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실관계 확인 중…의원실 “내부통제·이해충돌 관리 점검 필요”

NH농협생명이 지난해 말 체결한 20억 원 규모의 판촉물 수의계약을 두고 리베이트 및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직접 감사에 착수하면서, 사안이 기업 내부를 넘어 국회와 금융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1일 NH농협생명의 판촉물 계약과 관련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자료를 토대로, NH농협생명의 판촉물 계약 전반에 대해 내부통제 절차의 적정성과 이해충돌 방지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12월 31일 농협하나로유통 삼송농산물종합유통센터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지역 농·축협 17곳에 배포할 핸드크림 3종 세트 10만 개(총 20억 원)를 구매하는 내용이었다. 농협생명은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판촉물 구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송유통센터는 AO, 라인플러스 등 2개 업체에 납품을 재하청했고, 이들이 다시 ‘지현살롱’이라는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현살롱은 농협생명 직원의 가족이 운영하는 피부관리숍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금융권에서는 “정상적인 계약이라면 화장품 유통 전문 업체가 아닌 직원 가족이 운영하는 피부숍이 수십억 원대 판촉물 계약의 최종 수혜자가 될 수 없다”며 “애초부터 직원 가족에게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특혜 통로가 설계된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납품기한까지 전체 물량의 절반인 5만 개만 납품됐고, 나머지는 농협금융지주가 내부감사에 나선 직후인 8월 말 이후 뒤늦게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핸드크림 세트의 단가는 1세트당 2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시중에서 유사 제품은 1만 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량 구매임에도 오히려 단가가 높다”며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한다.
제품은 경기도 용인 소재 코스메디엠에서 제조됐다. 자본금 1천만 원의 1인 회사로,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화장품 판매업 허가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해당 제품을 생산해 납품했다. 결과적으로 제품은 ‘지현살롱 → AO·라인플러스 → 삼송유통센터 → 농협생명’ 순으로 전달됐다. 해당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주소도 ‘nsalon’으로 지현살롱 명칭과 동일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제보를 받고 8월 28일부터 9월 11일까지 현장감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납품 지연과 유통 구조의 불투명성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현재 감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헬로티 맹운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