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그동안 기기 무게, 보조력, 착용감을 중심으로 경쟁해 왔다. 앞선 요소가 비교적 일반화된 지금, 기체를 지속 개선하는 업데이트와 이를 뒷받침하는 구독형 모델, 즉 서비스형 로봇(Robotics as a Service 이하 RaaS)을 활용한 접근법이 확산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도 판매 시점의 제품 성능만으로 그 가치를 오랜 기간 이어가기에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용 목적, 보행 패턴, 신체 상태 등에 따라 기능이 계속 달라지는 로봇의 서비스성이 새 수익 구조로 부상하는 국면이다. 이때 RaaS는 로봇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추가 기능을 지속 제공하고, 사용자가 월 단위로 이용료를 내는 구조다.
이는 그동안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한 사용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 배경이다. 초기 도입 비용 부담 분산, 지속 업데이트, 데이터 기반 사용자 맞춤화, 유지관리 일원화 수요 등이 이러한 기능 분화의 출발점이 됐다.
국내 휴머노이드·웨어러블 로봇 기술 업체 위로보틱스는 이미 착용한 기기에 얼마나 정교한 기능과 반복 매출 구조를 얹느냐가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기기 단품 판매에서 무한 진화로” 사용자 목소리의 가치를 구독하다
이달 20일 위로보틱스가 RaaS를 새로운 정책으로 배치하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들은 구독형 서비스 ‘윔 프리미엄(WIM Premium)’을 출시한다. 적용 대상은 지난해 4월 출시한 자사 2세대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윔 S(WIM S)’다. 기존 사용자는 별도 하드웨어 교체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만으로 이번 RaaS에 추가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새로 론칭한 기능은 밸런스(Balance)·소프트(Soft)·슬로 조깅(Slow Jogging) 등 세 가지다.
이번 서비스의 출발점은 실제 사용자 후기다. 여기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 ‘위로보틱스 윔 보행운동센터’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요구사항도 한몫했다. 김지영 위로보틱스 마케팅 팀장은 “한쪽 다리만 불편한데 한쪽에만 보조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사용자 의견이 있었고, 무릎을 걸을 때마다 착지 부담이 크다는 후기도 이번 개선사항을 설계하는 데 핵심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걷기는 어느 정도 되는데 이보다 조금 더 강도 높은 운동을 원한다는 요구도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세 가지 기능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때 밸런스 모드는 좌우 비대칭 보행에 맞춰 설계됐다. 두 다리 중 한쪽 보조 강도를 더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반대쪽 보조는 그대로 남기지만 한쪽만 과하게 미는 구조를 피하고 보행 균형을 잡는 방식을 채택했다. 사측 관계자는 “한쪽 다리 사용성이 떨어진 이용자를 겨냥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착지 구간 부담 완화에 초점이 놓인 기능이 소프트 모드다. 김 팀장에 따르면, 관절이 약하거나 발을 무겁게 디디는 사용자를 겨냥했다. 이는 기존 ‘케어(Care)’ 모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케어 모드가 다리를 빠르고 강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소프트 모드는 발을 천천히 끝까지 밀어주며 부드러운 착지를 돕는 구조다. 내리막과 경사 구간에서 이 두 기능의 차이가 드러난다.
마지막 신규 기능은 슬로 조깅 모드다. 이는 운동 강도 확장용이다. 일상 보행 보조부터 좁은 보폭의 조깅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김지영 팀장은 “걷는 상태에서는 체감이 약하고 조깅 리듬에서 보조가 살아난다”며 “빠른 러닝이 아닌 조깅 구간용 기능”이라고 분명히 구분해 말했다.
기본 모델은 평지 보행을 가볍게 도와주는 ‘에어 모드’, 오르막·내리막과 계단 구간을 버텨 주는 ‘등산 모드’, 물속을 걷는 것처럼 저항을 걸어 하체 근력을 키우는 ‘아쿠아 모드’ 그리고 보폭이 짧고 속도가 느린 사람을 위한 ‘케어 모드’가 제품 구성에 따라 적용된다.
이 중 케어 모드는 에어 모드와 같이 보행 보조에 특화됐지만, 개입 시점이 더 빠르고 보조 강도도 더 크다. 위로보틱스는 이 기능의 탑재 여부에 따라 기존 제품군도 나눴다. 케어 모드 탑재 모델은 299만 원, 미탑재 모델은 279만 원이며 나머지 기술·기능 구성은 동일하다.
이때 케어·에어·소프트 이 세 가지 기능이 헷갈릴 수 있다. 모두 보행을 돕는다. 그러나 작동 방식이 다르다. 에어 모드가 기본 보행 보조라면, 케어 모드는 다리를 더 빠르고 강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메커니즘이다. 소프트 모드는 이와 반대다. 보조를 천천히 길게 가져가며 착지 충격을 덜어주는 구조다. 다시 말해 보폭 보정과 추진 보조는 케어·에어, 관절 부담 저감은 소프트다.
다른 한편, 사용자가 구독 결제를 하면 앞서 추가된 세 가지 모드를 활용할 수 있다. 구독을 해지하면 신규 모드는 빠지고 기존 모드만 남는다. 가격은 월 9900원, 연간 7만9000원 수준이다.
김지영 팀장은 “지난 2024년에 출시된 초기 모델에 대해서는 무상 수거 후 펌웨어 업데이트나 보상 판매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측의 이러한 전략은 단품 판매에서 기능 세분화 기반 구독으로 로봇 사업 모델을 확장한 것이다.
운동 파트너로 거듭나는 로봇? 무릎 충격은 덜고 조깅 리듬은 살리고
기자는 이달 13일 센터를 방문해 윔 S의 신규 기능을 체험했다. 기존 제품과 신규 구독 기능의 경계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방문객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거쳤다.
프로그램은 실내 스트레칭 이후 윔 S를 착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어 횡단보도, 경사 구간, 계단, 평지 직선 구간을 잇는 실외 코스를 경험했다. 기기를 찬 상태에서 모드를 바꿔가며 균형 변화, 관절 부담, 보행 리듬 차이 등을 확인했다.



▲ 기자가 관계자의 설명을 토대로 윔 S를 착용하고 있다. 순서는 허리 밴드를 착용한 후 밴드 전면 후크에 본체를 고정한다. 그 다음 다리 밴드는 조정하는 식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기자가 체감한 밸런스 모드는 한쪽 보조 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한쪽에 힘이 더 실리면서도 반대쪽에도 힘이 실렸다. 양쪽 보조를 유지하되 한쪽을 더 밀어주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비대칭 보행 대응 목적은 계단 구간에서 뚜렷했다. 좌·우 밸런스 모드를 번갈아 적용하자 디딤발과 끌어올리는 발의 감각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 밸런스 모드를 경험하는 기자의 시선.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다만 이는 보행 리듬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때 체감이다. 반대로 의도적으로 박자를 어긋나게 가져가면 보조 타이밍이 잠시 흐트러지는 구간이 있었지만, 한두 걸음 안에서 다시 박자를 찾아갔다.
뒤이어 오르막·내리막 구간에서 도움을 받은 모드는 소프트다. 이는 보조를 길게 유지하며 착지를 눌러주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내리막에서는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의 충격을 한 번 더 걸러주는 감각이 있었고, 오르막에서는 보폭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기보다 리듬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끝까지 밀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 기자가 소프트 모드를 몸으로 익히는 중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내리막이나 접지 순간에 무릎과 발목 부담을 덜어주려는 설계 의도가 이 대목에서 연결됐다. 보폭을 끌어올리는 기능이라기보다 착지 충격과 하중 전달을 다듬는 기능에 가까웠다.
러닝을 취미로 하는 기자 입장에서 슬로 조깅 모드가 가장 흥미로웠다. 평지 달리기와 짧은 구간 뛰는 활동에서 체감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걷기보다 조깅 리듬에 맞춰 설계된 모드라는 관계자 설명이 몸으로 와닿았다.
지난해 체험 프로그램에서 기존 에어·케어 기반 움직임으로 조깅을 시도했을 때보다 부드럽게 리듬이 붙는 느낌이었다. 보폭이 큰 러닝보다는 짧고 빠른 조깅 동작에 맞춰 보조 타이밍을 다듬는 것에 가까웠다. 발을 내딛는 박자와 허리 쪽 보조가 맞물렸고, 속도를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 조깅 리듬을 안정시키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



▲ 이 모드는 이른바 러닝붐이 이어지고 있는 국내 트렌드에 맞춤화된 기능이 아닐까 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기자 체험을 지원한 사측 관계자는 윔을 의료기기가 아닌 운동보조기구로 설명했다. 그는 “비교적 건강한 사용자는 운동 능력 향상 효과를 체감할 수 있고, 보행이 불편한 사용자는 보행 보조 목적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와 처방보다 보행 지원과 운동 보조에 무게를 둔 정의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