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안에서 반복 동작을 정밀하게 수행하는 로봇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다음 갈림길은 사람 곁이다. 매장·사무실·집안처럼 동선이 비정형적이고 예외 상황이 시시각각 발생하는 공간에서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 이때 로봇이 어떤 작업을 얼마나 빠르게 수행하는지보다, 낯선 환경 안에서 작업을 끝까지 이어가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서비스 로봇이 산업용 로봇 대비 늦춰 보급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로봇 공학 기술 자체보다 운영·상호작용·복구·수용성까지 한꺼번에 충족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형태의 로봇이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 복잡한 작업 과정을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이후 작업을 유기적으로 이을 수 있는지다. 로봇이 특정 작업을 마무리한 뒤에도 연계 복합 동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시점 각광받는 온전한 형태의 풀바디(Full-body)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도 중요하지만, 로봇이 넘어야 할 선결 허들이 따로 있다. 지금 당장 비용을 지불할 사용자가 있는지, 실제 공간에서 반복 검증 가능한 로봇이 있는지다.
이는 국내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로봇 기술 업체 엑스와이지가 공개한 양팔형 서비스 로봇 ‘듀스(DEUX)’가 지금 시점에서 등장한 배경이다. 기존 한팔 기반 최적화 다음 단계가 양팔이라는 사측의 판단. 그리고 각종 서비스 현장에서 검증 가능한 시나리오를 지속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됐다는 점이 출발선이 됐다.
엑스와이지가 듀스에 기대하는 바도 연구개발(R&D) 시연에 머물지 않는다. 연구실 기술 검증에서 직영 매장 제품화, 다시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는 개발 방법론 안에서 듀스는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에서다.
왜 지금 양팔형 서비스 로봇일까? 그리고 어떤 요소가 효용성 있는 로봇 동작과 돈을 내고 쓰는 로봇의 경계를 허물까?
‘쇼’ 아닌 ‘비즈니스’...화제성 걷어낸 자리에 ‘사고 싶은 로봇’이 대안이다
엑스와이지가 지금 듀스를 꺼내든 이유는 미래형 휴머노이드를 먼저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팔로 효율화할 수 있는 작업 구간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고, 그다음 단계의 작업 효율을 끌어올리려면 양팔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이 앞에 섰다. 듀스는 그 전환점을 겨냥한 제품이다.
황성재 대표는 한팔과 양팔의 차이가 구조보다 작업에서 먼저 달리진다고 봤다. 그는 “컵 뚜껑을 닫거나, 다양한 물건을 집어 포장하는 복잡한 과제는 한팔로 불가능하다”며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코봇) 같은 한팔 기반 로봇으로 효율화할 수 있는 구간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지금 양팔 로봇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로봇 팔을 한 대 더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번 집고 한 번 놓는 수준을 넘어서는 작업 단위 확장법을 고민하자는 시각이다.
"한팔이 단순 자동화의 마침표라면,
양팔은 사람다운 다중 제어의 시작입니다.
로봇 팔이 도달하지 못한 비정형 공간을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듀스가 먼저 검증하려는 공간도 공장이 아니다. 매장·사무실·가정 등 본연의 서비스 공간이다. 매장 선반에 놓인 시제품을 옮겨 정렬하고, 카페·사무실 등에 있는 테이블을 치우고, 여러 식품을 박스에 포장하고, 사람과 대화하며 의도를 파악해 행동하는 시나리오가 우선이다. 화제성을 만드는 동작보다, 서비스 공간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실질적 작업을 앞세운 셈이다.
황 대표는 서비스 로봇이 산업용보다 구현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오히려 그 시장을 먼저 붙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피스가 어쩌면 제일 빨리 상용화될 수 있는 영역이고, 리테일 역시 매장 구축 비용과 인건비를 감안해 계산하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가장 복잡한 시장이지만, 동시에 가장 빨리 값어치를 증명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분석.
그래서 듀스의 양팔은 실제 서비스 동작을 끝까지 이어가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황성재 대표는 “듀스의 동작을 최적화하기 위해 정리정돈·진열·포장 등 작업을 먼저 훈련시키고 있다”며 “사용자와 소통하며 의도를 파악해 행동하는 언어·행동 모델도 함께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앞선 비전 실현을 위한 기술적 근거를 내세웠다.
그렇지만 그가 풀바디 휴머노이드라는 미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제품이 먼저 답해야 하는 건 사용자가 지갑을 열 만큼 기술 완성도가 높고 효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듀스는 실제 공간에서의 반복 검증과 서비스 현장에서의 작업 완수 가능성에 대한 현재형 해답으로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미래형 휴머노이드라는 환상 대신,
오늘 현장에 투입해 돈을 버는 기술의 실용성이 우리의 미래죠"
사측은 풀바디 휴머노이드 구현의 연결고리로 듀스를 두고 있다. 상체·양팔·조작성·작업성을 먼저 구현한 후, 제품으로 검증 가능한 단계를 내세운다.
"작동만 하곤 안 산다"...지갑을 열게 만드는 '진짜 로봇 상용화' 문턱
엑스와이지가 듀스를 이렇게 내세우는 이유는 기술을 다루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황성재 대표가 듀스의 상용화를 설명할 때 먼저 꺼낸 것도 성능 수치가 아니었다. 그는 연구실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X’, 직영 매장에 설치해 실고객 반응을 받으며 제품으로 다듬는 ‘Y’, 그 결과물을 시장으로 확대하는 ‘Z’라는 세 단계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듀스는 X에서 Y단계로 이동하는 스테이지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확인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개선하며 제품 기준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이미 자회사 ‘에서 한 차례 검증을 거쳤다. 이 인프라는 자사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Baris)’ 기반 무인 리테일 플랫폼 '바리스브루(BarisBrew)’를 이식한 직영 매장이다. 운영 과정에서 실사용자 반응, 예외 상황, 반복 업데이트 등 경험을 함께 축적해온 제품화 실험장이다.
기존 커피 제조에 머물지 않고 차(Tea) 음료 제조 기능까지 추가해 메뉴 범위를 넓힌 점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최근 누적 100만 잔 판매 시점까지 집계된 총 로봇 가동 시간은 1만5000시간을 넘어섰다. 바리스를 통해 서비스 현장에서 제품화 구조를 선제 검증한 뒤, 다음 기술 로드맵을 잇는 단계적 상용화 시나리오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바리스는 지난 2년 동안 Y단계에서 수천 번의 업데이트가 이어졌고, 작년 말부터 Z단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바리스·듀스 고도화 과정을 각각 ‘X·Y·Z 방법론’ 체계 속에서 동기화하며 제품의 상업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는 설명. 쉽게 말해, R&D·제품화를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일원화해, 현장 운영 경험을 차세대 로봇의 지능으로 이식하는 선순환 아키텍처다.
그래서 이 회사가 말하는 상용화의 기준은 다르다. 대표는 “Y부터 상용화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진짜 상용화는 Z”라며 “제품의 가치가 사용자의 지불용의를 초과하는 시점이 진정한 상용화”라고 말했다. 로봇이 동작하는지 기술적으로 구현됐는지보다 먼저, 실제 사용자가 비용을 내고 계속 쓰고싶다는 판단이 더 중요한 경계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목에서 듀스가 우선 학습 중인 리테일·오피스용 작업(Task)의 숨은 가치가 드러난다. 포장·정렬·대화하면서도 테이블을 치우는 일련의 동작은 연구실 밖을 나오지 못하는 1회성 기술들과 궤를 달리하는 ‘상업화의 핵심 단위(Unit)’다. 매일 현장 데이터를 쌓으며 기능을 보정할 수 있고 가성비를 즉각 판가름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듀스에게 정리정돈·진열·포장 등 훈련을 먼저 스파링 시키는 데는 필드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빠르게 검증 가능한 기능부터 뼈대를 붙여가는 순서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엑스와이지가 바리스에 ‘원 하드웨어, 멀티플 소프트웨어(One Hardware, Multiple Software)’의 슬로건을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2년 전부터 바리스에 AI 구동을 위한 핵심 컴퓨팅 지능을 심어둔 후, 말하기 기능과 행동 모델을 얹고, 에이전트 기반 의사결정까지 순차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를 먼저 최적화하고 그 위에 소프트웨어·지능을 단계적으로 얹어가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듀스도 개발 과정에서 유사한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양팔형 구조를 내세우고 동작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 매장에 도입됐을 때 어떤 피드백이 돌아오는지, 어떤 작업에서 자주 멈추는지, 뭘 개선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까지. 이러한 과정을 확인해야 솔루션 고도화 과정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시각이다. “더 큰 미래를 먼저 말하기보다, 지금 검증 가능한 작업을 끝까지 제품 단계로 밀어붙이는 일. 그것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개발 비전이다”라고 황성재 대표가 말했다.
사용자와 한자리에 있는 공간이 곧 데이터 인프라
사측이 보는 듀스의 경쟁력은 서비스 공간에서 드러난다. 로봇이 사람과 마주치며 어떤 상황을 경험하고, 그 접점에서 쌓인 데이터를 다음 행동 지능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로봇을 단순한 서비스 공간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한 ‘실전 데이터 공급망’으로 삼겠다는 구상.
Q. 가정 환경보다 매장·사무실을 먼저 실전 무대로 삼은 이유가 있겠는데.
A. 가정이 최종적으로는 가장 큰 시장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실전 검증을 하기에는 매장과 사무실이 더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사용자 반응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반복 운영이 가능하면서도, 비용 구조도 곧장 계산된다는 점이 판단 배경인데요. 산업 현장보다 서비스 환경이 제대로 작동하는 로봇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공간이 로봇 효용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AI 시대는 몇 명의 천재 엔지니어가 연구실에서 로봇을 발명한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특화된 R&D 인프라를 구축해서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방향이 경쟁력을 갖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Q. 왜 외부 도입처가 아니라 직영 운영을 고집하는지.
A. 외부 도입처만으로는 우리가 필요한 데이터를 원하는 속도로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서비스 로봇은 여러 변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직영 운영을 하면 그 데이터를 우리가 직접 보고 바로 개선점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서비스 공간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매장을 하나 더 여는 문제가 아니라, 다음 로봇을 학습시키는 인프라를 직접 쥐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하드웨어 스펙보다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중요하다고 했다. 듀스가 지속 진화하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어떤 데이터 선순환 체계가 구동돼야 하나?
A. 로봇의 행동 지능을 완성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기술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단일 순환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그 출발점은 인간의 숙련된 동작입니다. 먼저 '글러브엑스(GloveX)'는 손 특화 웨어러블 장치로, 사용자가 미세한 조작을 할 때 발생하는 그립 강도와 피지컬 AI(Physical AI) 데이터를 정밀 수집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현실의 원천 데이터는 매장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한 '트윈엑스(TwinX)'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청소나 정리정돈 같은 다양한 변수와 돌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학습 데이터의 볼륨을 증폭시킵니다.
마지막으로, '브레인엑스(BrainX)'는 가상·현실을 넘나들며 정제된 데이터를 통틀어 듀스가 실제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로봇 행동 모델 프레임워크 역할을 합니다. 즉, 글러브엑스가 실데이터를 만들고, 트윈엑스가 이를 가상에서 확장·검증하면, 브레인엑스가 최종적인 행동 지능으로 묶어 기체를 구동하는 순서입니다. 이들이 서비스 공간 안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동기화되기 때문에 듀스는 매일 더 똑똑해질 수 있습니다.
Q. 환대 서비스와 돌봄 시장까지 보겠다고 했는데.
A. 듀스를 단순 기능 작업만 잘하는 로봇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고, 의도를 파악해서 반응하는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카페 리테일에서 출발하지만, 차후에는 호텔·리조트 같은 환대 서비스, 병원·의료시설 등 돌봄 시장을 타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건 하나 옮기는 데서 끝나는 로봇보다, 사람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로봇이 더 큰 시장을 연다고 확신합니다.
Q. ‘로봇 일상화’와 듀스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A. 우리가 말하는 로봇 일상화는 거창한 미래 선언이 아닙니다. 매일 경험하는 로봇 서비스입니다. 지금도 하루 5000번 정도의 로봇 경험을 국내외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달로 보면 바리스가 월 10~15만 번 정도 사용자와 상호작용합니다. 중요한 건 그런 접점이 계속 축적되면서 서비스도 고도화되고, 데이터도 생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듀스가 시장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갖고 싶은 내 첫 번째 로봇’, 저는 그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