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ssul] 어느 날 거래처에서 험한 걸(?) 요구하기 시작했다

2026.05.12 17:30:00

이동재 기자 eled@hellot.net

솔루엠 차하얀별 ESG경영파트장 인터뷰 2편
"옴니버스 패키지에도 안심 못해...고객사들은 ESG를 미리 준비한다"

※본 기사는 총 3편 시리즈입니다. 지난 1편을 안 보신 분은 1편을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1편. ESG에 1도 관심 없던 내가 어느 날 전담 담당자가 되었다

 

 

Q. 솔루엠이 ESG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2021년 해외 고객사인 S사에서 ESG 관련 요구를 시작했어요. 당시 저희쪽 담당 부서에서는 그냥 이것도 일회성 서류 업무라고 생각해서 위기감을 가지지 않고 적당히 써서 넘겼어요. 그런데 그 다음 해에 그 회사가 '너네 그거 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증빙 내놔(?)' 라고 하는 거예요.

 

Q.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겠어요.

 

네. 그때 회사는 신규 수주를 따고 기존 거래를 계속 유지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요구를 받게 된 거죠.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사, B사도 갑자기 똑같은 요구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저희 법무팀에서 RFI(Request For Information, 정보요청서)를 대신 작성해주기도 했는데, 그걸 보면서 '아, 이건 좀 심상치 않다, 고객사가 이렇게까지 요구하는 걸 보면 ESG는 이제 진짜 해야 되나 보다'는 위기감이 생겼어요.

 

2023년 상반기 때 와서는 정말 큰일이 돼서, 당장 대응하지 못하면 거래가 안 될 정도가 되었어요. 그래서 2023년 상반기 지나고는 바로 ESG를 시작하게 됩니다.

 

Q, 방금 ESG를 사업적으로 한다는 말씀을 언뜻 해주셨는데요. 지속가능경영포럼에서도 '세일즈 중심 ESG'라는 키워드를 말씀해주셨었죠?


이게 저한테는 너무 당연한 개념이거든요. 처음 시작이 고객사 요구였잖아요. ESG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그들과 거래를 할 수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이 안 된다라는 걸로 시작했어요.


기업의 존재 의미는 이윤 추구잖아요. 저희가 계속 이윤을 추구하려면 ESG는 흐름상 피할 수 없게 된 거죠. 그러면 ESG를 애매하게 사회공헌 개념이 아니라, 무조건 고객사 요구에만 맞춰 가자, 거기에 답이 있다 그렇게 하기로 한 거죠. 저는 회사는 사업에 귀속되고, 사업은 시장에 귀속되고, 시장은 고객에 귀속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저는 ESG가 너무 자연스럽게 세일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솔직하고 효과적인 것 같아요.


ESG를 회사의 사업과 별도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다 하니까 우리도 해야 돼, 이건 트렌드니까 따라야 돼 생각하시는데, 저는 그보다는 사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솔루엠이 ESG를 안 하면 얼마나 손해를 볼까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니까, 밤 11시에 메일이 와도 기꺼이 응대하는 거죠. 어쨌든 모두 우리 회사의 사업을 위한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스트레스도 덜 받고, 저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하게 돼요.

 

 

Q. 포럼에서 “고객사 ESG 기준이 점점 까다롭고 복잡하고 많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고 있나요?


실제 사례를 말씀드리는 게 좋겠네요. T사 같은 경우인데요. 원래 RFI(request for information, 정보요청서)라는 게 보통 엑셀로 오거든요. 거기다가 저희가 답변을 쓰고, 관련 증빙자료를 첨부하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바꿨더라고요. 엑셀이긴 한데 자동 로직 계산법을 넣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답변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점수가 깎이는 눈에 보이는 거예요. 처음 100점으로 시작해서, 무엇이 없다고 하면 바로 10점이 깎여버리고요. 또 그냥 '없다'라고만 응답해도 안 돼요. 왜 없는지, 언제 할 건지까지 다 요구해요. 예전에는 고객사의 담당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했다면, 지금은 엑셀 로직이 평가하는 거죠. 또 예전에는 인권경영 정책만 올렸으면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만 올리면 점수를 못 받고, 관련된 실질적인 활동이 있는지 KPI(핵심성과지표)까지 전부 다 물어봐요.

 

Q. 탄소배출 관련 요구는 어떤가요?


네. 글로벌 대기업들은 대외적으로 2030, 2050 넷제로를 다 공표했잖아요. 그 기업들은 대체로 직접 제조를 안 하거든요. 탄소중립을 하려면 결국 공장단에서 줄여야 하니까 다 협력사한테 내려오는 거죠.


A사의 경우 예전에는 스코프 1, 2 배출량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우리가 스코프 3 배출량을 감축하려고 하는데 너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냐를 물어요. 더 이상 '우리는 이만큼 탄소를 배출합니다'가 아니라, '우리 제품을 쓰면 귀사의 탄소배출량이 얼마 만큼 감축될 수 있습니다”로 접근해야 되는 거예요.


또 예전에는 공장 단위 배출량만 요구했다면, 이제는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제품 단위 탄소배출량까지 요구해요. 왜냐하면 그들도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은 규제에 대응해야 하니까요. 수입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알아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저희한테 요구할 수밖에 없죠.


감축 목표도 예전에는 목표만 주세요였는데, 지금은 목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고, 감축 로드맵을 달라고 해요. 어떤 활동으로 얼마를 감축했고 앞으로 얼마를 어떻게 감축할 건지, 그런 세부적인 것까지 다요.

 

Q. 정말 빡빡하군요.


이제 글로벌 고객사들은 ESG를 잘하면 가산점을 주는 게 아니고, 안 하면 '왜 안 해?' 하고 정말 이상하게 여겨요. 저희 경쟁사들도 다 너무 열심히 하고 있고요. 솔루엠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데, 그곳들은 이미 ESG 경영이 너무 당연한데 한국은 아니니까. 짧은 사이에 인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ESG는 무도회장에 들어가는 드레스코드라는 말이 있어요. 보고서, 공시, 스코프1, 2, ISO 같은 것들이 갖춰져 있어야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인데, 저는 이제 그 말도 지난 ESG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드레스코드 정도는 다들 갖추고 입장해요. 문제는 무도회장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나랑 파트너를 안 해주는 거죠. 혼자서는 춤을 출 수가 없잖아요. 탄소 감축 로드맵이나 제품 단위 배출량, 공급망 실사 같은 것들이 없으면 아무리 입장은 했어도 그냥 멀뚱멀뚱 서 있다가 퇴장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이제는 무도회장 안에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한 필수 사교 스킬이자 춤 실력이 돼버린 거죠.

 

Q. 탄소 감축 요구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해외 생산법인을 중심으로 태양광 패널을 직접 설치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어요. 멕시코, 인도, 베트남 법인에는 이미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서 가동 중이고, 베트남은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에요. 중국 동관 법인은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고요.

 

Q. 공급망과 관련해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요?


공급망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관리 체계를 새로 만들었고, 서면 평가랑 현장 실사를 처음 해봤어요. 저희만의 지표도 개발했고요. 앞으로 평가 대상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에요. 전체 협력사가 651개사인데 지금은 167개사만 평가 대상으로 잡았거든요. 현장 실사도 2곳밖에 못 갔는데 10곳 정도로 늘리고 싶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프로세스화되면 협력사들을 위한 ESG 관련 지원 프로그램도 해보려고 해요. 궁극적으로 저희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요. 고객사들은 저희 협력사들까지 같이 보니까 같이 잘해야 돼요. 저희가 망하면 협력사도 망하고, 협력사가 망하면 저희도 망하는 거니까요. 궁극적인 목표는 구매 평가에 ESG 요소를 넣는 거예요. 지금은 납기, 원가, 품질만 평가하거든요.

 

Q. 글로벌 시장의 ESG 관련 규제 완화, 우리나라 ESG 공시 등 최근 흐름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솔루엠은 원래 CSRD 적용 대상이었는데 올해 옴니버스 패키지가 나오면서 당장의 의무 적용 범위에서는 빠졌고요. CBAM도 현재 기준으로는 직접 규제 대상 품목은 아니에요. 국내 생산 거점이 없다 보니 한국 쪽 제조 관련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도 크지 않은 편이고요.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어요. 규제는 규제고요. 중요한 건 저희는 고객사 요구가 먼저예요.

 

규제가 아무리 완화됐다고 한들 고객사 요구는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어요. 분명히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대상이 아닌 기업인데도 거의 대상인 것처럼 저희한테 요구를 할 정도니까요. 그쪽에서도 미리 준비하는 거겠죠. 그러다 보니까 규제보다는 고객사의 요구가 이렇게 바뀌었구나를 더 크게 느껴요. ESG 없이는 이제 국제 시장에서 계약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Q. 솔루엠이 당면한 ESG 관련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스코프 3 배출량 산정이죠. 첫 산정이다 보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스코프 1, 2는 어떻게든 산정하는데, 스코프 3는 협력사에, 물류까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궁극적으로는 당연히 탄소 감축 목표도 세워야 하는데, 이건 아직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어요. 당장 빗발치는 스코프 3 배출량에 대한 요구부터 대응하는 것이 당면 과제예요.

 

 

3편에서 계속됩니다. 3편은 곧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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