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즈업] 피지컬 AI가 제조 AX의 '잃어버린 고리'를 잇는다? 본격 격발된 SDF 탄환

2026.06.05 09:36:25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AI 도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제조 현장의 실제 수익성과 생산성은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하는 ‘제조 패러독스’가 심화되고 있다. 설비 자동화는 진전됐지만 공정과 물류, 운영 체계를 통합하는 지능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장영재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해법으로 ‘피지컬 AI’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을 제시한다. AI가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실제 물리 환경을 이해하고 로봇·설비·물류를 실시간으로 통합 제어해야 진정한 자율제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가 제시한 ‘돈 버는 공장’의 조건과,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차세대 AI 제조 전략을 살펴본다.

 

 

글로벌 제조업이 인공지능 전환(AX)의 도전 과제에 맞딱뜨렸음에도, 현장의 실질 생산성은 오히려 퇴보하는 ‘제조 패러독스’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가 발표한 ‘2026 글로벌 제조 경쟁력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동향이 담겨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 기업의 85%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으나, 이 중 실제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1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현장의 물리적 변수를 실시간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데이터 시각화에만 머물러 있는 ‘지능의 부조화’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인력난의 양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6년 노동 시장 전망을 통해, 선진국 제조 현장의 전문 기술직 미충원율이 역대 최고치인 38%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는 생산 가능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중급 숙련공’의 대규모 은퇴가 맞물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분석은 단순 자동화 설비로 대응 불가능한 운영 지능의 공백이 발생할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이제 공장은 숙련공의 판단력을 소프트웨어로 이식해야만 생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조 생태계는 공정 자체를 실시간으로 재구성하는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장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연산 장치처럼 작동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러한 절박한 산업적 배경 속에서, AI가 화면을 뚫고 나와 실제 물리적 공간을 지휘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차세대 제조 인프라인 자율제조의 최종 병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방법론은 AI가 물리적 환경을 직접 학습·적응해, 로봇·설비가 실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과 협력하도록 구현하는 접근법이다. 즉, 에이전트(Agent)로서의 AI가 작업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장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은 거대한 하나의 로봇...피지컬 AI로 제조 본질 재구성한다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제조 혁신의 본질을 ‘물 흐르듯 유려한 운영’에서 찾는다. 그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공룡의 주방 설계를 비유로 들며, “M사가 7600원짜리 세트로 마진을 남기는 비결은 값싼 식자재가 아니라, 테니스 코트 위에서 수만 번 검증(Simulation)해 찾아낸 최적의 작업 동선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관점은 개별 설비의 성능보다 공정 전체가 엉킴 없이 흐르게 만드는 ‘물류·운영의 지능화’가 돈 버는 공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 제조 현장이 설비 자동화에 비해 물류 자동화와 운영 체계 구축에 소홀했음을 지적했다. 독일 등 제조 강국이 물류 체계부터 확립한 뒤 단계적 자동화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예산권이 강한 설비 부서 중심으로 파편화된 투자를 진행해왔다는 것.

 

그 결과 설비는 자동화됐으나 이를 잇는 신경망은 여전히 인적 개입에 의존하는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설비 관리에 AI 센서를 이식하더라도 운영 일정과 맞물리지 않으면 장비를 제어할 수 없다”며 “요소 기술의 파편화보다는 전체적인 통합 관점에서 AI 투자수익률(ROI)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 교수는 AI가 유행처럼 번지는 현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AI를 쓰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AI가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지보수 시점을 알려주더라도, 공장 운영자가 현재 들어오고 있는 주문 물량과 작업자 스케줄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다면 그 정보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공장 전체 프로세스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관리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체화 AI’, ‘시뮬레이션·현실 전이’...시공간의 제약을 관동하는 데이터 가속기

 

피지컬 AI의 핵심 동력은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t)’, 즉 AI가 물리적 환경을 신체적으로 이해하고 즉각적인 동작으로 연결하는 ‘실행형 지능’에 있다. 이는 로봇이 매 순간의 동작을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계단을 오를 때 신체 구조를 활용해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잡듯 물리적 환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상태를 말한다.

 

장 교수는 이를 위해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지능을 실제 현장으로 전이시키는 ‘시뮬레이션·현실 전이(Sim-to-Real)’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로 장 교수가 설립한 군집 제어 및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 업체 다임리서치가 이러한 아키텍처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을 통해 상습 정체가 발생하는 다종·이기종 로봇 구간을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 3명이 한 달간 현장에 상주하며 머리를 싸매야 했던 공정 설계를 AI가 몇 시간 만에 완료했다는 사측 설명이다. 장영재 교수는 이 성과가 글로벌 산업공학 학회 ‘인폼스(INFORMS)’에서 기술력을 입명하며 글로벌 제조 현장에서의 실질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장 내 두뇌·신경망·근육이 따로 움직여서는 자율제조를 실현할 수 없다”며 “제조 정보기술(IT) 데이터와 물류가 한 부서로 통합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백 대의 로봇이 움직이는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고장이 발생했을 때, 로봇이 서로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판단하고 맥락을 파악해 교행하는 지능은 기존의 정교한 코딩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임을 강조했다.

 

 

“6호기 왜 멈췄어?” 물으면 AI가 답한다, VLA 모델이 가져온 현장의 대화

 

카이스트가 공개한 피지컬 AI 기반 무인 공장 플랫폼 ‘카이로스(KAIROS)’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아키텍처를 구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센서, 제어, 데이터 처리까지 공정 과정을 하나의 운영체계(OS)로 통합한 점이 특징인데. 8종 이상의 다종·이기종 로봇을 유기적으로 지휘하는 방법으로 작동한다. 조립 로봇부터 물류 로봇, 심지어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한데 통합하는 이 플랫폼은 100% 국내 기술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지점은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의 적용이다. 이는 △시각적 인지 △언어적 이해 △물리적 실행을 단일 신경망에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로봇에게 ‘보고, 듣고, 움직이는’ 통합적 사고 능력을 부여하는 것. 덕분에 로봇은 고정된 레일 위를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현장 변수 앞에서도 숙련공처럼 유연하게 대처하며 공정의 완성도를 스스로 높여간다.

 

예컨대 관리자가 현장에서 음성으로 “6호기가 멈췄는데 원인이 뭐야?”라고 물으면, AI가 자연어처리(NLP)를 통해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설비 이상 여부를 스스로 진단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현재는 “시스템상으로는 캐리어가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없네?”라는 현장 작업자의 보고를 AI가 인지하고 적재 센서의 이상을 추론해내는 수준이다.

 

장영재 교수는 10여년 연구 끝에 완성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엔진을 카이로스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이 엔진은 제조 계획(Planning)과 현장 실행(Execution)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어냈다. 이를 통해 자율제조의 실체를 현장에서 직접 증명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구축 기간의 단축 또한 성과로 제시했다.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현장을 3차원(3D) 모델로 복제해 기존 저장소(Library)와 동기화하는 기술을 통해, 과거 수개월이 소요되던 디지털 트윈 구축을 빠르게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현장 안전 관리의 지능화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카이로스의 핵심 모듈 중 하나인 지능형 안전 시스템은 작업자가 헬멧 미착용 등 안전 수칙을 어길 경우, AI가 이를 즉각 인지해 설비 가동을 중단시킨다. 이는 자율제조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현장의 안전까지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기대케 한다.

 

“다같이 쓰는 공장 AX 사령탑” 중소기업 자동화 갈증 해소한 ‘기술 나눔’ 선언

 

장영재 교수는 국내 제조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다고 공표했다. 자동화 도입 기업의 70%가 사전 분석 부재로 고배를 마시는 것이 현실인 시점. 장 교수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AI가 자동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최적의 운영 로직을 도출하는 플랫폼을 중소기업에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전문가 고용 부담을 AI 기술로 해결해주겠다는 의지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논리적 검증을 거쳐 산업 전반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학교는 기업·정부가 수행하기 어려운 장기적 투자를 통해 산업의 전환점을 필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제조 산업이 ‘지능형 공장 운영 시스템’을 전 세계에 심는 전략적 기지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이 과정에서 공학은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 뛰어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을 전하며, 우리 산업이 글로벌 제조 AX의 표준을 정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 이 글은 ‘AI TECH 2026 컨퍼런스’에서 카이스트 장영재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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