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함수미 기자]

자율적으로 사고, 학습, 판단, 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 ‘초거대 AI’다. 인간의 뇌 기능,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초거대 AI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초거대 AI는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효율을 극대화한 AI다. 대용량의 연산이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차세대 AI를 말한다.

그런 초거대 AI의 시초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 AI 전문기업 오픈AI가 개발한 AI 언어 모델 ’GPT-3‘다. 영어 기반 AI 언어 모델 GPT-3은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에세이나 소설까지 창작할 수 있다.

이 초거대 AI에는 파라미터(매개변수)가 필요하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의 학습·연산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즉,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AI는 더 똑똑해진다.

초거대 AI의 시초 GPT-3의 경우에는 1750억 개의 파라미터를 구현했다. 더 똑똑한 초거대 AI를 만들기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과 현황은 어떨까?

LG, 'GPT-3의 3배 파라미터 갖출 것'

지난 17일 LG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은 향후 3년간 초거대 AI 개발에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1초에 9경 57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글로벌 TOP3 수준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다. 1750억 개 파라미터를 가진 GPT-3의 3배를 넘어선 6천억 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하반기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처 : LG

LG AI연구원은 지금까지 딥러닝 기술 기반의 디지털 휴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챗봇을 개발하고, 항암/백신 신약 후보 물질 개발, 대용량 배터리 용량 및 수명 예측, 컴퓨터 비전 기반 검사 공정 자동화, 부품 및 제품 수요 예측 등에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초거대 AI를 통해 고객 상담의 질을 높이고, AI가 소프트웨어 코딩을 진행해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단축, 차세대 배터리, 고효율 발광 분야의 신소재 발굴 가속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한 초거대 AI를 통해 250년 동안의 화학 분야 논문과 특허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전기차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고도화된 초거대 AI 연구,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및 데이터 확보 및 사업화를 위한 오픈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 ‘한국어’로 차별화된 초거대 AI 승부

25일 네이버가 국내 최초의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초거대 AI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출처 : 네이버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의 파라미터는 GPT-3보다 많은 2040억 개라고 밝혔다. 자연어(영어·한국어 등 일상에서 쓰는 언어) 데이터 학습량은 GPT-3의 6500배 이상이라고 전했다. 특히 네이버가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차별점을 두는 것은 ‘한국어’ 중심이라는 것이다. 학습량의 97%가 한국어라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런 AI 개발을 위해 700페타플롭스(PF)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또한 서울대·카이스트와 각각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초거대 AI에 대한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네이버는 우선 하이퍼클로바를 자사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검색엔진에 도입해 사용자가 검색어를 잘못 입력해도 올바른 단어로 바꿔주거나 적절한 검색어를 추천하는 기능 등이다.

정석근 네이버 사내독립기업 클로바 대표는 “한국의 AI 기술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공개된 기술을 활용하고 따라잡는 수준에 그칠 수 없다고 판단해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하게 됐다. 하이퍼클로바를 통해 AI 기술이 필요한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KT-카이스트, 초거대 AI 위한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기술 연구소 설립

KT와 카이스트가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기술 연구소’를 설립했다. AI2XL(AI To Everything Lab) 연구소와 AI 로봇사업단을 신설하고 인재를 영입하며 AI 사업에 속도를 내는 KT가 카이스트와 함께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의 초거대 AI 개발에 나선다.

▲출처 : KT

KT의 구현모 대표와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은 ‘AI·SW 기술 연구소’를 공동 설립했다. KT는 교수와 연구원, 직원 등 약 200명이 상주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공간을 마련하고, 전용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팜 구축 등 연구 인프라를 지원한다.

연구소는 카이스트의 역량과 KT의 AI 기반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원천기술 및 산업 AI 분야에서 20개의 초기 공동 연구를 할 예정이다.

원천기술로 음성, 비전, 인간중심 AI 등 15개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사람과 유사한 대화와 추론, 정교한 상황 인지와 답변이 가능한 AI 모델 개발에 나선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향후 AI·SW 기술 연구소를 통해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도 의미 있는 혁신 기술이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번 공동 연구가 국내 최고 산학 공동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카카오, 파격적인 인사 통해 카카오브레인 이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1988년생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 김일두 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카카오 입사 10년 차의 김일두 팀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은 ‘젊은 인재’를 중책에 등용하는 파격 인사다. 파격 인사를 통해 젊은 인재가 이끄는 혁신 AI 연구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출처 : 카카오브레인 홈페이지

2018년부터 카카오브레인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에 AI 엔지니어로 합류해 컴퓨터 비전, 데이터 증강 기술, 의료진단 등 다양한 AI 기술 분야를 담당하며 AI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김일두 신임 대표는 지난 3년간 다수의 국제 학회에 10여 편의 논문을 올렸다고 카카오는 밝혔다.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에서 학습 연산 시간을 60배 이상 줄이는 데이터 증강 기술 연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카카오는 김일두 신임 대표가 AI 연구와 신사업 성장을 공격적으로 이끌 예정이며 높은 인지능력을 가진 AI 등 원천 기술 연구를 확대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AI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AI의 미래, 초거대 AI의 선두주자는?

인간의 뇌를 닮은 초거대 AI를 만들기 위한 국내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은 시작됐다. 수천억 원의 규모의 과감한 투자는 초거대 AI 개발로 가는 시작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초거대 AI의 선두주자가 될 기회는 남아있다. 미래 AI를 이끌 초거대 AI, 과연 업계 선두주자는 누가 될 것인가?