 예상보다 강했다. ONS에 따르면 2분기 영국의 총고정자본형성(Gross Fixed Capital Formation·GFCF)은 1.2% 증가했으며 기업 투자는 전분기 대비 1.7% 늘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기계·장비, 특히 하드웨어 투자가 증가세를 주도해 인공지능(AI) 관련 컴퓨팅 인프라 확대가 투자 회복에 일부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상반기 성장 수치에 이란 전쟁의 충격이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국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통한 에너지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가계의 연료비와 전기·가스 요금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반기에는 이런 충격이 가계에 제한적으로 전달됐다. 여름철에는 난방을 비롯한 에너지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Ofgem)의 가격상한제가 가정용 전기·가스 요금 상승을 일정 기간 늦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소비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BoE)은 지난달 기준 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6%를 기록했지만 전쟁으로 인한 높은 에너지 가격과 그 파급효과 때문에 올해 하반기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가 높아지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고 기업 역시 높은 에너지 비용과 금리 부담으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도 에너지 충격을 영국 경제의 핵심 하방 위험으로 보고 있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WEO) 업데이트에서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했으며 에너지 충격이 완화되면서 2027년에는 1.3%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에너지 순수입 선진국이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상대적으로 큰 성장 부담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영국 경제가 상반기 G7 최고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다고 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재 성장의 한 축인 소비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약화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경우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까지 제한될 수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높은 에너지 가격이 가계 소비와 기업 비용, 통화정책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란은행은 “이란과 중동에서의 전쟁이 석유와 가스의 운송 및 공급을 방해해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렸다”며, “이에 따라 영국의 물가가 올해 하반기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높은 물가가 경제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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