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angtze Memory Technologies Corp·YMTC)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와 일본 키옥시아(Kioxia)를 제치고 글로벌 낸드플래시(NAND Flash) 출하량 3위에 올라섰다.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기존 강자들을 출하량에서 앞서기 시작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2026년 2분기 메모리·스토리지 트래커(Q2 2026 Memory & Storage Tracker)’를 인용해 YMTC가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출하량의 14%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는 25%로 1위를 유지했고 SK하이닉스(SK hynix)는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포함해 22%로 2위를 기록했다.
YMTC는 직전 분기 3위였던 키옥시아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으며 마이크론도 뒤로 밀어냈다. YMTC의 낸드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 전분기 대비 5% 증가했다.
YMTC의 성장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급격한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AI 활용의 중심이 모델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nterprise Solid-State Drive·e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기업용 SSD는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출하량의 48%를 차지했다. 1년 전 26%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글로벌 낸드 산업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배로 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I 서버용 낸드 수요가 늘면서 기존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고수익 제품에 생산 능력을 집중한 것도 YMTC에 기회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높은 D램(DRAM) 생산을 우선하면서 낸드 공급이 제한됐으며 낸드 출하량 점유율도 2024년 2분기 32%에서 올해 2분기 25%로 낮아졌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낸드 비트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40% 증가하며 2위를 유지했다.
YMTC는 주요 업체들이 기업용 시장으로 생산을 이동시키면서 발생한 소비자용 낸드 공급 부족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중국 내 정보기술(IT) 제조사를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267단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으며 자체 적층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을 기반으로 300단 이상 제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출하량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YMTC는 출하량 기준 세계 3위에 올랐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마이크론과 키옥시아보다 낮은 5위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소비자용 제품의 비중이 높고 고가의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 비중은 낮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격차는 향후 YMTC가 글로벌 시장 3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기업용 SSD가 올해 말 전체 낸드 출하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 시장의 성장 중심이 소비자용 저장장치에서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제품으로 이동할수록 단순 출하 규모보다 제품 구성이 수익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YMTC도 이에 대응해 올해 하반기 기업용 SSD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용 시장 진출에 성공할 경우 현재의 출하량 증가를 매출 성장으로 연결하면서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3위 지위를 더욱 굳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YMTC의 생산능력 확대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YMTC는 현재 중국 우한(Wuhan)에서 월 합산 20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가동을 시작할 세 번째 공장에 이어 공장 2곳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신규 공장 3곳이 모두 가동될 경우 회사의 생산능력은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YMTC의 부상은 미국의 기술 통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U.S. Department of Commerce)는 2022년 12월 YMTC를 수출통제 대상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이후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확보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YMTC는 중국 장비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생산능력과 기술 수준을 높여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회사가 건설 중인 우한의 세 번째 공장에는 수직 적층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를 포함해 중국산 장비가 50% 이상 투입되고 있다.
YMTC가 낸드 시장에서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을 추월하면서 중국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기존 한·미·일 업체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YMTC는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IPO) 절차도 추진하고 있어 추가 자금 확보가 생산능력 확대로 이어질 경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가 낸드 수요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AI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익성은 누가 가장 많은 낸드를 출하하는지보다 누가 적절한 제품 구성을 공급하는지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